김수환 추기경의 고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년 걸렸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분의 생 전체를 표현하려면 감히 이 불멸의 금언에 한마디 말을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머리와 가슴 다음에 발이라는 말을 보태야 할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는 사랑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이 더욱 어렵고 귀중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한 것이 발로 실천하는 사랑이다.
분명 추기경님의 일생을 통해서 보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발로 사랑이 내려오기까지 헌신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발로 실천하는 사랑은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소중하다.
사랑이 발로 내려옴으로써 추기경님은 원죄처럼 인간을 가로막고 있는 세 가지 높은 벽을 뛰어 넘을 수 있으셨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벽을 허물고 현자와 우자의 벽을 넘나들고 성聖과 속俗의 벽을 허물어뜨렸다.
그래서 김수환 추기경님은 벽이 존재하지 않는 한 광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셨다.
벽을 쌓는 사람과 벽을 무너뜨리는 사람의 게임에서 누가 승리 하겠는가.
바로 우리는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용기와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ㅡ 이어령ㅡ
201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