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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인 4월 8일 우리 카페에서도 몇번 산행 갔던 양평의 추읍산 산행을 갔다.
봄철이면 산수유로 유명한 추읍산 일대의 양평군 개군면에서 4월 6일(금)부터 8일(일)까지 열리는 개군 산수유축제에 맞추어 간 산행이었는데 작년에는 구제역 파동으로 축제가 취소되어 만 2년만에 열리는 축제,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처음 가보는 축제라 더욱 의의가 있다.
원래 전철로 가려 마음을 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엊저녁 늦은 시간에 인천에 사시는 벗과나님으로부터 문자가 와 있다.
인천에서 양평까지 전철로 가기는 시간이 너무 걸리니 승용차로 가고자 하는데 가는 길 중에 있는 화정에 들를테니 함께 가자고 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통화를 하고 오전 8시 20분 고양시 덕양구청 주차장에서 벗과나님을 만나 원덕역으로 출발.
강변북로를 타고 가는데 아차~얘기를 하느라고 청담대교 부근에서 차선을 잘못 타서 양평 쪽으로 직진을 못하고 청담대교를 건너게 되는데 강남 쪽에선 88도로와 연결이 되어있질 않아 수서까지 직행. 아침부터 길을 헤맨다.
장지동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6번도로를 이용, 원덕역 인근에 오니 약속시간인 10시가 다 되었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코스모스님이 원덕역 광장인데 왜 아무도 없냐는 것이다.
10시 5분 도착, 코스모스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데 역시나 계란 한 판을 삶아오셨단다.ㅎㅎ
10시 27분에 자연인님 도착, 바로 앞 전철을 놓쳐서 늦었단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오늘의 산행 일행은 자연인, 벗과나, 오랫만에 산행에 참여한 코스모스님과 나, 모두 4명.
화창한 봄날, 그야말로 봄 기운이 충만한 원덕역엔 사람들로 붐빈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추읍산이 잘 알려지질 않아 원덕역에 내리면 우리 일행만 있을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중앙선 전철 안에도 추읍산을 표기해 놓아 제법 많이 알려진 탓이리라. 특히나 오늘은 산수유 축제가 있으니 더우기.
역 앞 광장에 피어있는 노란 민들레. 봄이면 흔하디 흔한 것이 민들레인데 올해는 첨 보는 것이다.
오늘의 산행을 출발하기 직전 인증 샷 한 장 찍고(좌로부터 자연인, 벗과나, 훈장, 코스모스님) 이 때가 오전 10시 30분경
추읍산 앞을 흐르는 신천(흑천)은 이제 겨울의 흔적을 모두 씻어내고 따듯한 봄햇살을 받아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다.
따듯한 햇살과 싱그런 봄바람에 마음과 발걸음 모두 가볍고
확실히 추읍산을 찾는 사람들이 예전과 달리 참 많아진 모양이다. 신천 주변엔 이렇게 새로이 지은 펜션과 카페가 들어서있다. 예전엔 식당이나 가게도 제대로 없어 하산 후 마을 구판장에서 두부에 막걸리를 마시곤 했는데.^^*
오늘의 산행은 봄날 산수유를 만끽하자는 취지로 온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즐기기 위해 추읍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택하지 않고 추읍산 둘레길이랄 수 있는 희망볼랫길을 이용, 개군 산수유 축제장을 향해 가기로 한다.
이 대목에서 자연인님 왈 "오늘 산행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임도를 타고 가는 것을 미리 카페 공지글에 올렸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참여했을 것" 이라는 아쉬움의 말씀.
매번 추읍산 정상을 오른 후 산수유 마을까지 갔다가는 원덕역으로 되돌아 올 때 이 볼랫길을 이용했는데 거꾸로 가자니 길이 좀 서툴다. 이렇게 경사가 급한 길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타 하는 생각을 하며 땀 뻘뻘 흘리고 숨이 벅차 올랐더니 아뿔사! 이 길이 아니었다는.
오늘 벌써 길을 두번이나 헤맨다. 어째 오늘 일정이 불안하다.ㅎㅎ
원래 가고자 하는 볼랫길을 찾는 중 이제 마악 꽃봉오리를 벌리기 시작한 연분홍 진달래가 마치 새악시의 수줍은 뺨과 같이 곱다.
정상적인 볼랫길을 찾아 잠시 숨을 고르며 추읍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예전 아카시아가 한창일 무렵에 왔을 땐 싱그런 아카시아 향이 진동했던 장소.
여리디 여린 어린 쑥이 따듯한 봄햇살에 몸을 녹이고 있는 듯
철원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춥기로 유명한 양평에도 어김없이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희망 볼랫길은 임도를 이용해 만든 길인데 완만한 경사에 길이 편안해서 정담을 나누며 걸어가기에 무리가 없다.
산행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된 11시 20분 무렵부터 코스모스님 삶은 계란에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한다. 좀더 걷고 점심식사를 하자는 의견이 많아 11시 40분경 아예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역시나 이번에도 벗과나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부대찌개 거리와 닭갈비를 준비해 오심. 찌개가 익을 동안 코스모스님이 싸오신 삶은 계란에 막걸리 한 잔. 가운데 김밥은 우리 마누라가 아침부터 서둘러 정성껏 싸준 김밥이라는.^^
자연인님 번개탄으로 즉석 난로를 피우고 이 곳에서 맛난 점심식사를 즐겁게 함.
오후 1시 40분경, 산행 시작한지 3시간 경과(점심시간 포함)해서 개군면 산수유 마을 어귀에 도착하는데 150~200년된 산수유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이 곳에는 연노랑 산수유꽃이 그야말로 절정을 이룬다.
마치 파스텔 물감을 찍어논 것 같은 연노랑 산수유가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행복감에 젖게 한다.
코스모스님의 진홍빛 등산 티셔츠가 산수유와 멋진 대비를 이룬다.
오늘 산행은 59년 돼지띠 갑장이 3명. 오랫만에 산행에 함께 한 코스모스님과 기념촬영
노란 산수유 틈 속에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홍매화의 붉은 빛이 선명하다.
얼마나 많은 산수유 열매가 떨어져 이런 씨앗의 무리를 이룬 것일까 아님 일부러 모아 놓은 것일까.
산수유 나무는 원래 크게 자라질 않는다. 저 정도의 산수유 나무가 되려면 약 200년 정도는 되어야
추읍산 정상이 보이는 개군면 산수유 마을 초입. 화사하게 피어난 산수유로 인해 마음은 붕붕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
봄철에 피어나는 산수유와 생강꽃은 색깔이나 모양새가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산수유 나무는 나무등걸이 벗겨져 있고 산수유꽃 하나하나는 나무 주가지로부터 뻣어난 가지 위로 피는 반면 생강나무는 산수유와 달리 나무등걸이 매끄럽고 꽃이 주가지로부터 뻣어나지 않고 나무가지에 붙어있다. 위가 산수유꽃 아래가 생강나무꽃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개군면 산수유 마을엔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많이 왔다.
이 내리 마을엔 오래된 집들이 많은데 예쁘게 새로 지은 집이 참 부럽다. 텃밭이 딸린 대지가 약 6, 700평은 족히 되보인다. 이 집을 보며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더라는.
전형적인 시골 농가가 주변 봄풍경과 어울려 정겹다.
봄나들이에 나선 중년의 사내가 산수유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여유스럽다.
길가에 위치한 폐가, 이런 집터에 새집을 짓는 것도 참 좋을 성 싶다.
산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개군면 내리마을의 마을회관 모습
축제장에 결코 빠질 수 없는 각설이 차림의 엿장수 모습도 정겨운데
우리는 잠시 동네 부녀회에서 축제 때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간이식당에 자리를 잡고 두부와 도토리묵을 시켜 이 마을의 특산품인 산수유 동동주를 맛본다. 그런데 어느 축제장과는 달리 바가지가 없다. 두부와 도토리묵이 각각 5,000원 그리고 누룩으로 담근 동동주도 역시 5,000원이다.
이제 마악 피어나는 하얀 목련을 바라 보자니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라는 노래가 생각나기도 하고
밭에 심어진 이 것이 대파인가 양파인가 궁금한데 둘 다 아닌 마늘이란다. 밭에 심어진 마늘의 푸른 싹은 처음 본다.
2,000원 주고 산 울릉도 호박엿이 딱딱하지도 않고 말랑말랑한 것이 정말 맛있다. 잠시 앉아 엿먹으며 봄햇살을 즐기며 사람들 구경 중
내리 산수유 축제장에서 3시 30분경 출발, 다시 볼랫길을 이용해 원덕역까지 돌아오기로 한다. 이미 산수유에 취하고 산수유 동동주에 취하고 봄햇살에 취하고.ㅎㅎ
언덕길을 맨발로 오르는 자연인님의 뒷모습이 마치 고행의 수도승 같이 약간은 쓸쓸해 보이고 엄숙한 분위기.
볼랫길 중간중간 배수구에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밤에는 아직 제법 춥다는 증거
해빙기를 맞은 볼랫길엔 흙이 녹아 내려 쌓여 있는데 아주 질좋은 마사토를 맨발로 밟는 자연인님,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
버들강아지는 아닐테고 무얼까
저 멀리 산 아래가 원덕역
5시 20분경 원덕역 가까이 있는 곳까지 도착, 신천(흑천)의 맑고 제법 풍부한 물이 차갑지 않고 봄기운에 오히려 푸근한 느낌까지 들더라는.
원덕역 바로 앞의 마을에 있는 마을 구판장. 그 구판장에 세퍼드 종류의 어린 개가 있는데 사람을 참 잘 따른다. 그래서 돌아가며 만지고 얼르는데 갑자기 벗과나님이 웃으면서 나를 부른다.
뭔가 하고 봤더니 자연인님이 앉아서 그 개와 놀고 있는데 그 순박한 개는 반갑다고 꼬리를 흔든다. 그런데 그 꼬리가 개 꼬리인지 자연인님 꼬리인지 당최 구별이 안가더라는.ㅎㅎ
귀가 길에 벗과나님이 양평에도 옥천면이라는 곳이 있는데 냉면으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그래서 그 냉면맛을 보기 위해 옥천면에 도착하니 그 곳은 전형적인 오래된 시골 마을인데 마을 전체가 냉면집이더라는. 그 곳에서 오랫만에 시골 다방도 보고 또 분위기가 너무 정겨워 노래방에서 한 시간만 놀다 갔으면 하는 유혹도 생기는데 그 걸 가까스레 누르고 바로 귀가길에 오른다.
그 많은 냉면집 중에 우리가 들어간 곳은 "전통 옥천 냉면" 집이었는데 냉면 맛은 딱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정겨운 시골마을 분위기가 아주 그만인 곳.
6시 30분경 저녁으로 냉면을 먹은 우리 일행은 벗과나님 차를 이용, 자연인님과 코스모스님은 덕소역에서 내리고 나는 벗과나님이 감사하게도 집 앞에까지 태워주셔서 편안하게 집에 도착함.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고 후기를 쓰다 보니 그 날 햇살이 따듯하고 봄기운이 충만하던 날 추읍산 일대에서 연노랑 산수유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마치 꿈인양 아련하니 벌써 애틋한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이 아름다운 봄날을 함께 보낸 자연인, 코스모스, 벗과나님과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봄이 무르익는 이 계절에 다음 산행은 또 어데서 어떤 즐거운 모습으로 맞이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올해는 지나고 나서 후회없도록 이 봄날을 알뜰살뜰히 누려야지. 하지만 이 역시 매년 반복하는 결심일 뿐 이 봄이 지나고 나면 또한 아쉬움으로 가득할 터.^^*
첫댓글

일케 자세하게 올려놓으셨네요. 돼지갑장 
명이면 꿀꿀꿀 이네요. 

잘보고갑니다.
에구 훈장님


추읍산 잘 다녀오셨네요...


거운 산행 되셨다니
훈장님께서 미리 추읍산 등반 의향 물어보셨는데,
아들 녀석이 갑자기 휴가를 나오는 바람에 그만...
죄송하옵고...
제가 근무하는 양평에 오셨는데,
제가 대접하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암튼, 훈장님, 자연인님, 코스모스님, 벗과나님...
부러울 따름입니당...
좋은 산행 잘 다녀 오셨네요 저도 그시간에 집사람과 주왕산 잘 다녀 왔습니다.
요즘은 집사람과 오손도손 사이가좋은가봐 ㅎ ㅎ
너무 좋아보입니다. 아, 부러라. 가고싶었는데...나도 햇볕을 받고싶다는...
저번에도 그러더니 왜 자꾸

산골뒤에 공간 없어서요...
오랜만에 코스모스님도 떴는데...에구 부러워라




어머나...벗과나님은 산행가면 만날 수 있구낭
와 코스모스님의 계란한판...그립네요~~
단촐하니 잘 다녀오셨어요^^
원덕에 근무할 때 해마다 아이들과 함께 올랐던
아름다운 칠읍산의 정겨운 풍경 즐감입니다.
지금은 수도권전철이 원덕역까지 수시로 운행되어
많은 산님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지요?
양평군에서 개발한 희망볼랫길과도 연결되어
하루 코스로 즐기기엔 딱입니다.
산수유와 함께 하신 추읍산행...........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추읍산의 백년묵은 여우 꼬랑지 으
음 
연인성은 언제뵈도 든든하셔요...모습에서 인품에서 많이 배웁니다..
에구 가고 싶어라~~사진 잘감상합니다..
봄 날...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벌써 아련한 기억의 저 편 .... * 추신 ...훈장님. 재호 엄마께 김밥 느무느무 맛나게 먹었다고 전해 주시길요...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