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이 어디던가
여보게 부처를 찾는가
여보게 친구
산에 오르면 절있고
절에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에가면 인간이 만든 불상만
자네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
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만 천지네 널려있다네
내 주위에 가난한 이웃이 부처이고
병들어 누워있는 자네가 부처라네
그 많은 부처를 보지도 못하고
어찌 사람이 만든 불상에만
허리가 아프도록 절만하는가
천당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곳이라 생각하는가
천당은 살이있는 지금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 마음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가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여기가 천당이고
살다가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하면
그기가 지옥이라네
자네 마음이 부처이고
자네가 관세음보살이라네
여보시게 친구
죽어서 천당가려하지말고
사는동안 천당에서 같이 살지않으려나
자네가 부처라는걸 잊지마시게
그리고 부처답게 살길바라네
부처답게...
-법정스님 글 중에서-

천당, 극락이 별거던가!~
은행나무 가지에도
쬐그마한 잎사귀들이 뽀송뽀송 돋아나고
흔들거리는 바람이
사내 가슴에 구멍이라도 나게 할 것 같은 날이다
누구는
봄바람에 가슴도 설레겠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가슴 설렐 일이나 연분은 다음이고
눈 뜨면 배부터 채워야
고민도 하고 연애도 할 것이 아닌가
특별한 볼일이야 있겠느냐마는
세상 삶도 구경하고 식사도 해결하는가 보다.
애기가 들어선 것도 아닐진대
오늘따라 나물반찬이 먹고 싶었으니
마음 편케
내 먹고 싶은 거 내가 선택할 수 있음도 축복으로 생각할 밖엔
시장통 돌아 돌다보니 단골 보리밥집 이었나
일단은 좌정을 하면 철 양푼에 보리밥 한 뭉테기 던져지고
숭늉 한 사발에
옛날 된장국에 청양고추 잘게 썰어 열세 조각쯤 띄워 줬겠지
먼저
눈으로 나물종류를 검색하고
나물 놓기 전에
국산 닮은 참기름부터 넣을 진데
얌체는 아니라도
주인 해 놓은 행색으로 보면
참기름 병에 구멍은 낚싯바늘로 뚫었는지
참기름 몇 방울 칠라 치면
다섯 번은 흔들고 일곱 번은 쥐어짜야 하니
야바위
주사위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냄세만 맡으라는 건지
마음 같아선 뚜껑 열고 확 쏟아넣으면 좋으련만
무슨 기름에 철천지원수 진 것도 아니니
그 정도로 해두고 대들보 색깔 같은
밤색 고사리나물을 열 가닥도 넘게 넣고
씹히는 게 좋으니
한 가닥 정도는 덤으로 넣어주고
누가
고사리는 정력을 감한다고 피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정력 보강하여 변강쇠가 된들 어디다 쓸꼬
허니
입맛이 우선이요 정력은 뒷북이겠지
다음엔무얼넣을까 바람나
눈탱이 밤탱이 된 아낙에 눈두덩 같은
퍼런 시금치나물도 일곱 가닥쯤 넣고
누구 거시기 닮은 푸르죽죽한
가지나물도 다섯 가닥 넣어주고
분명히
채 썰기 기계로 작업해 놓은 무 나물도 끼워주고
이 땅에서 키워놓고
양배추라고 작명한 양배추 무침도 넣어주고
쬐금은
바다향기가 날듯 말듯 한 미역줄기 무침도 끼워주고
누구 손등에서 자랐는지 어느 고목에서 피었는지
거므스럼 한 버섯무침도 넣어보고
나 닮아
불쌍하고 가엾은 멀대 콩나물도 왕창 넣어주고
별로 좋아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봄이면 지천이 돗 나물이니
봄 향수 뿌린다 치고
돗나물도 딱 다섯 개만 넣어주고
된장국물 세 스푼 넣고
좌로 세 번우로 다섯 번
비벼 주고썩어 준 다음
침 한번꿀꺽 삼키고
한 스푼 먹어 보면크 좋을시고
봄이 입안에 피어나니
내 배도 금강산이요
숭늉 한 모금 삼켜 보면
눈알도 빙그르르 돈다
여기가 어디메뇨
천당이 별거더냐.
극락이 별거더냐.
배 불러 즐겁고 행복하면 천당이고 극락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