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시장 대전
최근 해외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중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구글 I/O회의(구글이 주최하는 전 세계 프로그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구글은 'Android One'이라는 초저가 스마트폰의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은 이 스마트폰을 ‘100달러 폰’이라 부르며, 5년 이내에 이런 저가 스마트폰 가격이 100달러에서 70달러, 50달러로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으로서는 슈미트 회장의 예측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힘들지만, 올해 중국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들의 가격은 사람들을 ‘확실히 놀라게 할’ 정도였다. 저가 스마트폰 전략을 고수해왔던 샤오미(小米)를 제외하고, 중화쿠리앤(중싱中兴、화웨이华为、쿠파이酷派, 리앤샹联想 4개 기업), 메이주(魅族)、스마티잔(锤子) 등의 기업들 역시 모두 저가폰를 내놓았는데, 스마트폰 1,000 위안 시장을 한번 열자 바로 참혹한 전쟁터가 되었다.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저가 스마트폰, 이런 낮은 가격이 가능한 배후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저가 스마트폰은 제조 기업 당사에게 어떤 근심을 안겨줄까?
2014년 한 해 이들이 펼친 전쟁과 몇 가지 중국 제조 기업의 상황을 통해 배후의 스토리들을 살펴보자.
1. 샤오미(小米): 저가전략의 샤오미, 소프트웨어 개발 투자의 위험을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저가'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운 샤오미는 '헝그리 마케팅(饥饿营销)'을 통해 올 2분기 총 15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중국 내에서 삼성의 판매실적을 추월하는 성과를 냈다. '헝그리 마케팅'은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갖고 싶은 물건이 없으면 더 갖고 싶은 소비자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애플을 꼽을 수 있었는데, 최근 샤오미가 이 전략의 성공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샤오미는 온라인 매장을 통한 판매전략을 고수하고 있는데, 인터넷 상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공급 물량을 의도적으로 부족하게 만들어 짧은 시간 내 완판시킴으로써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이러한 샤오미의 전술이 지금은 굉장히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샤오미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일단 특정 제품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기에 수요가 만족되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바로 자신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다른 경로를 찾아 떠난다. 스마트폰 시장에 샤오미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면서 필요한 시기에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되었을 때, 누가 컴퓨터를 켜서 샤오미 제품을 예약할 것이며 누가 필사적으로 샤오미 제품을 위해 줄을 서려고 할 것인가.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전자제품은 매 18개월마다 가격이 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6개월 후 샤오미의 제품가격은 16.6% 내려갈 것이다. 사실, 샤오미 제품은 6개월 후에도 여전히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저가'는 이윤을 희생시키기 때문에, 샤오미는 최종 마지노선을 정하고 출고량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약 샤오미가 실제 이윤을 공개한다면, 사람들은 (현저히 낮은 수치에) 놀랄지도 모르는 일이다.
샤오미 CEO 레이쥔(雷军) 역시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 샤오미의 이윤은 인터넷 서비스 분야로부터 온다”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몇 년 전 중국 저작권 총회에서 레이쥔은 '서비스 및 저작권 분야'가 샤오미의 미래에 더욱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었다.
따라서 레이쥔 회장은 앞서 영상 컨텐츠 분야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그 일환으로 최근 시나닷컴 총편집장 출신인 천퉁(陈彤)을 영입해 요쿠-투도우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어도 컨텐츠가 다채롭고 충분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샤오미의 최종 목표는 바로 '샤오미의 컨텐츠'로 돈을 버는 것이다. 또한 레이쥔 회장은 앞으로 3년 내 또 한 번의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클라우드서비스 업체인 진산윈(金山云)을 인수한 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는 'All In Cloud' 프로젝트를 실행할 예정이다.
샤오미는 앞으로 하드웨어 분야와 소프트웨어 분야 동시 개발을 통해 샤오미만의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여 안정된 수익창출이 가능한 달콤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연이어 대담한 투자를 시행하는 것 자체가 샤오미에게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욕망은 때로 가장 큰 위험이 되는 법.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길의 끝에 샤오미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 화웨이(华为): 진퇴양난[進退兩難] 그리고 대표 상품의 부재샤오미가 저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꽉 잡고 있긴 하지만, 강력한 적수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화웨이는 샤오미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견고한 기업 중 하나다. 화웨이는 상품 런칭에서부터 가격책정, 광고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화웨이의 위청동(余承东) 회장은 일찍이 '화웨이가 저가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장래성이 없으므로 중저가제품 생산에서 고가제품 생산으로의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올해에도 화웨이의 중심은 여전히 롱야오3C(荣耀3C) 등 1,000 위안 대 제품시장에 집중되었다.
사실 P6, P7 모델에서부터 올해 출시된 Mate 7까지, 화웨이의 중고가제품 라인은 일관성 있게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하드웨어 사양, 제품 디자인 등 어느 쪽을 보더라도 사실상 고급제품이라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정 상품의 유행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올해 화웨이의 'Mate 7'에 대한 평가가 좋았음에도 샤오미의 성장속도에 밀려 화웨이 제품의 포지셔닝이 애매한 위치에 놓여지고 말았다. 따라서 화웨이의 입지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애매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사용자들의 마음속에 화웨이라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며, 삼성의 '갤럭시' 라인처럼 "화웨이!"하면 딱 떠올릴 수 있는 대표 브랜드와 제품라인을 출시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현재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진 화웨이는 삼성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 비록 현재 삼성전자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삼성의 중저가제품들(Mega, Grand, Ace, Beam 등) 역시 힘든 상황에 있지만, 프리미엄 모델들은 여전히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Galaxy S, Galaxy Note 등 몇 개 기종들은 3,000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모델의 성공으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면 중저가 상품들도 후광효과를 얻는다는 단순한 시장논리를 인지해야 한다.
3. 메이주(魅族/Meizu): ‘의외’의 저가공략, 샤오미에 정면으로 맞서다!9월2일 ‘MX4’ 출시 1,799 위안
11월 19일 ‘MX4 Pro’ 출시, 2,499 위안
“디자인을 보니 iPhone6가 앞당겨 나온 것 같네. 좋은 상품들은 역시 늘 비슷하군. 근데 가격은 샤오미급이구만! 완전 저렴한데?”
올해 메이주는 의외로 ‘저가’라는 무기를 선택하긴 했지만, 아래 3가지의 혁신적 선택을 시행했다.
(1) 메이주의 황장(黄章) 회장은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능동적으로 외부 투자를 받아들임.
(2) 1,999 위안의 샤오미4를 겨냥하여 1,799 위안이라는 가격에 (처음에는 2,000위안이었지만) MX4 출시하였고 MX4 Pro의 출시로 중고가 시장을 노림. 2개월 내 연달아 2개의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메이주가 최초임.
(3) 알리바바와 전략적 협력을 맺는데 성공하여 YunOS 3.0를 기반으로 한 메이주MX4를 출시함.
메이주는 이러한 대범한 전략적 선택을 통해 시대를 앞서나가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모든 기업들이 모두 저가의 4G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경쟁하고, 단말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최고수준으로 떨어진 현재 상황에서, 메이주는 MX4의 가격을 1,799 위안으로 낮추어 가능한 빨리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했다. 이러한 저가공세로 메이주는 메이주만의 영역을 확보했고, 꽤 두터운 소비자 지지층을 얻는데 성공했다.
메이주는 MX4를 출시하면서 경쟁사 샤오미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했다.
“올해는 정말 내가 필사적으로 했다. 가격은 너보다 낮으면서 품질은 너보다 훨씬 좋으니 이제 어떻게 되는지 보자!”
하지만 메이주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생각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해 MX4의 예약량이 예상을 뛰어넘어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소비자들은 앞 다투어 구매하고, 예약하고, 장기간 또 기다리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샤오미 ‘헝그리 마케팅’의 결과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메이요우(煤油, 메이주의 열혈 팬)들은 메이주의 황장(黄章) 회장에게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고 불평을 했고, 이에 따라 MX4 Pro가 MX4를 대신해 출시되었다.
“MX4가 없다고? 그러면 MX4 Pro 사!”
2,499 위안인 MX4 Pro는 2K 해상도 지원, 지문인식, Hi-Fi 음질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바로 구매 가능했기 때문에 올해 MX4와 MX4 Pro 이 두 가지 스마트폰은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러한 점들로 보아 메이주는 올해 MX4 모델로 완판 신화를 쓰고, 계속되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고성능 고가의 MX4 Pro를 출시하여 메이주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메이주의 오프라인 매장들은 이미 샤오미를 압박하고 있고 따라서 샤오미의 앞날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고, 변화하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不变等死,变了找死)’ 라는 말이 있다. 메이주가 선택한 대담한 변화의 칼날이 메이주 본인을 향한 것인지 다른 기업을 향한 것인지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4. 스마티잔(锤子/Smartisan): 피 튀기는 저가 경쟁 속 어쩔 수 없는 가격 인하 카드 6개월 전, 어느 회의장에서 스마티잔 뤄융하오(罗永浩) 회장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혁신도 아니요, 창조도 아니요, 바로 ‘Tunning(결함을 바로 잡음)’이었다.
Tuning이라는 단어는 현재 뤄융하오 회장과 그가 내놓은 스마트폰이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성장, 제품 생산의 위험, 중국 인터넷 쇼핑몰 티엔마오(天猫)에서의 가짜 상품 판매 논란, 가격 인하 등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스마티잔은 모두의 관심을 받았고 결국 스마티잔은 ‘2014년 가장 논란이 된 스마트폰’이 되었다.
뤄 회장은 인터넷 상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아왔는데, 사람들은 ‘스마티잔의 제품이 동일한 가격대의 타사 제품에 비해 나을 것이 없는데, 뤄 회장은 그저 소비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말들을 하면서 관심만 끌려고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뤄 회장이 기업 스마티잔을 설립하기 이전부터 정부 비판적 인사들이 많이 참여했던 '뉴보왕'이라는 파워 블로그 운영자로 유명했고, 인터넷 상에서 원색적인 표현을 많이 써서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재 뤄 회장은 이러한 잡음들을 바로 잡기 위해 열심히 ‘Tuning’중이다.
스마티잔은 현재 가장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뤄 회장이 회사 설립 2년 만인 지난 5월 처음으로 저가형 스마트폰 '스마티잔 T1'을 출시했고 뒤이어 ‘T2’를 출시하며 중고가 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뤄 회장도 이후 스마티잔이 선택할 수 있는 출구는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중화쿠리앤과 샤오미 그리고 메이주와의 가격전쟁이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2014와 2015는? 샤오미와 화웨이의 육박전이든, 개혁을 찾아 떠난 메이주든, 발버둥치고 있는 스마티잔이든, 가격인하의 배후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고충이 있고, 앞서 말했듯이 해외 브랜드의 약세(대표적으로 삼성의 부진)와 중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증가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의 성장 기회를 이끌어냈으며 이제 시장점유를 위한 그 치열한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그렇지만 언젠가 중국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를 것이고, 이미 10월 스마트폰 전체 출고량이 감소했으며, 가까운 미래에 단말기 수익은 거의 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컨텐츠 서비스로 수익창출을 해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과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양위안칭(杨元庆) 레노보 회장은 미래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중국 내 시장이 포화되면, 미래 스마트폰 분야는 PC분야처럼 업계 통합의 과정을 거쳐 4개 또는 5개의 주요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고, 스마트폰 시장의 전쟁터는 중국이 아닌 이제 전 세계로 확대될 것이다.”
크고 작은 장애물들을 넘으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들, 이들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는 시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