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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서 무서운 그림3 (저자 나가노 교코)
이 그림은 리처드 레드그레이브의 그림인 가정교사임.
당연히 그림의 주인공은 가정교사.
전경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주인공인 가정 교사임.
뒤에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우울한 표정에 힘이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음.
왜 저렇게 축 처져 있는 것일까?
답은 가정교사가 들고 있는 편지에 있음.
자세히 보면 편지에 검게 장식한 띠가 보임.
누구나 쉽게 유추 할 수 있듯이 편지의 의미 = 부고임.
그렇게 되면 가정교사가 왜 검은 옷을 입고 있는지도 설명이 됨.
하지만 이 가정교사는 무슨 사정 때문인지 장례식엔 직접 갈 수가 없는 것으로 보임.
친지 장례에도 못 가는 빅토리아 시대 노동 환경이 처량함.
그리고 당연히 컴퓨터로는 보일리 없는 피아노 위의 악보의 곡은 <홈 스위트 홈>이라고 함.
존나 사람 놀리는 건가 싶을 정도.
전체적으로 이 그림은 가정교사에 이입해서 살펴 보면 세상에 나 혼자 처량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음.
애들은 뛰어놀고 피아노 위의 곡도 우리 집이 제일 즐거워 꺄르륵인데, 내가 입은 옷은 상복이고 내가 손에 든 것은 부고장이고 내가 있는 이 곳은 생판 남의 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향 살이 너무너무 서럽다 진짜
하여튼 화가는 이렇게 가정교사의 우울한 순간을 지극히 세밀하게 캐치해 캔버스 위에 펼쳐 놓았음.
그렇다면 실제 가정교사는 어떤 직업이었을까?
물론 현실도 극한 직업이었음.
그런데 가정교사가 극한 직업이었던 이유는 '교육의 어려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음.
이 그림의 원제는 [the governess]인데,
네이버 사전에 검색하면 단순히 과거의 여성 가정교사라고 나옴.
하지만 가버니스의 실제 뜻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상류층 가문에 입주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는 본인도 상류계급 출신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여성 가정교사'를 의미함.
일단 조건만 놓고 보면 딱히 나쁜 직업같진 않음.
대체 어디가 극한 직업...? 본인도 교육 잘 받았고 취직한 집안도 상류층이면 페이도 나쁘지 않겠고 좋아보이는데.
이런 생각을 한 여시가 있다면 일단 한 손을 높이 들고
자기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세요♡⁺◟(●˙▾˙●)◞⁺♡
정상적인 현대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의 사고 방식으론 교육을 잘 받은 상류층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임.
하지만 당대 빅토리아 시대는
상류층은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음.
특히 더더욱 여성은 노동과 거리가 멀어야 미덕이 있다고 여겨졌음.
단순히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도 되지만 그러면 흥미가 덜하니까 드라마로 설명해줌
괜찮아 난 설명충이니까
다운튼 애비라는 드라마 들어본 사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드라마는 세계대전 무렵의 어느 귀족 가문의 귀족들과 하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임.
그 드라마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옴.
이 사람이 저택의 주인인 그랜섬 백작인데 아들이 음슴.
딸만 셋임.
영국은 작위를 딸에게 세습할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계승 순위가 제일 가까운 남자 친척에게 가문을 물려줘야 함.
그게 바로 이 사람인데 아시발 존잘이다
이름은 매튜 크로울리인가 그럼.
하여튼 그랜섬 백작의 후계자가 이 사람인데 하도 대가 멀어져서 자기가 귀족 후계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살던 사람임.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예를 찾자면 조선 철종.
영국 철종.
드라마 철종.
아이언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글자가 아쉽다 아이언 맨일 수도 있었는데
아 시발 철종이라니 나 좀 유머감각 있는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생긴 남자는 인류의 보석이니까 한 장 더.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사람은 자기가 미래에 백작 후계자가 될 줄 몰랐기 때문에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음.
그래서 직업이 변호사임ㅇㅇ 못해도 중산층.
하여튼 내가 보기엔 백작 되기엔 모자람이 없어보이는 직업인데
매튜의 직업이 변호사임을 들은 백작은 어리둥절해 함.
여기까지는 뭐 그동안은 귀족과는 연이 없이 살았으니 그러려니 함.
하지만 매튜가 후계자가 되었음에도 일을 그만두지 않자 존ㄴㄴㄴㄴㄴ나 언짢아 함.
백작이 된 후에도 변호사 일을 계속 할 것 같이 보이자 그런 발상은 난생 처음 본다는 듯이 황당해 함.
이걸 보는 나 : 더 어리둥절.... 변호사가 뭐가 어때서.....
하지만 문제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아님.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
미래에 백작님이 될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노동을
하는게 문제였던 것.
실제로도 극중 그랜섬 백작은 직업이 음슴.
돈도 일해서 버는게 아니라 주식이나 투자로 돈을 벌어들임. 물론 그러다 투자 망해서 집안 말아먹을뻔도 하지만 하여튼 노동은 안 함.
왜냐면 존나 백작님이니까.
그렇다고 이 인물이 슈ㅣ밤 다 엎드려라 나는 퍼킹 백작이라고 하면서 오만떠는 캐릭터도 아님.
인품 훌륭한 캐릭터임.
하지만 노동을 하는 것은 안 됨. 귀족이거든. 귀족이 노동을 한다니 상상도 못 할 노릇이거든.
예전에 대선 때 연봉 1억이고 기득권이니 박근혜 찍는다는 빡대가리 하나 있었을때 댓글 반응이 다들 이랬지.
'연봉 받는 건 기득권이 아님. 연봉 주는 쪽이 기득권이지.'
이걸 영국식으로 옮겨쓰면 이렇게 됨.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일을 하는 순간 워킹클래스.'
귀족 정도면 아예 차원이 다른 세계인 것임.
더러운.... 부르주아 놈들....... 프랑스 혁명이 터질만 했네.....
하여튼 다운튼 애비는 세계 대전 시점이고 귀족의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진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임.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에피소드가 나올 정도라는 것.
물론 그랜섬 백작이 다소 옛날 스타일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어쨌던 1900년대 들어설때까지 귀족인데 왜 노동을 하지? 라는 관념이 존재했던 것임.
그렇다면 다시 가버니스 이야기로 돌아가서.
여시는 귀족집 딸이야. 독녀무남의 귀한 딸이라고 가정하자.
여시 어머니 아버지가 여시를 금이야 옥이야 길렀어.
그런 모부님이 여시가 가정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도록 내버려 둘까?
귀한 딸이 노동을 하게 둘까?
심지어 당시는 여성 인권이 내핵에 위치하던 시절이었지.
여자란 자고로 인형처럼 예쁘게 있다가 미혼일 땐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서, 결혼하면 남편의 보호 아래에서 집안의 천사처럼 있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음.
당연히 이런 시대라면 여시는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됨. 대부분의 상류층 딸들이 그렇게 살았을 것이고.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게 잘 풀리지 않지.
그래서 가버니스들이 있는 것이고.
위에서 가버니스들은 교육을 잘 받은 상류층 여성들이라고 했지.
하지만 그들은 결국 노동을 하도록 '내몰린' 존재들이었던 거야.
집안이 몰락하거나 그런 이유들로.
과거에는 노동을 할 필요가 없었던 존재들이 하루 아침에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된 것.
어떻게 보면 신분 하락임.
한중일의 민담같은 것을 보면 몰락한 상류층 딸들이 기생으로 전락하는 경우처럼.
정말 가버니스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음.
거기에 한 번 가버니스가 되면 다시 신분 상승을 할 기회는 적어졌는데
예전에 동급이었던 남성들은 가버니스로 '전락'한 지참금도 없을 여자들과는 만나지 않으려고 했고
신분이 낮은 남자는 가버니스들이 싫어했음. 자존심이 있으니까.
여성 스스로 신분 상승을 할 수 없는 사회 구조에서 가버니스들은 그렇게 내몰린 채 살아가는 방법 외엔 아무것도 없었던 것임.
그래도 18세기엔 가버니스들이 적은 편이었으니 그런 대로 체면은 유지할 수 있었음.
하지만 19세기엔 사정이 아주 각박해졌음.
남성들이 신대륙으로 떠나버리는 바람에 남녀의 인구비율이 불균형해졌고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져서 가버니스들은 노동 시장에 굴러다니는 존재가 되어버렸음.
참고로 제인 에어도 가버니스임.
이렇게 가버니스들이 많아지자 당연히 가버니스들의 고용비는 하락했고
결국엔 굳이 상류층이 아니라도 가버니스들을 고용해 부릴 수 있어졌음.
어떻게 보면 현대와 비슷한 것이 비싼 돈 들여서 고급 교육 마치고 나왔는데 노동 시장이..(아득)
하여튼 이런 과잉 공급된 가버니스들의 문제는 계속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고용된 집안에서의 위치였음.
다운튼 애비와 소설 핑거 스미스를 보면 알겠지만
당시는 진짜 골수까지 계급사회인 시대여서
집안 하녀, 하인들끼리도 계급이 철저하게 나뉘어 있음.
핑거 스미스에서도 주인공 수가 위장 하녀 노릇을 하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마굿간지기에게 먼저 인사하고 자기에게 나중에 인사한다고 요리사가 화내는 장면이 나옴.
계급이 거기에도 엄연하게 존재하니까.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 끼어들게 된 가버니스들은 어느 위치에 존재했을까.
어쨌던 이젠 귀족이 아니라 똑같은 월급쟁이 신세인데.
하지만 가버니스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집안 출신의 고오급 인력인데.
대체 어디쯤에 위치해야 좋은건지.
이런 어중간한 위치가 그녀들의 가장 큰 괴로움이었겠지.
귀족도 아니고 하녀도 아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어중간하게 살았던 수많은 가버니스들.
적어도 가정교사 외에 선택할 직업이 있었더라면 그런 괴로움을 겪으며 살지는 않았을텐데.
배운 여성에게 가정 교사 외의 직업을 용납하지 않았던 시대가 낳은 피해자들로 느껴짐.
마지막으로 덜 답답하라고 가버니스 출신 최고의 아웃풋을 소개합니다.
영국 아니고 폴란드에 어떤 가버니스가 있었음.
그 사람은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은 탓에 공부를 그만두고 가버니스 일을 하게 됨.
생기발랄하고 엄청난 지성을 소유했던 그 가버니스는 일하러 간 집안의 장남과 눈이 맞아 약혼을 하게 되었음.
하지만 남자의 집안에서는 가버니스와의 결혼을 반대했고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됐음.
실연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자살까지 생각하던 가버니스는 결국 일을 그만두고 파리로 가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이 마리 퀴리.
한 줄 요약 : 여성의 길을 막지만 않는다면 여성들은 뭐든 된다.
첫댓글 흥미로운 글이다 술술 읽히네
2 방금 일어나서 한 쪽 눈만 뜨고 있는데 다 봄
오 진짜 잘읽힘
와 마지막 소름 마리퀴리
난전생에 귀족이었나보다,, 조팔 일하기존나실흠
흥미롭게 잘봤어!
와 제인에어도알고 마리퀴리도 알아 적절하게 유명한사람? 영화나 예시들어주니까 글잘읽히고 쏙쏙 이해잘된당
와 마지막 소름 ㅋㅋㅋ
재밌어 글잘읽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