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에서도 개를 키우는 사람이 많다. 밖에 나가보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도 있고 개를 안고 다니는 사람, 유모차에 태워서 밀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띄고 심지어 개전용 차를 만들어 자전거로 드라이브를 시키는 사람도 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 더니 세상이 개판이 되고 보니 어느듯 개세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조선일보 주말섹션'아무튼, 주말'을 즐겨 읽는다. 첫면을 넘기면 왼쪽 세로 칼럼으로 나오는 '나는 강아지로소이다'가 재밌다. 지난 주말편을 한번 보자.
[인터넷에 어떤 사람의 사연이 올라왔다. 개가 혈변을 보기에 하루 입원시켰는데 진료비가 133만원 나왔다고 했다. 그 사람이 올린 진료 내역서를 보면 각종 혈액 검사비가 수십만 원인데 채혈비 6050원을 따로 받았고, 혈압 측정비도 2만4200원이었다. 수액 비용은 물론 수액 연결줄값 1210원까지 받았다. 사람들이 흥분해서 어느 병원인지 공개하라고 성화였다. 글쓴이는 “병원명을 공개하면 의사가 법적 대응하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받을 돈을 받았다면 뭐가 무서워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난 3월 한 신문에서 두 살짜리 몰티즈 슬개골 탈구 진료 비용을 전국 12곳 동물병원에 문의해봤다. 45만원 든다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200만원 내라는 병원도 있었다. 증상이 재발했을 때 재수술 비용을 미리 받아야 한다는 곳도 있었다. 중성화 수술 비용도 병원별로 19만원에서 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러니 동물병원 몇 번 다녀와서 개 이름을 ‘샤넬이’로 바꿔 부른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다.
아무리 정해진 동물 진료비가 없다 해도 같은 치료 해주고 네 배나 더 받는 건 너무 심하다. 임대료 비싼 동네에 주차장 넓고 시설 쾌적하니 그렇다고 할지도 모른다. 커피도 길거리 990원짜리부터 1만원짜리 핸드드립이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병원이 아니라 가게이고, 의사 아니라 개장수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영국에 있을 때도 영국에서 돈을 제일 잘 버는 직업이 무엇인가?하고 물었더니 이웃인 영국사람이 수의사라고 했다. 자기 아들도 수의과대학에 다니는데 졸업을 하고 나면 돈방석에 앉을 거라고 했다. 영국서는 좋은 말을 얻기 위해서는 수의사가 혈통이 좋은 말을 골라 교접을 붙이는데 수입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에 들었으니 수의사들이 한몫 잡을 때도 됐다. 전라도 어디에선 지자체에서 개장례식장과 개묘지도 만들어 놓고 있다고 얼마전 신문 기사에서 본 적도 있다.
국힘 대선 후보 윤석렬이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했다가 반대 새력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다. 사실 전두환시대는 살기가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란 국민을 잘 먹이고 잘 살게 하는 게 제일 큰 덕목 아닌가? 그 땐 태풍도 불지 않아 풍년이 들었다. 시대를 잘 만난 탓이었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던 전여옥도 그 말이 뭐가 잘못 됐냐고 되묻는다. 대한민국을 대통령 혼자서 끌고 가나? 지금처럼 혼자서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골라 하인 부리듯 하니 시스템이 있어도 제대로 안돌아 가 부동산정책 같은 것은 스물 대여섯번씩이니 엇박자를 내고 있다.
사과할 사항도 아닌 것을 사과하라고 우기니 개한테 사과를 준 모양이다. 사과하기 싫다는 뜻으로 '사과는 개한테나 줘라'는 식이다. 이름하여 '개사과'다. 개가 사과를 좋아하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예전에 시골살 때 똥개를 키웠지만 그 때는 제사때나 한쪼가리 맛볼 수 있는 사과를 개에게 주다니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다. 세월이 변해서 개의 지위향상과 견격(개의 인격)을 존중해서 사과를 갖다 바치고 청와대에선 식용금지 법안도 만들려고 하는 세상이다. 이러다간 나라 전체가, 개의, 개에 의한 개를 위한 견주주의로 나아가지 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