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책 읽는 부천, 신나는 도서관, 꿈꾸는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올해 여섯번째 개최한 '도서관 문화한마당' 행사였다. 행사장인 시청 앞 광장에는 무려 수 천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운집했다. 시민들은 주로 자녀와 손잡고 나온 가족단위거나 청소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준비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책 읽는 도시, 문화시민의 자부심을 마음껏 누린 하루였다. 통상 동원된 주민들로 치러지는 지자체의 다른 행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문화도시 부천의 저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책읽는 富川' 꿈꾸는 도시
이 같은 성황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동안 부천은 민간인들이 중심이 되어 '작은도서관 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부천지역작은도서관협의회가 그 모습이다. 협의회라야 12개 작은도서관이 전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도서관보다 알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도서관은 한결같이 주민친화적인 '동네도서관'이다. 동네마다 놀이터와 같은 도서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쉽게 다가오게 하기 위함이다. 각 도서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주민 눈높이에 맞게 배려했다. 이를테면 독서교실은 물론이고 '동화구연' '스토리텔링' '책 릴레이' '어머니독서회' 등이다. 굳이 큰 도서관을 가지 않아도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상호대차서비스도 완벽하게 구축했다. 민·관파트너쉽 체결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도서관은 민간이 운영하되 운영비는 시가 부담해 상호 예측가능한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곧 효율성을 높여 작은도서관의 활성화를 꾀했다. 사서들도 큰 몫을 했다. 하나같이 사서들은 임시직이라는 이유로 최저생계비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이만한 성과를 가능케 한 것이다. 마땅히 치하하고 배려가 있어야 할 부분이다.
아무튼 작은도서관 운동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 부천은 '아이들과 어머님들의 책 읽는 소리가 가득하다'고 자부할 정도다. '책 읽는 도시' 선포문에서 "분명 책을 읽으면 우리의 인생이 달라지고 우리의 동네가 신이 나고 우리의 도시가 행복해진다"며 "도서관이 신나면 마을이 행복하고, 도시가 신나는 꿈을 꾼다."고 선언했다.
이에 반해 인근 인천시는 작은도서관에 관한 한 황무지나 다름없다. 인천 역시 작은도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어린이도서관이 그것이다. 부평구에 7곳을 비롯해 모두 10곳이 있다. 이들 도서관은 말이 도서관이지 개인문고 수준에 불과하다. 본래 주부들이 아이에게 동화를 읽히기 위해 동화공부모임이 발단이 되어 설립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인천시와 구청의 무관심으로 도서구입비, 인건비 등을 자체 조달하는 형편이다. 부천시가 지원하는 작은도서관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최근 인천시의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실적을 봐도 그렇다. 금년도 7월말 현재 인천은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로 총 3천821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의 1.2%, 대구의 10%수준으로 낮은 금액이다.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실적이다. 인천시가 '문화불모지'라는 불명예를 여실히 확인되는 대목이다.
仁川도서관, 무늬만 도서관
이제 부천은 문화도시라는 자부심에 '책읽는 도시'의 영예를 추가해도 손색이 없다. 이 분위기를 이끄는 것이 '작은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꿈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역할을 충분히 한다. 일찍이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어린 시절 동네 도서관이었다"고 한 것처럼 부천은 미래를 위해서 어린이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작은 도서관 운동의 성공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전문인력 및 자원봉사 확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작은도서관'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