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 승소하고도 전체 재산권 회복 못 해…2025년 강제집행으로 일부 층만 확보
김재국 부의장 “소송 상황 보고에 그쳐선 안 돼…명도·징수·처분·활용대책 마련해야”
시민재산 장기간 활용 못 하고 관리비용까지 발생…이천시 공유재산 관리체계 도마 위
[배석환 기자]=이천시가 소유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 일부 시설이 임대계약 종료 후 6년이 넘도록 무단점유 상태에 놓인 가운데, 변상금과 가산금 등을 포함한 체납액이 5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시가 건물 명도소송에서 승소하고 강제집행까지 진행 했지만 아직 일부 시설에 대한 점유가 계속되면서, 시민 소유 재산을 장기간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이천시의 공유재산 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는 이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재국 부의장이 관련 부서를 상대로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의 무단점유와 체납액 회수, 향후 재산 활용대책을 집중적으로 따져 묻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2020년 계약 끝났는데 일부 시설 점유 계속
행정사무감사 답변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의 공유재산 임대계약은 2020년 3월 31일 종료됐다.
그러나 계약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 측이 일부 시설을 인도하지 않으면서 무단점유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26년을 기준으로 계약 종료 후 6년이 넘었지만 이천시는 여전히 건물 전체에 대한 완전한 점유권과 재산권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천시는 그동안 건물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며, 판결 이후에도 자진 인도가 이뤄지지 않자 형사고발과 강제집행 등 법적 절차를 추진해 왔다.
2025년 강제집행을 통해 일부 층에 대한 점유권은 회복했지만, 행정사무감사 회의 내용에 따르면 현재도 일부 공간에 대한 점유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소송에서 승소하고도 전체 건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산금 포함 체납액 50억7,450만원
더 큰 문제는 장기간의 무단점유로 발생한 체납액이다.
담당 부서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과 관련한 체납액이 가산금을 포함해 현재 50억7,450만 원에 이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는 무단점유 기간에 부과된 변상금과 체납에 따른 가산금 등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장부상 체납액이 50억 원을 넘어섰다고 하더라도 실제 체납자의 재산 상태와 징수 가능성, 법적 다툼 여부 등에 따라 전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천시는 단순히 체납액을 부과하고 독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채권 확보와 재산조회, 압류·추심 등 실제 징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시민과 의회에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차례 지적에도 장기 미해결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 문제는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처음 제기된 사안이 아니다.
이천시는 2024년 이천시의회에서도 임대계약이 끝난 뒤 임차인의 무단점유가 계속되고 있으며, 명도소송 승소 이후에도 건물 인도가 이뤄지지 않아 강제집행 등의 법적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2026년 3월 이천시의회에서도 월전미술관 관련 소송과 점유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그럼에도 계약 종료 후 6년이 넘도록 일부 시설의 점유가 계속되고, 체납액도 50억 원대로 불어나면서 이천시의 대응이 법적 절차를 보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한 것은 필요한 행정절차지만, 시민재산 관리의 최종 목적은 판결문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건물을 인도받고 체납액을 회수해 재산을 정상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시민재산 활용 못 하는데 관리비용은 계속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천시가 해당 시설을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최근 수년간 건물 관리와 관련한 비용을 부담해 왔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건물의 일부를 무단점유자가 사용하고 있는 동안 소유자인 이천시가 시설 유지와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을 계속 지출했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재산 사용에 따른 이익은 얻지 못하면서 비용만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연도별 관리비와 시설보수비, 공공요금 등의 규모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무단점유 기간에 이천시가 지출한 전체 비용을 공개하고 점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비용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단점유로 건물 전체를 활용하지 못해 발생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이천시가 입은 실질적인 재정 손실은 장부상 체납액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재국 “개인 건물이라면 이렇게 방치했겠나”
김재국 부의장은 감사에서 장기간 이어진 무단점유와 체납 문제를 지적하며 이천시에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 부의장은 “개인 소유 건물이었다면 50억 원이 넘는 체납을 안고 수년 동안 이런 상태로 둘 수 있었겠느냐”며 “삼청동 월전미술관은 이천시민의 재산인 만큼 소송 진행 상황만 반복해서 보고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 명도와 체납액 회수뿐 아니라 해당 재산을 계속 보유할 것인지,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까지 포함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당 공무원이 변경될 때마다 사건을 다시 파악하는 방식으로는 장기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전담 대응체계와 명확한 처리 일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월전미술문화재단과 체결한 기존 위·수탁 협약과 재산 기부 조건 등을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매각을 포함해 이천시민에게 가장 유리한 재산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기증재산이라는 이유로 처분 제약 있었나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 부동산은 월전미술문화재단이 이천시에 기증한 재산이다.
이에 따라 일반 공유재산과 달리 기증 당시 부여된 조건이나 재단과의 협약 내용이 재산의 사용·처분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천시가 해당 재산을 매각하거나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부 조건과 협약의 효력, 공유재산 관련 법령, 재단과의 권리관계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기증재산이라는 특수성이 장기간의 무단점유와 체납을 사실상 방치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처분과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면 이천시는 계약 종료 이전부터 발생 가능한 분쟁을 예측하고, 계약 만료 즉시 건물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보증금과 담보, 원상회복, 강제집행 관련 장치를 보다 촘촘하게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송 중심 사후 대응…사전 관리 부실 여부도 살펴야
이천시는 계약 종료 후 명도소송과 강제집행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법적 절차를 밟았는지만으로 행정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임대계약 종료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계약 만료 전에 건물 인도계획을 마련했는지, 무단점유가 시작된 직후 변상금 부과와 강제집행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는지, 체납자의 재산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제때 취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또 일부 층만 강제집행이 이뤄진 이유와 나머지 공간의 집행이 지연되는 원인, 전체 명도 완료 예상 시점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체납액이 매년 증가하고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기다리는 것은 적극적인 공유재산 관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명도·징수·활용 아우르는 종합대책 필요
이천시가 우선 마련해야 할 대책은 전체 건물의 명도 완료 시점과 단계별 강제집행 계획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50억7,450만 원에 이르는 체납액의 구성과 연도별 부과 내역, 체납자의 재산 상태, 압류·추심 현황, 실제 회수 가능 금액도 점검해야 한다.
무단점유 기간 이천시가 부담한 관리비와 시설보수비 등 추가 지출 내역도 별도로 산정해 점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건물 인도 이후에는 단순히 기존 방식으로 다시 임대할 것이 아니라 이천시가 서울에 부동산을 계속 보유할 필요성과 공익적 활용 가능성, 유지관리 비용, 임대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매각이 시민에게 유리하다면 기부 조건과 관련 법률을 검토해 처분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반대로 문화공간이나 이천시 홍보·교류시설로 활용할 공익적 가치가 있다면 구체적인 운영주체와 재원, 수익·비용 전망이 포함된 활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공유재산은 담당 부서의 재산 아닌 시민의 재산”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 사태는 단순한 임대차 분쟁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다.
계약이 끝난 지 6년이 넘도록 일부 시설의 무단점유가 이어지고, 체납액이 50억 원을 넘어선 상황은 이천시의 공유재산 관리와 채권 회수체계에 허점이 없었는지를 되짚게 한다.
특히 이천시가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에도 전체 점유권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법적 조치 중’이라는 설명을 넘어 명도 완료와 체납액 회수, 재산 활용까지 이어지는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김재국 부의장이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요구한 것도 단순한 책임 추궁이 아니라 더 이상의 시민재산 손실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출구전략이다.
이천시가 삼청동 구 월전미술관 문제를 또 하나의 장기 소송사건으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명도·징수·처분·활용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공유재산 관리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시민과 의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