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가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그래도 댓글 단 사람들은 하나같이
완전무장 하고 호포역에 모였다.
모두 하나같이 눈만 빼꼼 나왔다.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신기하게 날씨가 추운데도
모두 칼 처럼 제 시간에 도착을 했다.
드디어 산행시작이다.
범초 샘이 앞에 서고
배혜경 샘이
뒤쳐지는 사람들을 알뜰살뜰 챙겼다.
뒤쳐져 가는 사람이 미안해 하자 대뜸 그러신다.
"같이 가는게 즐겁지 뭐가 미안하냐고 하신다."
역시 산을 다니시는 분은 다르다.
추위는 어느새 저만치 날아가고 마냥 즐겁고 유쾌하다.
나는 역시 운동 부족이다.
헥헥 거리며 뒤쳐져 꽁무니만 보고 겨우 따라 간다.
뒤에서 헥헥 거리며 겨우 따라가는데
선두에 선 범초 선생님
쌩쌩 앞만 보고 달려가신다.
그래도
산은 따뜻함 엄마 품 같다.
칼바람이 그렇게 불던 산 아래와는 달리
산은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하다.
용기 있는 자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더니 맞는 말이다.
역시 용기 있게 이불 박차고 나왔더니
정말 잘했다 싶다.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문만 열고 나가도 춥다며
엄살을 떨었을텐데...
미스포트가 중간쯤에서부터 가방을 바꿔 준다.
가방에 뭐가 든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무거운건지..
염체 불구하고 바꿔 멘다.
몸이 가뿐해져 산에 오르기가 조금 수월했다.
그때부터 산에 동요되어 산이 내가 되고
내가 산이 된다.
먹는 시간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여기 저기 가방 속에서
간식들이 마구 쏟아진다.
밀감, 육포, 초코렛, 무화과, 쫀듸기(맞나?)...
간식을 먹고 나니 힘이 난다.
다들 똑 같은 마음인가 보다.
모두 잘도 올라간다.
박지현 선생님께서 그러신다.
"햇별은 색깔을 언어로 글로
표현이 잘 안 되는 아름다운 색이라고"
맞는 말이다.
올라가는 길에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은
무엇으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눈 쌓인 길이 나온다.
아래에선 통 볼 수 없었던 눈이다.
반가웠다.
메나리 선배님이 눈을 잡았다.
“우와! 보석같다.”
눈 알갱이가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걸 보고 누군가 말했다.
“난, 소금 같다.”
누군가는 눈 알갱이가 소금으로 보인단다.
이렇게 사람 눈은 천차만별 이다.
산 능성이 보이자 칼바람이 분다.
산 위에 바다가 있는 듯
바람소리가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
우리 일행은 정상을 가지 않고 연인들이 걸으면 좋은길
S자 길로 접어 들기로 했다.
S자 로 가기 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겠기에
만찬이 펼쳐진다.
메나리 선배님이 족발과 매생이국을 끓여오고
소산선배님은 충무 김밥을 싸 왔다.
하지만 아무리 진수성찬도 추위앞에선 꼼짝마다.
어찌나 손도 시리도 발도 시린지 장갑을 끼고도 젓가락이 잘 안된다.
후다닥 점심을 개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추워서 모두 벌벌 떨자 배혜경 샘이 장갑을 꺼내 놓으신다.
역시 산악인 포스다.
모두들 제대로 준비를 못했을까봐 만반의 준비를 했단다.
배혜경 샘 가방은 요술 가방처럼 말만 하면 다 나올 태세다.
금정산 아름다운 절경이라는 S자는 몽롱한 상태였다.
통과다.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가 봐야 겠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노포동 주점으로 갔다.
주인아저씨가 재미있는 분이었다.
자칭 18번 웨이터 오빠라고 불러 달라고 하신다.
아저씨나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혼을 내시며 오빠라고 불러라고 하는 바람에
모두 오빠로 부르는 재미가 있었다.
산에서 추위에 떨며 먹을때 간절했던
오뎅탕과 두부김치와 막걸리로
따뜻하게 몸을 녹였다.
김문홍 선생님께서 수상 기념으로 주점 계산은 하셨다.
다음코스로 노래방을 갔다.
메나리 선배님이
후배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기꺼이
노래방과 술 음료를 제공해 주셨다.
오늘 하루 선배님들께서 편하게 대해 주셔서
후배들이 즐겁고 재미난 시간 보낼 수 있었다.
오랜 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김문홍 선생님 다시 한 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사진이 없는 관계로 미스포트가 사진 제공을 했습니다.
뒷풀이 사진은 선생님 일기에서 빌려 왔습니다.^^
첫댓글 폰 밧데리가 다 떨어져서 4장 밖에 못 찍었어요. 추운 날 함께 한 산행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에요. 김문홍 선생님 흥에 겨운 춤사위, 오오~ 가수 뺨치는 배혜경 선배님 노래 들은 건 생각치도 못한 행운이에요!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든 것을 보듬어 주는 산처럼 우리 아동문학인들도 선배가 후배를 후배가 선배를 위하고 배려하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산행 함께 하여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후배 , 3월에는 몇 사람 모아서 가덕도 종주 해보자!
가덕도 종주 한 번 합시다
가덕도 종주 좋습니다. 봄맞이 산행으로 제격이겠지요. 3월 첫째주 일요일(6일) 어떨까요? 미리 날짜를 정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월 6일 되기 전에 미리 올려주길! 나도 메모해둘게. 감사! 건강하게 지내고 만나길!
산에 가서 많은 생각을 얻었네. 앞으로도 운동 자주해서 건강 유지하길..
맹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용사들이네요.
좋은 시간 보내었다니 보기 좋습니다.
90년만에 처음 찾아온 부산한파라지만 장비까지 나눠주며 뒤처질까 챙겨주는 선배님 속깊은 배려와 등밀어 주는 후배의 사랑 덕분에 어느때보다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혹한기 훈련을 이겨내고나니 올 한 해 거뜬히 이겨낼 자신이 생기네요. 좋은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골이 고향이다보니... 그 때 느꼈던 손시림이...ㅠ ㅠ 정말 추위를 이기려면 움직일 수 밖에 없었지요.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었네요. 함께하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떨면서 먹는 점심시간 정말 잊지 못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