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는 메말랐고 식물도 거의 자라지 않았으나 험한 지형은 아
니었다. 오후 한시가 되었을 때 이준석은 피터슨의 연락이 끊긴
지점에 접근하고 있었으니 여덟 시간에 오십사 킬로미터를 주파
한 셈이다.
풍화되어 만지기만 해도 부서지는 바위 옆에 엎드린 이준석은
망원경을 눈에 댔다. 앞쪽은 삼면이 낮은 구릉으로 가려진 분지
였는데 한쪽은 그늘이 져있었다. 삼면의 한쪽이 언제나 햇살을
가려줄 것이므로 낮에 쉬기에 적당한 장소였다.
거리는 일 킬로미터 정도여서 초점을 맞추자 분지 안이 렌즈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마른 풀잎만 서너 군데 뭉쳐져 있을 뿐 분지
안은 비어 있었다. 사람의 흔적은 눈에 띄지 않았으므로 그는 분
지 위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 순간 반짝이는 물체가 보였다. 긴장한 이준석은 망원경의
렌즈 뚜껑을 닫고는 옆에 내려놓은 드라구노프를 집어 스코프에
눈을 붙였다.
렌즈의 배율이 조금 더 높은 것이다. 그러자 스코프의 십자형
눈금 위로 사각형 알루미늄 케이스가 談혀졌다. 탄창 외부는 검
은칠을 했지만 내부의 흰 바닥이 햇빛에 반사되었던 것이다.
탄창은 30발들이 휘어진 것으로 아카보도 사용하지만 특수부대
기관총에도 장전할 수 있다. 이준석은 무전기의 스위치를 켰다.
노튼과 헤어진 후 여덟 시간만의 교신이다.
"여긴 레드, 본부 나와라.'
"본부다. 레드, 무슨 일이냐?"
금방 노튼의 목소리가 울렸으므로 이준석의 마음이 가라앉았
다. 여덟 시간 동안 말 한마디 안 했고 사람 구경도 못한 때문인
지도 모른다
"A지점에 와 있다. 그런데 30발들이 탄창이 떨어져 있어. 다른
흔적은 없다. "
"빌어먹을 놈의 위성, 담배꽁초도 찍어 보낸다고 하더니 개자
식 들.'
"이곳에서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위치를 잡고 있는가?"
'건 세 시간 전부터 액션스타가 되어 있어.조금 지리하긴 하지
만 네 영화를 보고 있었다. '
위성에서 이준석을 찍고 있다는 말이다.
"그쪽으로 갈 테니 앞뒤를 잘 살펴줘."
"걱정마라, 레드.'
무전기의 스위치를 끈 이준석은 몸을 일으켰다. 한낮이었고 노
출되어 있었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앞에 총 자세로 분지까지의 일 킬로미터는 지나온 십 킬로미터
보다 더 힘이 들었다. 저격병이 숨어 있다면 한발에 끝장날 위치
였던 것이다.
비오듯 땀을 쏟으며 분지의 위쪽으로 다가가던 이준석은 곧 탄
창주변의 모래속에 박혀 있는 수십 발의 빈 탄피를 보았다 그리
고 발자국도 보였다. 가로줄이 크게 난 발자국 십여 개에 바닥이
평평한 샌들 자국도 있다.
그 순간 무전기가 울렸으므로 이준석은 웅크리고 앉았다
"레드, 네 좌측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
노들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이준석은 아예 모래땅에 엎드려 무
전기를 귀에 댔다.
"움직이는 물체라니? 사람이야?"
"아직 선명하지 않아_풀뭉치 같기도 하고.하지만 움직였어.분
명히."
입맛을 다신 이준석이 오른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밋밋한 구
릉이 펼쳐진 메마른 땅이 시야에 펼쳐졌다.
"레드,그쪽에서는 안 보이나? 풀뭉치 같은 것이. 거리가 이 킬
로미터쯤 될 것이다. '
"안 보여.그리고 나한테 물을 바에는 그놈의 위성을 끄던지."
이준석이 뱉듯이 말하자 숨결에 먼지가 일어났다.
드라구노프의 개머리판에 帶을 붙인 이준석은 망원렌즈에 는
을 대었다. 초점이 맞춰진 렌즈 안에 곧 오백 미터 전방의 구릉이
손에 잡힐 듯이 드러났다.
몸의 뒷부분 전체가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아 후끈거리고 있었
지만 오그릴 형편이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망원렌즈를 옆쪽으로
이동시켰다. 이것은 총구를 옮기는 것과 같다.
그 순간이었다. 왼쪽 볼에서 십 센티미터도 안되는 곳의 바위
가 부숴지면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마른 공
기를 가르며 총성이 울렸다. 이준석은 무의식중에 몸을 굴렸다.
그러자 다시 앞쪽의 땅바닥에 둔탁한 충격이 일어났고 돌이 튀었
다. 총성은 그 뒤에 들렸다.
"어, 앞쪽에 사람이 있다! 둘이야!"
한 손에 쥔 무전기에서 노튼이 아우성치듯 소리쳤을 때 이준석
은 구릉의 튀어나온 부분 밑에서 반짝이는 빛을 보았다.
렌즈의 반사광이다. 이제는 서너 발의 총성이 한꺼번에 울렸는
데 총알 몇 발은 머리 위의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며 스쳐갔다.
이준석은 튀어나온 바위 옆에 엎드렸다. 그리고는 반사광이 보
인 쪽을 향해 드라구노프를 겨누었다. 날아온 총탄 두 발이 바위
에 맞았고 다음 순간 이준석은 렌즈 안에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마른풀을 뒤집어쓴 아랍인이다. 그도 이쪽을 보고 있었는데 얼
굴 반쪽은 소총의 망원렌즈로 가려져 있다. 거리계의 숫자는 5麗
미터이다. 십자형 눈금 위에 사내의 얼굴을 올려놓은 이준석은
총신을 조금 내렸다. 드라구노프는 170센티미터 신장의 사람을 기
준으로 눈금을 그려 놓았으니 저 아랍인의 지금 신장은 30센티미
터로 봐야할 것이다.
초점을 사내의 감긴 한쪽 눈에 맞춘 그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머리끝에 화끈한 느
낌이 왔고 머리칼 타는 냄새가 났다.
이준석이 부드럽게 방아쇠를 이단으로 당기자 드라구노프는
요란한 총성과 함께 총구를 조금 떨었다. 흘러내린 땀에 눈이 따
가웠으나 이준석은 망원렌즈에 붙인 눈을 때지 않았다.
다음 순간 그는 렌즈의 바깎쪽에 피가 묻는 듯한 느낌을 받았
다. 아랍인의 한쪽 얼굴이 피를 튀기면서 부서졌고 그 자세 그대
로 땅바닥에 턱을 부딪치며 가라앉았는데 아직도 소총은 그대로
겨눈 모습이었다.
이준석은 소총을 쥔 채 다시 몸을 굴렸다. 총탄 한 발이 날아왔
으나 어디로 흘렀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왼쪽이야!"
무전기에서 노튼이 소리쳤으므로 이준석은 구르는 것을 멈췄
다 망원렌즈로 왼쪽을 훌었지만 저격자는 보이지 않았다. 저쪽은
이제 총을 쏘지 않는다.
"왼쪽 어디야?"
허덕이며 이준석이 묻자 노튼이 더 헐떡이며 대답했다.
"등근 풀더미에 쌓여 있어서 발만 드러났다!"
위성으로 보고 있었으니 뻗쳐진 발만 보인 것이다. 다시 왼쪽
으로 걷던 이준석은 등근 마른 풀더미를 보았다. 그러나 전혀 사
람 모습도 총신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는 S3F미터였다. 재빨리 그는 등근풀의 아래쪽을 겨누고 연
속장치의 레버를 젖혔다. 그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1"
다섯 발을 그 자세 그대로 쏘았을 때 풀더미가 옆으로 구르면
서 사람의 온몸이 드러났다 늘어져 있었는데 머리는 온통 피범
벅이다.
"신분증도 없고 주머니에 든 것은 마른 빵과 탄창 하나뿐이 야."
바위 밑에 쭈그리고 앉은 이준석이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한 놈이 물통을 세 개나 차고 있는 걸 보면 이곳까지 먼 길을
온 것 같다. 나처럼."
"근처 오 킬로미터 사방에는 생물이 없어."
노튼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눈이 빠지도록 보았어. 레드.'
"발자국이 끊겨져 있지만 이 두 놈은 남쪽에서 왔다. 난 남쪽으
로 내려간다. "
"앞으로 삼십 분 후면 위성이 지나가게 되어서 열두 시간 후에
나 볼 수가 있어, 레드."
"알고 있어. 그동안 넌 술이나 마셔."
"고맙군, 레드. 그곳은 밤에는 춥다. 조심해."
무전기를 끈 이준석은 지친 몸을 일으켰다 긴장이 풀린 때문
인지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 왔고 아직도 강한 햇살로 머리가 어
지러웠다.
분지를 벗어난 그가 남쪽으로 오 킬로미터쯤 내려갔을 때였다.
이쪽은 땅바닥이 딱딱해서 걷기가 편했는데 대신 굴곡이 심한 지
역이었다. 작은 골짜기로 들어선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손바닥만한 도마뱀 한 마리가 죽어 있었던 것이다. 몸통이 짓
이겨진 도마뱀의 피는 말라붙어 있었지만 아직 붉은기가 났다.
그리고 발자국이 몸통 옆에 찍혀 있었다. 사람에게 밟힌 것이다.
"이봐, 본부. 들리나?"
무전기의 스위치를 켠 이준석이 낮게 물었지만 잡음만 났다.
"이봐, 노튼, 들리나?"
다시 말했으나 잡음이 계속되었으므로 그는 스위치를 껐다. 골
짜기 안은 그늘이 져 있었지만 열기와 함께 썩은 냄새가 났다. 공
기의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드라구노프를 등에 둘러멘 채 이준석은 허리에 찬 베레타를 꺼
내 쥐었다. 미 군용으로 33구경에 탄창에는 15발이 장전되어 있다.
골짜기 안에서는 권총이 유리한 것이다
그가 안쪽으로 백 미터쯤 들어가자 골짜기의 폭은 오십 미터
정도로 넓어졌는데 양쪽 구릉의 높이는 삼십 미터 정도였다. 그
러나 골짜기 안은 사방에 바위가 널려 있어서 위성이 바로 위를
치난다고 해도 사람을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낮은 바위를 마악 돌아갔을 때였다. 앞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그가 몸을 굳힌 순간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손을 들어라."
이준석은 이를 악물었다. 목소리와 함께 몸을 굴리려는 충동이
일었으나 본능적으로 억제한 것이다. 그만큼 목소리는 너무 가까
웠다.
"자, 네가 쥔 총을 떨어뜨리고, 어서."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준석은 손에 든 베레타를 떨어뜨리고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앞쪽 바위 뒤에서 아람인 세 명이 아카보 소
총을 겨누고 나타났다. 모두 넝마 같은 로브를 걸치고 있었으나
눈에는 살기가 떠있었다.
"자, 돌아서라,'
뒤에서 다시 말했고 이준석은 몸을 돌렸다. 순간 그는 눈을 치
켜떴다.
앞에 선 사내는 사드였던 것이다. 그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가 곧 입술을 비틀고 웃었다.
'대위, 네가 이곳에 나타나다니."
그는 낡은 로브 차림이었는데 손에 쥔 권총으로 이준석의 머리
를 겨누었다.
'그렇지. 이젠 네가 CIA의 앞잡이가 되어 있다는 걸 잊고 있었
다. "
권총의 검은 총구가 이준석의 이마에 직선으로 놓여졌다. 이준
석이 사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왜 뜸을 들이는구나, 사드."
그가 입술 끝만 올리고 웃었다.
"그런데 어쩌지?난조금도 겁이 안 나니 말이야.'
사드가 따라 웃었다.
'내가 살려줄 것 같다고 생각하나?"
그 순간 총성이 골짜기를 울렸고, 퍼뜩 눈을 치켜떴던 이준석
이 다시 턱을 들었다. 총알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사드가 다시
웃었다.
"놀라긴 하는군, 대위."
총을 내린 그가 둘러선 사내들에게 말했다.
"이놈은 보통 놈이 아니다"
이준석이 끌려간 곳은 미로처럼 얽힌 골짜기의 끝부분이었다.
잡힌 곳에서 삼 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곳이었는데 골짜기는 수십
개로 갈라져 있는데다 구부러져 서 빙빙 도는 것 같아 보였다.
사드의 무리는 십여 명으로 막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골짜
기 위쪽의 태양은 이미 서쪽으로 깊게 기 울어져서 하늘빛은 회색
이었다.
"하마니는 남쪽으로 내려갔다. "
사드가 앞장을 서면서 이준석에게 던지듯이 말했다.
'내 추측이지만 백 킬로미터쯤 남쪽에 있을 것이다. '
골짜기를 나온 십여 명의 무리는 일렬로 걸었는데 사드가 선두
였고 양손을 뒤로 묶인 이준석이 두 번째였다 사드가 힐끗 이준
석을 돌아보았다.
'대위, 미해군의 정예 특공대원 열네 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
나?"
잠자코 시선을 돌리는 이준석을 보자 그가 빙긋 웃었다.
"리비아의 산악 저격병한테 모두 당했어.사방이 트인 고지에
서 공중 지원도 없이 달려든 특공대 원은 저격병의 멋진 식사감이
Xl ."
"그렇다면 시체는 어디 있나?"
참다 못한 이준석이 묻자그가 다시 웃었다.
"고지에는 무수한 골짜기가 있어, 대위. 천연 묘지와 같다"
'그가 저격병을 끌어들였군."
"천만에. 하마니가 끌어 들였어."
'내가 둘을 죽였다. "
"허어, 아직도 그쪽에 남아 있었나? 모두 하마니를 따라간 줄
알았는데.'
사드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제 태양은 서쪽 지평선 밑으
로 내려갔고 대지는 짙은 그림자에 덮여 있었다.
'너희들 위성이 돌아오려면 앞으로 열 시간은 더 있어야겠지.
그렇지 않나?"
"통신이 두절되어도 그쪽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대
위,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니까."
'넌 뭐든지 다 알고 있군.'
'네 약혼자가 하마니의 정부가 되어서 따라가고 있다는 것도
안다"
어금니를 문 이준석을 다시 바라본 사드가 생각난 듯 물었다.
"요시에라고 했던가. 일본 여자. 네가 건드렸나? 대위?"
"개자식이라 할 수 없군."
"말상대가 생겨서 다행이다. 게다가 인질도 되겠으니."
정색한 사드가 걸음을 빨리했으므로 뒤에 선 부하가 총구로 이
준석의 등을 밀었다.
"CIA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넌 CIA용 인질이다. 대위."
앞을 향한 채 사드가 말만 던졌다.
"하지만 걸리적거릴 펀 가차없이 죽여버리고 갈 테니까 명심하
도록."
깊은 밤이었다.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달은 없다. 고지의 밤은 써늘했다. 서서히 식어가던 대기는 밤 열
두시가 가까워지자 드러낸 피부가 시리도록 추웠다.
강행군을 하는 중이어서 다섯 시간이 넘도록 한번도 쉬지 않았
던 대열은 사드의 지시로 낮은 언덕 밑에 둘러앉았다.
사드는 앞쪽으로 두 명을 정찰 보내고는 무전기를 귀에 댔다.
그의 부하들은 잘 훈련된 전사(戰士)들이었다. 제각기 등에 멘 배
낭에서 빵조각과 마른고기를 꺼내 씹었는데 말 한마디 들리지 않
았다.
무전기를 내려놓은 사드가 이준석의 앞쪽 땅바닥에 앉았다.
"하마니 와의 거리는 십이 킬로미터 정도로 좁혀졌다. "
로브 주머니에서 말린 쇠고기를 꺼낸 그가 반을 떼내더니 이준
석의 앞으로 던졌다
'먹어라.'
그리고는 옆에 앉은 부하에게 말했다.
"이놈 두 손을 앞으로 돌려서 묶어라."
손이 앞으로 돌려 묶여시자 이준석은 땅바닥에 떨어진 쇠고기
를 집어 바지에 흙가루를 닦고는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딱딱한
나무조각을 씹는 것 같았지만 곧 고기가 연해지면서 쇠고기 맛이
났다.
"오늘밤 안으로 하마니를 잗아야돼.내일 아침에 놈은 리비아
국경선을 넘어간다. "
우물거리면서 사드가 마치 동료처럼 말했다.
"아마 살룸에서의 위대한 전적을 리비아측도 보았을 테니 K-7
장치의 값은 몇 배로 뛰어올랐을 것이다. "
'넌 어떻게 하마니를 쫓을 수 있었지?"
문득 이준석이 묻자사드가 빙그레 웃었다.
"아마,내쪽의 위성 추적 체제가CIA보다 더 나을 것이다. '
"살룸 근처에서 미국과 이집트군이 벌인 코미디 같은 작전도
무료로 감상하고 있었지."
"밀어붙였던 이집트군은 K-7의 전파 한 방에 끝장이 나더구만.
위대한 전파였다. "
'넌 도대체 누구냐?"
"이런, CIA가 말해주지 않더냐?"
사드가 눈을 등그렇게 뜨고는 장난스레 웃었다.
'내 보스는 이것이다. "
그는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국적도 명분도 그 빌어먹을 사상 같은 것도 날 움직이게 할
수 없어."
'네 배후는 무기상들인가?"
"그렇다. "
정색한 사드가 이준석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 자들은 나에게 엄청난 사례비를 제의해 왔지. 아마 달러가
부족한 한국 경제가 일시에 회복될 만큼."
"7달러"
'네 몸은 마치 늑대처럼 단련되었지만 머리는 비었다. 도무지
현실적이 아냐.'
사드가 손끝으로 이준석의 머리를 가리켰다.
'네 여자는 이미 하마니 에게 길들여져 있을 것이다. 하마니가
허리를 휘두를 때마다 교성을 지르며 매달릴 거야."
"그 순간에 널 생각하겠어?하마니가 더 힘차게 해주기를 간절
히 바랄 텐데."
"여자는 얼마든지 있지 않나? 아마 내가 갖게 될 돈의 십 퍼센
트만 있어도도 네 여자보다 나은 미인 천 명을 갖게 될 것이다. "
이준석이 머리를 돌렸으므로사드가 다시 웃었다.
'대위, 인연과 정에 끌리면 안되는 것이 전문 해결사의 제1수칙
이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