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힘들게 올라 왔는데 족적을 남기지 않을 수 없지.
일필휘지 글씨를 쓰는데 숨이 가빠 많이 쓰기도 어렵다. 헥~헥~
우리보다 아침 일찍 ABC에 올랐던 혜초여행사팀이 벌써 하산 한다.
MBC에 내려가서 숙박을 할 예정이란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보다 이틀 짧은 7박 8일 일정이어서 그렇다.
오르면 오를 수록 어찌나 숨이 가빠 오는지 황신부님은 거의 실신 상태이다.
사진 한 장 찍을때 마다 어지러움증은 더 심해져 별이 보일 정도이다.
그저 숨을 천천히 깊게 내 쉬고 자주 쉬는 수 밖에 없다.
해발 6,993m 마차푸차레를 배경으로...
이 쉽지않은 여정을 14년째 계속 이어 오고 계신 본당 주임신부님.
너무나 존경스럽다.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기가 민망하다.
순간 해발 8,091m 안나푸르나 주봉 정상이 훤해졌다.
해발 7천 미터 이상의 고봉들의 정상은 날씨가 시시각각으로 변해 좀처럼 그 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갑자기 깨끗해졌다.
안나푸르나 생츄어리, 말 그대로 안나푸르나 분지지대 이다.
6천에서 8천미터가 넘는 봉우리로 빙 둘러 싸여 있어서 장관을 연출 한다.
숨은 가빠도 날씨가 변하기 전에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찍기에 열을 올린다.
서울 거여동에서 온 양재만 알렉산델 형제.
본당 윤신부님과 동갑이라는데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104번 완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것도 육군대령으로 예편한 후인 58세부터 뛰기 시작했다니
그야말로 의지의 한국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08년에는 보스톤마라톤 대회까지 참가해서 완주했다고 하니 참으로 존경스럽다.
보통 이 곳은 오전에 맑다가 오후에 흐려지는 일이 반복된다는데,
오늘은 오후 3시가 넘은 지금까지도 쾌청하다.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복을 내려 주신다.
군산에서 온 이한나, 찬구 남매.
서로를 격려하며 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우리 영건들과 셀퍼 레상과 궁가도 어느새 친구처럼 단짝이 됐다.
동네 뒷동산처럼 완만하게 보여도 6천 미터가 넘는 해발 6,441m의 '히운출리'다.
주변의 모든 산이 동네 뒷동산처럼 나즈막하게 보이는데,
모두 6천미터가 넘는 봉우리들 이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이 해발 4천 미터가 넘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 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오르는 롯지 트레킹보다 한 단계위를 피크 트레킹이라고 하는데,
7천 미터 미만의 봉우리를 오르는것을 뜻한다.
여기 안나푸르나 지역만 해도 해발 6,441m의 히운출리를 비롯해서 7개의 피크 트레킹 코스가 있다.
우리가 오르는 길 바로 좌측에 히운출리가 있는데, 완만한게 만만해 보여도 정상에 오르려면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정오무렵에 정상에 올랐다가 저녁무렵에야 안전지대로 내려 올 수 있단다.
게다가 주마, 하강 링, 안자일렌 등의 전문등반 장비를 갖추고 셀퍼들이 미리 개척해 놓은 루트를
따라 오르게 되는데,
숨이 더 가쁜것은 물론이고 시시각각으로 날씨가 급변해서 폭설때문에 중단되는 경우도 많고
크레바스나 폭이 1m 정도에 양쪽이 천길 낭떠러지인 좁디 좁은 경사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