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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한 지리산 1박2일
산행경로 : 거림골 - 세석평전 - 장터목산장(1박) - 천왕봉(일출) - 장터목 - 칼바위 - 중산리
예정시간
15일
07:00 밀양출 - 10:00 중산리 도착 - 11:00 거림골 매표소 산행시작 - 12:30 산행중 중식(30분) - 14:30 세석도착 (20분휴식) - 17:00 장터목 도착
대피소 자리 확보
일몰(18:10)
석식 18:20 - 20:00
20:30 취침
16일
05:30 기상
06:10 산행시작 - 07:20 천왕봉 도착
일출(07:23)
07:40 천왕봉 출발 - 08:30 장터목 도착 아침(1시간)
09:30 장터목 출발 - 12:00 중산리 주차장 도착(중식) - 13:30 중산리 출발
15:00 온천욕(1시간) - 16:00 밀양으로 출발 - 18:30 밀양도착
실제 소요시간
2월15일
06:45 집에서 출발 - 07:45 문산휴게소(아침식사) - 08:50 중산리 매표소 주차장 - 택시 콜(20분 대기) - 09:30 거림 상가 도착 - 09:37 매표소 통과 - 12:30 세석산장 도착(~13:25 중식) 13:25 세석 출발 - 13:48 촛대봉 - 14:37 (←2.0Km 세석대피소) - 15:14 연하봉 - 15:34 장터목 대피소
2월16일
05:20 기상 -05:50 천왕봉으로 출발 - 06:06, 0.5Km진행 - 06:15 (장터목←1Km)진행(20분 휴식) - 06:47 (장터목←1.2Km) - 07:07 천왕봉 도착 - 07:10 일출(13분 일출) - 07:25 천왕봉 하산 - 07:38 통천문 - 07:50 천왕봉 (0.7 →0.7Km) - 08:00 제석봉 - 08:48 장터목 - (아침~09:17) - 09:17(장터목 출발) - 11:50(중산리도착) - 12:00~13:00(산꾼의 집 중식) - 15:00~16:00(북면 마금산 온천) - 16:40(집 도착)
준비물
점심 (라면2개), 저녁 (백반, 돼지고기 김치찌개), 쌀 2인분, 돼지고기 10,000원, 소주 1병, 김치, 소금, 아침 (라면1개, 햇반1개), 간식((16일 새벽 비상식량2개, 배지밀 2개), 양갱, 초코바, 사탕, 불고기맛 햄 1팩, 사과 6개), 물2리터, 빈물통2리터1개(세석샘터에서 보충), 0.5리터 2병
버너, 코팰2개, 수저2벌, 그릇2개, 컵, 휘발유, 라이타2개, 의자2개, 신발카바2개(취침시 실내보관용), 구급약, 나침반, 시계, 지도, 치약, 칫솔, 치약, 껌,
우모복, 윈도스톱쟈켓, 고어쟈켓, 비닐우의 2개, 양말, 여분장갑 2켤레, 모자, 마스크, 바라크라바, 일회용 비닐장갑 2켤레
집 뒤에 있는 일자봉이라도 함께 가자하면 늘 피하던 아들이 오는 3월 입대를 앞두고 보니 너무 어려움과 힘듦을 모르고 자란놈이 군생활은 어찌 견딜까 싶어 얼핏 말을 던졌다]
“준아. 아빠랑 엄마랑 같이 지리산 1박2일 함 갈까?”
“응”
그냥 건성으로라도 선뜻 승낙을 한다
어~
이것봐라...
내심 고맙기 그지없다
16~17 거림에서 세석으로 거쳐 장터목 1박하고 천왕봉에서 일출을 본후 장터목으로 돌아가서 아침을 먹고 중산리로 하산할 계획을 세우고 장터목 산장 예약도 술술 잘 풀린다
그날부터 셔츠도 구입하고 바지는 어떤걸 할까 구하는 중 스톰스톰 75% 정리하는 곳이 있어 구입해 보니 줄일 것 없이 꼭 맞는다.
한겨울 산행이다 보니 모자와 장갑등 준비 할 것이 많다
토요일은 135명 만원이라 붐비는 산장에서는 잠도 제데로 잘 수 없을 테고 그럴바엔 아들이 힘든 산행하고 밥과 잠이라도 좀 편하게 잘 수 있게 계획을 수정 15일에 가기로 하니 갈 사람이 아들과 둘 뿐이다
그러면 자기 엄마랑 비슷하니 장비구입은 안해도 된다
신발과 우모복, 고어쟈켓, 윈드스톱 쟈켓등 모두 자기 엄마것을 사용하면 된다
월요일은 이놈이 친구들과 렌트하여 경주로 2박3일 간다기에 산은 우짜노 하니 걱정 말라며 수요일 저녁은 온단다
노는 것도 지금뿐이라 가만히 두었더니 수요일 저녁 도착했다
목요일 저녁 마트에서 3끼 먹을 밥과 간식을 의논하여 장만하는데 대충 먹고 말자 한다
금요일 07시 출발 하면 중산리 10시 도착 내차 중산리 주차장에 주차하고 택시로 거림으로 이동하면 11시부터는 산행 가능할 것 같아 아침은 휴게소에서 점심은 간식을 먹어가며 세석산장에서 라면으로 하고 저녁은 장터목에서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백반으로 먹고 16일 새벽은 비상식량과 배지밀, 아침은 라면1개와 햇반으로 먹은 후 하산은 중산리에 12시까지 완료하기로 계획하고 일정표를 보여 줬더니 딸래미는 가다 쉬다 하는데 뭐 힘드나 하고 깐죽된다
자기는 산 근처도 안가는 녀석이~ㅎ
물4.5리터, 혹시 부족할까 휘발유 반병, 코팰, 스토버, 스패츠, 아이젠등 챙겨 넣으니 45+10리터 배낭이 가득이다.
간식으로 초코렡, 영양갱, 사탕, 사과, 햄등을 준비하고 배낭을 정리하는데 그래도 조금 컸다고 이놈이 곁에서 자기 옷만 달랑 넣은 배낭을 보더니 자기배낭에도 좀 넣자 한다
ㅎㅎㅎ
말만으로도 고맙다
백두대간의 고독한 늑대가 아들과 같이 가는데 배낭 무게가 대수랴~
더 넣어도 하나도 안 무겁겠다
다만 함께 가 준다는 녀석이 한없이 고맙다
내일 아침 6시 기상하기로 하고 그렇게 산행 전 저녁은 배낭만 두 개가 거실을 지키고 잠든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심 걱정이다
지리산 날씨는 종잡을수 없는데 만약 강풍이라도 불면 기온이 엄청 떨어 질텐데 이녀석이 관연 견디며 천왕봉으로 올라 가 줄까?
혹 산에 가서 부자간에 다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만약 이놈이 불만을 표시하면 기분나쁜 내색 말고 두 말 않고 탈출하자
산은 늘 거기 있고 산으로 따라와 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자기도 그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마음의 갈등을 했겠는가!
날씨가 좋기만 빌자
잠이 잘 오지를 않았다
15일
06시 깨웠더니 벌떡 일어나서 머리감고 준비완료,
지리산 종주산행을 한 경험이 있는 자기 엄마의 걱정스런 눈빛을 뒤로 한 체 잘 “잘 갔다 올게”
한마디 남기고 딸래미의 배웅을 받으며 이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애마 소렌토는 6시 45분 집을 출발 중산리로 달렸다
120Km정도의 정속운전으로 남해고속도로를 달린다
혼자라면 160은 넘게 밟을텐데 이제 운전초보인 아들의 본보기로라도 과속은 삼가게 된다
내가 벌써 아들 눈치도 봐야 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잠오면 자라고 했더니 눈을 감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다
7시45분 문산휴게소 도착
문산에서 아침을 먹자하니 둘이 순두부(5,000원)로 의견일치, 점심을 라면 먹을 텐데 아침이라도 든든히 먹자
마음씨 좋은 아가씨가 주는 따끈한 물도 한잔 하고 다시 중산리로 향해 달렸다
08시50분 중산리 매표소 주차장 도착
찬 겨울 지리산 바람이 아들놈에게 겁을 준다
“와~~춥다”
“산에 붙으면 안춥다”
ㅋㅋㅋ내가 할 말이 어디 있겠나
이놈아 이게 지리산의 첫인사다
아직은 약과인기라
중산리 개인택시055-972-6662에 전화하니 약 20분 걸린 단다.
(거림까지 요금은 25,000원)
그동안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채우고 나니 택시 도착
배낭을 드렁크에 싣던 기사아저씨
“아이고 무거워라”
(속으로ㅋㅋㅋ 아저씨, 그게 백두대간의 종주마다 2인분 메고 다니는 차칸아의 배낭이요)
“조금 무겁지예? 1박하고 올낀데예”
“우째 지고 갑니꺼?”
“ㅎㅎㅎ우짭니꺼?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아! 주차비 안 받던데예?”
“아직 출근 안 했는가베예, 벌었네예”
하고 웃는다
09시30
거림 도착
위쪽 매표소까지 태워 줄려는 걸 밑에서 내렸다
어차피 걸어야 할 거 지금부터 빠져 보자
길바닥에 얼음이 얼고 찬바람이 불자 긴장하는 눈치다
매표소에 가니 근무하는 아가씨
“아이젠은 준비 했습니까?”
“장터목에서 1박하고 올겁니다. 준비는 다 했음다”
“조심해서 즐거운 산행 하십시오”
“감사 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기분 좋게 출발 아들에게 사진 한 장 찍으라니 안찍을라 한다
나만 한 장 찍고
09시37
거림 매표소 통과
예정보다는 1시간30분 빠르다
천천히 오르는데도 한시간 정도 가니 땀이 난다
아들은 앞서서 너무 빨리 가서 내가 따라 가기 바쁘다
천천히 가자고 하며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걷자고 하는데 친구도 없이 아빠랑 달랑 둘 만 가는 산행이 지겨울까 걱정이다
2.5Km 왔는데 약45분정도 걸린걸 보니 걸음이 너무 빨리 걸었다
이렇게 가면 장터목에서 많이 기다려야 할거고 그럴바엔 차라리 더 천천히 걷자
약 4Km정도 오면 삼천포 앞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비로소 탁 트인 전망을 보지만 아들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초코렛도 싫다 양갱도 싫다 해서 계란 먹을까? 하니 먹자한다
두 개씩 먹고 남은건 아들이 배낭에 챙긴다
의신 삼거리가 가까워 오니 산객들이 뒤에 붙는다
종주산행 때 같음 내가 더 빠르게 진행 할 건데 오늘은 모두다 앞서게 비켜주고 천천히 여유롭게 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12시13분
의신 삼거리 도착
사진을 찍어 줄려니 안찍는단다
잠시 가면 세석이라 하니 앞서서 오르며 아래샘터에서 물 떠야지요 한다
올라오며 하산하는 산객에게 세석 샘터에 물 나오더냐고 물으니 아래쪽 샘에 물나온다는 말을 들은 때문이다
우측에 샘이 있다니 아들이 먼저 찾는다
시원한 물 한 잔 먹고 빈 2리터 패트병에 가득 채우고 먹다 남은 물은 버리고 아들도 자기 물통에 가득 채운다
코팰을 꺼내어 라면 끓일 물을 떠 가야 한다 하니 자기가 떠서 들고 올라 간다
자식~
12시30분
세석에는 한산하게 산객 몇 분이 점심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도 스토브를 꺼내어 라면을 끓이는데 드라곤 플라이의 세찬 울음이 세석의 바람소리를 잠재운다
라면 끓이고 남는 물을 담은 코팰에 살얼음이 어는걸 보고 우와~하며 놀란다
잠깐 사이에 살얼음이 얼자 엄청나게 신기한 모양이다
조금의 영유를 찾자 이놈은 지 친구들과 통화에 한창인데 하는 말이 잘못되면 빨리 헬기 불러 달란다 ㅎㅎㅎ
끓던 라면이 금방 식어버리자 무척이나 신기한 모습이다
13시25분
게눈 감추듯 라면 두 개를 먹고 주능선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것 같아 윈도스톱 쟈켓위로 고어쟈켓을 입고 장터목으로 출발 촛대봉을 오른다
미끄러운 눈길과 약간만 벗어나도 발목까지 푹 빠지는 눈길에 아이젠을 하고 걸으니 발걸음이 천근 만근일거다
고산지대에 올라오면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데 친구들과 연수원에서 천왕봉은 올라가본 경험이 있다지만 그때는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니 힘들어도 재미로 올랐을텐데 오늘은 아빠랑 달랑 둘만이 지겨운 능선길을 걸어야 한다
촛대봉의 바람도 얼마나 세게 부는지 몸을 천왕봉쪽으로 향하다 깜짝 놀란다
모자가 날아갈라 하지 몸도 못 가누게 세게 불어 제낀다
바람이 센 곳은 조금 빨리 통과, 안부에서는 유유자적하게 놀며 쉬며 장터목으로 향하는데 여태껏 내가 한 걱정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걸 깨닳았다
이녀석이 앞서 가며 혹 내가 사진 찍는다고 조금 떨어지면 늘 뒤돌아 보며 날 챙긴다 ㅎㅎㅎ
지 애비는 이런 길은 날아 다니는데 ㅎㅎㅎ
사과도 먹고 휴식도 취하며 가다 보니 연화봉도 지나고 어느덧 장터목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밤에 잠이 안와 늦게 잤는데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피곤해서 빨리가서 자고 싶단다.
가는 길은 봅쓸레이 경기장처럼 눈썰매 타기에 제격이다
엉덩이로 눈썰매 한 번 타봐라니까 싫단다
천천히 걷기를 종용하며 가다 보니 앞서간 부부팀이 양지 바른 곳에 앉아 따끈한 차를 마시고 있기에 우리도 좀 쉬었다 가기로 하고 쉴곳을 찾았다
바람을 피할수 있는 바위 언덕 기슭에 앉아 사과도 한 개 먹고 한가하게 여유를 즐기다가 고사목을 보더니 하트모양이 있다고 웃는다
정말 뿌리 부근이 하트모양으로 뚫려 있다
내가 좋아 하는 지리산에 사랑의 기억을 묻을려 해도 늘 사랑은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는가 보다
아들의 눈에 의해서도~
조금 걸으니 연하봉이다
우리는 연하봉 언덕에서 쉰 모양이다
장터목 800m
이제 저 언덕만 넘으면 장터목이다
언덕을 넘어 가니 한 무리 산객이 올라 온다
지나쳐 조금 가니 멋진 고사목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고 사진 찍는다고 지체를 하니 지겨운지 가지도 않고 발끝으로 눈을 차며 시간을 죽인다
한 발자국만 옆으로 내딛어도 무릎까지 눈에 빠진다
멋진 눈길을 걸어 언덕을 넘으니 오늘의 종착지 장터목 산장이 세찬 바람과 함께 우리 부자를 반긴다
관리실에 가니 17시에 자리배정을 한단다
천왕봉실 에 들어가니 벌써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있다
아들과 2층 가서 배낭을 벗고 쉬는데 화장실 간다고 간 녀석이 손바닥이 벌겋게 해서 올라온다
왜그러냐고 미끄러졌지? 하니 그렇다네
관리실에서 구급약 있냐니까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준다
쓰릴텐데.
이그~
자식 조심 좀 하지 않고...
다운쟈켓으로 갈아 입히고 계란 한 개씩 먹고 누워 있더니 어느새 잠이 든다
싸늘한 기운에 내 쟈켓으로 덮어 줬더니 한참을 달게 자더니 5시쯤 깨었다
피곤한가 자기는 정말 잘 자는 녀석이다
17시 자리 배정,
예약은 3석인데 둘 밖에 없다니 제석봉실 16,17번으로 가란다(1인7,000원)
모포 4장 4,000원
취사장으로 저녁을 해 먹으러 가니 고기 냄새 코를 찌른다
냄새 좋습니다. 하니 소주를 권해서 한 잔 털어 넣으니 속이 짜르르 한게
당기는 눈친인데 오늘은 과음은 피하기로 한다
밥부터 할 요령으로 주먹만한 돌 한 개 구해오라 하고 씻어 넣은 쌀을 코팰에 넣고 물을 둘이서 합의해 맞춘 밥을 하는데 금방 끓는것 같은데 아마 물이 많은지 넘는다
에구
재빨리 불꽃을 낯추고
물 많은거 아니냐? 물으니 그런같단다 ㅎ
죽밥이면 어떠랴, 찌개로 말아 먹자 하니 고개를 끄떡인다
이제 코팰에 돼지고기를 넣고 반쯤 익을 때까지 볶다가 김치는 조금만 넣고 함께 약간 익힌 다음 물을 조금만 부었다
소금간도 약간만 하고.
너무 짜면 어차피 버릴 것이니 싱겁게 해서 다 먹어야겠다
앞 쪽은 70의 노인 6명이 삼겹살 파티다
보기가 정말 좋아 인사를 건넸더니 그 어른께서는 부자간의 모습이 더 보기가 좋다는 말에 아들도 흡족한지 빙그레 웃는다
어느덧 찌개도 익는데 밥을 먹어본 준이가 밥이 이상하다 한다
ㅎㅎㅎ
어차피 고산에서는 위층은 설기 쉽다
밥을 섞어서 뜸을 한 번 더 들이는데 찌개 맛을 보더니
“아빠 맛 죽인다”. 한다
맛있게 저녁을 먹다 아차...
일몰이 지났겠다싶어 불이나게 달려 나가니 어느덧 해는 기울어 버리고 반야의 엉덩이만 붉은 노을아래 부끄럽지도 않은지 둥실 쏟아있다
칼바람은 제트기 소리를 내고~
눈을 녹여 설거지도 끝내고 모포 한 장은 깔고 한 장으로는 베게를 만들고 두장은 덮을 수 있게 하고 배낭 정리 끝내고 한 번 더 나가 보니 아까보다 더 춥고 서 있기 힘들 만큼 바람이 거세다
장갑 안 낀 손이 채 5분도 안되어 아파와 더 있을 수 없어 들어와서 양치질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중산리 야경에 취하고 주먹만한 별과 오랜만에 보는 삼태성에 취하고 구름한 점 없는 밤하늘이 내일아침도 꼭 이렇기만 빌며 추위에 땀이 안 나도록 천천히 걷기위해 아침 5시30분 기상 예정을 10분 당겨 일어나기로 하고 내일을 위해 누워 잠을 청했다
20시 소등
아들은 잘 잔다
초저녁 실내는 더워 속옷바람으로도 잘 온도다
잠깐 잠이 들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밤이 길기만 하고 코고는 소리와 들락날락하는 소리 바람소리~
몇 번을 깼던가
싸늘한 기운에 모포를 덮어 주고 시계를 보니 5시
화장실을 다녀와 20분에 아들을 깨웠다
모포 반납
비상식량과 베지밀로 요기를 하고 완전무장하고 이제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강풍과 추위를 뚫고 1시간여 올라야 한다
기상 상황판에 현재온도가 -17도를 넘고 순간 최대 풍속이 20m를 넘는다
영하의 날씨에서는 풍속이 초속 1m 증가 할 때 마다 체감온도는 -2도씩 내려 간다니 계산대로 하면 천왕봉 정상은 체감온도가 -60도가 넘을 것이다
추위를 견디는 방법은 천천히 시간을 맞추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바깥에 나가자 눈가루가 반짝거리며 희뿌옇게 날린다
05:50 장터목 출발
미끄러운 제석봉 경사길에도 아들은 거침없이 올라간다
준아 천천히~~천천히~~
땀나도록 걸으면 추우니 빨리갈 필요가 없다
약 1km쯤 오르다 뒤에 오는 사람에게 양보하니 왜 안올라 가느냐고 묻는다
빨리 가봤자 일출은 07시10분인데 이렇게 구름이 많으면 더 늦을것 시간 맞춰 갈거라니 자기들도 함께 움직일라고 서서 지나가지를 않는다
안부에서 약 20여분 쉬다 땀이 다 식고 이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갈수록 바람은 드세고~
눈은 벌써 아들의 몸을 하얗게 감싸 버렸다
아들의 귀밑 머리카락이 하얗게 눈꽃이 맺히고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얼굴이 아프길래 춥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그래
이까짓 추위야~
“준아. 니는 인자 군대 가도 이만큼 추운데는 잘 없을끼다. 암만 추워도 아바랑 천왕봉 가던 생각 하면 아무것도 아닐거다”
그러나 이 말이 아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
그러던 사이 눈에 익은 천왕봉 앞의 바위가 나타난다
이제 한달음이다
정상에 오르는 길도 미끄럽다
조심조심
07:07
천왕봉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시간이 멋지게 맞는다
그러나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일출은 볼 가능성이 영 제로다
바람을 피해 재빨리 남쪽 사면으로 넘어가 기다리며 조금 있음 마고 할매가 해를 보여 줄거라 하고 나니 세찬 바람에 하늘의 푸른 색이 언듯 보인다
찰라에 구름이 벗겨 지더니 벌겋게 변하는가 하는데 새빨간 해가 모습을 드러 낸다
와~~~
모두의 함성이 들리고
차칸아의 한번 더~~~ 선창에 다들 한번 더~
잠깐 벌겋게 주변을 물들이더니 써리봉 쪽만 바알간 물을 들이고 있다
미련없이 정상석 사진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추위에 떨며 있어야 할 이유가 없겠다 싶어서~
하산길 그렇게 내려오며 통천문도 지나고 제석봉의 고사목에 반해 칼바람도 무릎쓰고 촬영 삼매경인데 아들은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있다
빨리 내려가라 해도 자꾸만 뒤돌아서 기다린다.
반야봉의 자태에 반해 잠깐 지체하다 내려 오니 저만큼 앉아서 기다리는 준이더러 이제 다 왔다 하니 저 산 넘어야 할거 같다 한다
장터목 급 경사를 내려 오니 코앞에 우뚝서는 산장을 보고 벌써 다 왔다고 엄청 반가워 한다
자식~많이도 힘들었제
취사장에 들어 가서 아침 준비를 하며 햇반 한 개 싸 오라 하고 라면을 끓이니 대피소에 좀 들어가면 안되냐고 묻는다
발이 시린 모양이다
들어가봐야 이제 추울거고 내려가면 열이나서 괜찮을거라고 일러주고 렌지에 데워 준 햇반을 라면과 함께 끓여 아침을 먹고 중산리로 출발
몇시까지 갈 수 있냐기에 12시면 다 갈 수 있다고~미끄러운 장터목 내림길에 들어섰다
밧줄을 잡고 빙판을 지나고 폭포가 푸르스럼하게 얼어 있는 모습에 신기해 하기도 하고 칼바위까지 지루한 내림길
힘은 안드는데 지겹단다
아들아~
사람이 사는 인생길도 때로는 지겹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단다
이 아빠는 하나도 안 지겹다
지겨워도 3시간
천천히 내려 오니 야영장이 눈앞에 있다
11시50분
중산리 야영장 도착
함께 사진 한 장 찍고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우리의 애마가 밤새워 기다리고 있다
점심은 뭘 먹을까 물으니 아무래도 괜찮다기에 산채 비빔밥으로 합의 보고 거림 갈림길 근처 산꾼의집에서 산채 빕빔밥을 시키고 더덕구이와 소주 한 병도 함께 주문, 30여분 기다리니 나왔다
배도 고프고~더덕의 향이 입안 가득한데 소주의 쓴 맛이 오늘은 그렇지만은 않다
아들도 한 잔 마시고 나는 3잔만 마시고 잔뜩 차려주는 산나물이 맛난다
(산채비빔밥 5,000원, 더덕구이 20,000원)
13:00 산꾼의 집 출발
남명 조식 선생 기념과 근처에 온천이 있던데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고 난 후는 찾지를 못하겠다
북면서 온천하기로 하고 달린다
피곤한지 잠이 든 모습을 보고 170Km를 넘나들며 남강 휴게소에 와서 졸린 눈까풀 운동 좀 하고 북창원IC에서 내려 마금산 온천으로 향했다
따끈한 북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아~
정말 좋다
16시
연고를 사러 보내고 음료수와 맥주 한 캔
시원한 캔 맥주의 알싸한 맛이 이틀 동안의 피로를 확 풀어 준다
저녁은 삼겹살 구이로 소주 한 잔 하게 안주 좀 만들어 놓으라고 전화하고 차칸아 부자는 집으로 달린다
아들과 함께한 지리산 1박2일이 우리 병준이와 내 가슴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 영글어 갈 것이다
아들아 수고 했어!
너는 힘들었지만 너로 인해 그 강추위도 이 애비는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 달리는 차안에서(문산근처) 오늘처럼만 내일 새벽도 좋으면~
▲ 거림 상가
▲ 거림 매표소
▲ 전망대, 삼천포 바다가 보인다
▲ 힘든 고행길에 따라 나선 울 아들
▲ 산과 숲 님이 찍은 사진과 같은 사진(의신 삼거리)
▲ 세석대피소, 라면 끓일 물은 아들이 들고 간다
▲ 친구들과 통화에 바쁘다. 난생처음 보는 엄청난 눈에 놀라고
▲ 그래 이맛이야~추운 겨울 산장의 라면 맛을 알까? 그 뜨겁던 라면이 금방 식는것에 놀라고 물이 금방 살어름이
어는것에도 놀라고 세상은 아직 아들의 눈에는 신기한 것 투성이다
▲ 차칸아가 제일 멋진 화장실로 꼽은 세석대피소 화장실의 살아 있는 창문벽화. 촛대봉이 보인다
▲ 촛대봉 오름길의 신출래기 전문산악인
▲ 촛대봉. 거북선을 닮은 형상이 신기하기만 하다
▲ 키만큼 높은 눈
▲ 이만한 눈은 처음입니다요
▲ 철계단도 눈이 덮어 버리니 미끄럼틀이다
▲ 저만치 홀로 가는 아들래미 모습에 이제껏 어린아이로만 알았던 걱정이 한낱 기우임을 알고
▲ 멋진 고사목
▲ 이제 오늘의 목표 장터목 산장이다
▲ 만찬은 소주 한 병 곁들인 돼지고기 김치찌게 백반
▲ 찌게 조리에 한창이다. 맞은편 어른들이 칠순의 6인의 친구분들. 백무동으로 올라 삼겹살 약주 한 잔~
▲ 노을에 부끄럼도 없이 드러난 반야의 엉덩이
▲ 엄청난 추위입니다
▲ 천왕봉으로 가기 위해 완전무장
▲ 만만치 않는 추위. 엔간한 배짱으로는 나오지도 못합니다
▲ 매썹게 몰아치는 바람에 눈가루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검은 옷이 금방 하얀 옷으로 변한다
▲ 시간을 죽이며 가다 쉬다를 반복
▲ 이제 고지가 눈앞이다. 세찬 눈바람에 마스크 위로 나온 아들의 귀밑 머리가 하얗게 얼었다
▲ 드디어 정상이다. 장하다 우리 아들~
▲ 지리산 마고 할매도 울 아들의 정상 오름을 축하해 주시는지 먹구름을 쫓고 살짝 일출 쑈를 보여 준다. 찰라의 행운
▲ 병준이랑 아빠랑~오늘따라 더 커 보인다.
▲ 이제는 하산
▲ 뱜새워 천왕봉 칼바람이 만든 걸작품
▲ 제석봉 고사목. 여기만 오면 차칸아는 떠날줄을 모른다
▲ 바람이 세다고 내려 가라 해놓고 한참 사진찍다 내려 오니 저 아래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
▲ 아침식사 후 이제는 중산리로 하산 해야 할 시간
▲ 식수대에서 약 4분여 내려 오면 임시 식수터를 만들어 놓았다
▲ 장터목 급경사도 거침이 없고
▲ 거대한 얼음에 신기하기만 한 녀석~감탄사가 우와~~~
▲ 조금만 벗어 나면 거의 무릎까지 빠진다
▲ 꽁꽁언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봄이 멀지 않음을 알린다. 차칸아 에게도 봄이 올거야
▲ 제일 여유롭게 찍은 칼바위
▲ 하산 완료, 야영장 입구에서 둘이
▲ 자식, 산행을 끝내고 늠름하게 내려 가는 아들 뒤로 그림자도 함께이다. 내 뒤에는 내 그림자도 따라 올까?
▲ 점심으로 산채 비빔밥과 더덕구이~시장이 반찬이라지만 맛도 괜찮았다
지루한 산행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칸아-
첫댓글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최고의 선물, 아버지는 장한 아들의 모습을 마음속에 깊숙히 담아두는 소중한 시간들! 보기에 너무 좋군요. 부자가 씩씩하게 산행을 하니 보는이도 즐겁습니다.
차칸아님. 눈에 넣어도 안아픈 아들과의 지리산 1박2일의 모습이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정성들인 산행기 보면서 10년후 저의 모습도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씩씩한 대한의 건아로서 건강히 군복무 마치고 돌아올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요~~
정말 든든하시겠군요...저도 컴게임에만 빠져 있는 초딩 아들 한번씩 데불고 집뒤 금정산에라도 끌고 가야 되겠습니다..
아~우!! 감축드립니다. 부러운 눈길로 한자 한자 거의 외우다시피 읽었습니다. ^^ 그러다보니 저도 마치 동행한 듯하네요. 코스선정도 적당하고 궂은 날씨에도 일몰과 일출을 맞으셨으니 복받으실 일만 남았고 그런 계기로 부자지간의 정이 더더욱 돈독해지리라 여겨집니다. 준이 화이띵입니다.ㅎㅎㅎ... (근데 찡호 문딩이 자쓱... .일마 이거는 어디갔뿟노? 야... 찡호야! 우리도 보따리 함싸자... 께롱 )
부자간의 따뜻한 정이 듬뿍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여 내켜하지 않을까 거의'섬기듯' 대하고..... 그래도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려 은근히 아비를 걱정 염려하기도 하고...... 그러한 반복을 통해 아비는 늙고 아이는 장성하게 되는 것이 인생의 모습인가 합니다. 군대.... 그거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더이다. 이전에 한울타리님께서 제게 2년은 금방이라 위로하셨느데....
든든한 아드님과의 멋진 산행 축하 드림니다.
허접스런 푸념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