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자 불교방송 이사장, 동국대 이사인 영담 스님이 최근 종교편향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불교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을 감싸는 듯 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영담 스님은 8월 20일 열린 조계종 임시중앙종회에서 기타 안건을 논의하는 도중 “범불교도 대회 봉행위의 요구사항을 보면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 종교차별 관련 공직자의 엄중 문책’이 있다”며 “집행부는 좀 신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이어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우 본인은 개신교 신자가 아니라 가톨릭 신자라고 밝히고 있고, 가족들은 불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특히 한 대학에서 경찰청장을 배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집행부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담 스님의 이 같은 발언은 불교계가 종교편향과 관련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어 청장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출신이기 때문에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비춰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영담 스님의 발언에 대해 종단 안팎에서는 “범불교도 대회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열기가 높아가고 있는 교계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장로 정권의 하수인임을 자처하고 경찰 복음화에 앞장선 어 청장을 동국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싸려 하는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종회의원 스님은 “어 청장은 경찰복음화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강제 불법 검문한 경찰의 수장”이라며 “이런 사람을 단순히 동국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싸려 하는 것은 불교계가 범불교도 대회를 개최하는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종회의원 스님도 “과거 불교계가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늘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작은 이익에 얽매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결국 오늘날 이 같은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종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범불교도 대회에 힘을 싣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불교계를 자중지란으로 몰고 가서야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문제가 된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6월 경찰 복음화를 위한 선교 행사 홍보 포스터에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사진을 게재해 경찰 최고 간부가 특정 종교 홍보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 청장은 지난 7월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불법 검문한 것과 관련 불교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962호 [200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