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삼성전자는 5000만대 팔아 1조원 이익…
병마 이긴 창조적 CEO 잡스 "모바일 광고 시장도 먹겠다"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호조로 지난 분기 매출·이익 모두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7일(현지시각)에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휴대용PC인 '태블릿 PC'를 공개해 또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애플의 칼날은 이제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구글로 향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즈'라는 온라인 음악사이트로 세계 디지털 음악시장을 장악했으며 이제는 양질의 뉴스와 잡지, 방송 등을 앞세워 모바일 광고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야심이다. 스티브 잡스<사진> CEO는 췌장암 수술과 작년 간 이식 수술 등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이번 제품이 내 생애 최고의 제품이 될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애플 작년에 비해 순이익 50% 상승
애플이 25일(현지시각) 발표한 직전 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애플은 지난 분기 매출 156억8000만달러(한화 약 18조2000억원), 순이익 33억8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매출은 32%, 순이익은 무려 50%나 급증한 것. 주력 제품인 아이폰은 지난 분기 870만대가 판매돼 1년 전인 2008년 4분기에 비해 100%가량 판매량이 늘어났다. 미국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판매량이 조금 준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인상적인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의 놀라운 점은 뛰어난 수익성이다. 애플은 지난 분기의 경우 870만대의 아이폰 판매로 무려 4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 노키아·삼성전자 등 기존 휴대폰 업체는 분기마다 5000만대가 넘는 휴대폰을 판매해 1조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애플의 무선인터넷 시장 독점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모바일 광고회사 애드몹이 작년 4분기 세계 시장의 모바일 광고 소통량을 분석한 결과, 아이폰의 점유율이 무려 51%에 달했다. 애드몹의 모바일 광고 소통량 분석은 자사가 판매한 문자·배너 광고가 어떤 휴대폰을 통해 노출됐는지를 추적하는 것. 즉 이 조사는 아이폰이 무선인터넷 데이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잡스 CEO의 창의력과 완벽주의의 산물
애플의 경쟁력에는 세계 IT업계의 괴짜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 CEO의 창의력과 완벽주의가 한몫했다. 잡스 CEO는 한때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애플에서 쫓겨났지만, 1990년대 중반 '픽사'라는 영화 제작사를 통해 토이스토리·벅스라이프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성공시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이폰의 성공에도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라는 자사의 온라인 거래 사이트를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와 결합시킨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주효했다. 애플은 불법 다운로드로 쇠락해 가는 음반 업체들을 아이튠즈로 끌어들여 단숨에 디지털 음악시장을 장악했고 음악 중개 수수료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잡스는 또 아이폰이나 매킨토시 컴퓨터 포장지의 손잡이 디자인까지 수없이 반복해 만들고, 제품 발표회 때 조명의 밝기와 켜지는 타이밍을 놓고도 트집을 잡을 만큼의 편집증적인 완벽주의로 유명하다. 이찬진 터치커넥트 대표는 "애플 제품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콘텐츠·디자인, 심지어 물류 유통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태블릿PC는 어떤 모습?
애플은 최근 27일 미국 샌프란스시코에서 열릴 예정인 '애플 이벤트' 초청장을 보내면서 "우리 신제품을 보러 오세요(come see our latest cre ation)"라는 문구를 넣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번 행사에서 작년 내내 은둔했던 잡스 CEO가 직접 무대에 나서 신제품을 소개할 것이라는 루머를 흘리는 등 이미 수주 전부터 애플 특유의 신비주의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애플의 바람대로 지난주부터 주요 외신과 블로그 사이트 등에서는 애플이 내놓을 태블릿PC가 어떤 모양일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외신과 애플 마니아들의 추측을 종합하면, 새로운 태블릿PC는 확대된 아이팟 터치 모양으로 10인치(25.4cm)가량의 크기에, 3D 그래픽을 지원하고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탑재한다는 것. 애플의 태블릿은 음악감상과 동영상 보기는 물론, 특히 신문과 잡지·영화·방송 같은 유료 콘텐츠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