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서 그만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간만에 모이는 알피나 가족산행인데,
내 내 비가 와서
사람들의 몸을 찌뿌듯하게 하고 마음을 찜찜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예약 안하고 찾아간 수궁횟집에서
굴밥은 시기가 지났다고 하고,
더구나 간판에 바지락 요리 전문점이라고 써 놓은 집에서
바지락 무침도 안된다고 하자,
사람들은 분해서
샛 길로 빠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연장자인 종석형님을 생각하여
암묵적으루다 막걸리를 마시기로 한 것이었는데,
성식이가 있는 테이블에서
복분자를 마셨다는 것이 다른 테이블에 알려졌고,
이에 정직하고 착한 이들이 속으로 격분해 마지 않았던 것이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회심의 일타를 날리고 싶은 생각이 꿈틀거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명종이는 춘천으로, 성식이는 천안으로, 영남이형은 수원으로, 상현이는 서울로, 현상이는 일산으로, 나는 진주로...
운전자들이
각각 줏어 담아가야 할 사람들을 피곤한 눈으로 살펴보고 있을때,
법적으루다 운전을 할 수 없어
얹혀가야 할 신세인 근형씨는 푸념하듯
내 뱉었다.
<나두 진주나 갈까?>
진주로 내려가야 하는 내가
분명히 들었지만 난 애써 무시했다.
실없이 던지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며,
머쓱하게 헤어지는 섭섭함을 달래고자 하는
좀 통속적인 의도임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진한 주영이 누나는 말했다.
<나두 통영갈래>
그 상황에서 <나>에다 <두> 라는 조사는 잘 갖다 붙인 것은 분명한데,
갑자기 어째 통영을 얻어 붙이는지.
<통 영 ? 꺄~~ 통영가자> 정화형수님이 달뜨서 외쳤다.
그러니까 정화형수님은 주영누이 얘기를 제대로 들은 것은 확실했다.
그때, 혜원이가 덧붙여 분위기가 완전히 만들어져 버렸던 것이다.
혜원이는 상구를 보며
<그래 우리 통영 가~자~응``응>
그러면서 좌중의 무리들을 향하는지 오빠인 상구를 보고 하는 얘긴지
<우리는 영광엘 들렀다 올라갈까 생각 했걸랑, 그러지 말고 오빠! 언니들이랑 우리 통영가자~응''응>
혜원이 콧바람 소리에 상구는 이미 정신이 몽롱하여
반주로 먹은 막걸리로 달궈졌던 얼굴이 더 붉어지고 있었고,
대체로 피부가 시커먼 한철이형은 애써 대범한 척,
썩은 미소를 지으며 젖은 담배를 거칠게 빨아대고 있었다.
이때, 승규마저 "까르페 디엠!" 하고 따라 나서자
그야말로 어메리카 텍사스 나비의 날개짓이 중국에서 회오리가 되는
바로 그 장면을 만든 장본인인
근형씨가 따라 붙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 여성의 눈에 수십만 볼트의 번개가 오가고,
떠나지도 않은 여행지에 벌써 도착 한 듯
그들은 예고되지 않은 일상탈출의 해방감을 만끽하며
형광등 백만개를 켠 것 보다 더한 아우라 뿜어 내고 있었다.
이리하여 범생으로만 살았을
이들의 조신한 삶에 커다란 오점이 될 수도 있는,
외간남자들^^과의 통영행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는 남편까지 억지로 떼 놓고...
<수많은 외간남자들 속에서 즐거워 하는 혜원,주영누이...>
<남해의 섬들마저 외간남자들 이었으면....^^>
<이렇게...........일몰을 즐길것을...>
<외간남자들과의 일탈은 이렇듯 그림처럼 아름다운 것 ?...>
세 여성은 외간남자들과 주안상을 놓고 밤늦게까지, 아주 밤늦게까지 마주하였다. ^^
외간남자들 하고....
어쩌면 나도
알피나 산행에 어서 빨리 가고 싶었던 마음 처럼
삼십년 전 통영에서 고교생 모자를 쓰고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불현듯 그곳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는 지도 몰랐다.
외간여자들 하고...
윤이상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그 곳 통영은
어쩌면 ..
어느듯, 우리에게도
아득하게 그리운 동네, 끝내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몰랐다.
첫댓글 오빠~~~~ 통영 얘긴 그만이요~~~~~ ㅎㅎ 부러워서 죽을 거 같아요
알파인클럽 알피나 출신 작가 성석제 아니, 작가 박종훈을 보다~~ 그리고, 통영의 풍광도 싱싱한 멍게비빔밥과 멸치회도 좋았지만, 1부 밤 8시에 시작하여 새벽 3시 40분까지 이어진 7인의 즐겁고 호쾌한 이야기판 2부 혜원과 아침 7시까지 나눈 속깊은 이야기 ~~ 그 분위기 너무 좋아 웃음이 떠나지 않았지요,,아~~ 통영 또 가구 싶다
웬 비하인드 스토리야
넘들 배아프게
형의 멋드러진 이야기..오늘 '은교'라는 영화에 나왔던 그 작가보다 더 참 이야기꾼..종훈이 형!
내원~참,....내가 지리 배울땐 충무였는데?>???.....참나~~드러버서 죽을란다.
외간남자 중 한 사람이 이리도 멋지게 하루밤을 묘사해 주니
정말 제가(정화씨) 수필속에 들어갔다온 것 같네요
파도소리 들으며 세벽까지 이슬 마시고, 옛 애기 하니
제 젊은 시절로 잠시 다녀온것 같았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넘 조오오오~~~~았습니다아아아아아.....
꼭 갈겨 ~? 울 젬마랑 ! (신희야 부러우면 지는겨 ..)
애효~~~ 부러분거
근데 글은 참 맛깔나요
행님 언제보나
내침김에 5월정산은 통영으로 잡으면~~~
제목이 너무 황색저널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