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7.
- 추석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얼마나 기다린 명절인가?
지금의 아이들이 즐겨하는 마인크래프트를 아무리 설명해도 내가 모르듯 지금의 아이들은 추석의 진가를 설명해 줘도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옷도,신발도,장난감도 과자도,학용품도 추석이 아니어도 맘만 먹으면 당장 구입해 먹고,쓸수있지만 그땐 신발이 헤져 발가락이 나와도 설과 추석이 올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자기 새끼들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만 그놈의 가난 때문에 돈 드는 일이면 무조건 추석 때 해 준다는 공수표를 날리고 보니 막상 때가 되면 부모는 빚진 죄인이 되고 아이들은 채권자가 되어 단란했던 가정은 희비가 엇갈리는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추석전에 열리는 5일장을 대목장 이라 했다.
대목장날은 너도나도 모두 장에간다.친구가 장에가니 거름지고 함께 간다는 말이 생겼으니 개도소도 대목장을 못가면 시대에 뒤떨어진 팔푼이로 취급받는다.거나하게 취해서 비틀되며 귀가해야만 남자다웠다.그 후로 길거리에서 술취한 사람을 보게되면 오늘이 남창장인가? 하다가 뒤에는 술취한 사람을 “남창장”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읍내 대목장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동행을 하시는 것을 보면 사 올 짐이 많았을 터이다.
이미 엄마의 귀띔으로 내게 주어질 '추석빔'(선물)을 알고 있기에 그 기쁨은 천하를 얻은것이다.
봄에 큰댁에서 '배내기송아지'를 얻어 온것이 소먹이 담당인 내가 소를 잘먹여 새끼를 배었기 때문에 운동화를 사주라는 하늘같은 아버지의 명령 이란다.
당시에는 소가 농사일 에도 없어선 안될 짐승 이지만 자식들 의 우골탑,학비 충당뿐만 아니라 시집,장가의 혼수밑천 이었다.
배내기소란, 소가 여럿인 부자가 소가 없는 가난한 집으로 소를 키우게 하고 새끼가 나면 그 새끼소를 갖는 제도다.
생에 처음 곤색 운동화를 신어본다 그때의 운동화 냄새를 지금도 기억한다.
머리맡에 두고 밤잠을 설치고 방안에서 신을 신고는 몇 바퀴나 돌았을까?
동생은 자기도 운동화 사달라고 울고불고 희비가 엇갈리는 전쟁이었다.
그때 동생에게 너도 소 먹이면 사 줄거란 얘기를 한 것 같다
한번만 신어 보자는 것도 거절한 것 같다.
정작 추석날은 해가 설핏 할 때 까지 밖에 나가지 못한 기억이 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친구들 에게 그냥 부끄러워서 였다.운동화를 신고 밖에 마당 흙을 밟았을 때의 느낌은잠방이 입고 통영갓쓴 꼴 같은 느낌이었다.
시대의 흐름이야 말릴 수 없지만 오늘날은 너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분수에 넘치고 과분한 축복 때문에 이미 고인이 된 조상님들께 미안 한 생각이 든다.
그때는 가난속에 풍요를 누렸고
지금은 넘치는 풍요 속에서도
감사와 기쁨을 잃어버린 시대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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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8.
- 고향 가는 길
나흘간의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다.그러나 힌남노 태풍의 수마로 인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솟는 이재민들을 생각하면 고향가는 길이
달가운 것 만은 아니다 속히 복구되고 마음의 상처도 회복되어 옛말하며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어느듯 자라서 하나 둘, 제 앞가림 하러 도시로 나간 자식들의
금의환향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 했을까?
버스에서 내려 개여울 징검다리를 건너고 산 모퉁이를 돌아 들면
포구나무 정자가 있는 내 고향 마을이다.
고향산천(1968)
최정자
시냇물 흘러흘러 구비도는 언덕위에
그림같은 초가지붕 평화로운 고향마을
산비둘기 꾸룩꾸룩 푸르른 고향산천
꽃바람속에 묻힌 내 마을 그리워지네.
송아지 풀을뜯는 정자나무 그늘아래
버들피리 꺽어불던 아름다운 고향 마을
산딸기 붉게 물든 정다운 고향산천
꽃구름 속에 덮인 내 마을 그리워지네.
다래나무 지팡이에 의지한 노모는
동구밖을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긴 기다림을 배운다.
세월은 변해도 집 나간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버선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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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9.
- 보름달은 여전한데.
세상의 모든 할배 할매들은 추석 한가위 기분을 손주들과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 저것 선물은 사들고는 왔는데 아이들 옷은 허드레로 입던 그대로다.
아니 더 못한 옷을 입고 와 은근히 배알이 꼬여 “아이들이 옷이 없느냐”고 물었다
애비애미도, 아이들 마져도 그깐 옷이 무슨 대수냐 라는 듯 아무 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에 더 속이 상했다.
입고 싶을 때 언제든 좋은 옷을 입을 수 있어 그렇다 지만 그래도 추석 한가위는 마땅히 때빼고 광내야 하건만 은근히 고유한 우리의 대명절이 무시당하는 것 같음은 나잇살이나 먹은 꼰대들 에겐 공통된 생각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애써 추석기분을 재현이라도 하고파 할멈과 의논한 데로 아이들과 함께 명절음식 만들기위해 식재료를 남겨 두었다가 판을 벌였다.전도 굽고 송편도 빗고 사진도 찍었다.내킨 김에 윷판도 벌였고 모나 윷이 나올때는 이웃에 들릴만큼 고함과 익살을 쳐 보기도 한다. 이럴때는 아이들은 때때옷을 입고 어른들은 한복을 입어야 제 맛이 날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바람빠진 풍선이다.
허긴 농경 시대적 풍습을 첨단 AI시대에 재현 한다는게 무리수 일 것도 같다. 아이들은 윷놀이보다 전자오락에 더 집착하고 송편보다는 피자를 더 선호한다. 젊은이들은 격식을 차려 조상을 뫼시는 것 보다 여행이 더 꿀맛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세월탓이다. 너무 빨리 변한 것이다.
코로나로 몇 년 못 만나고 전굽고 성묘하고 차례지내는 것이 귀찮고 짐이된다. 이판에 완전히 뒤집고 “가족여행의 날”로 정하는게 어떨지 모르겠다.명절 스트레스1위가 차례상 이라고 이제는 성균관이 앞장서 전 따위는 하지 않기로 권장 한단다.
수년내 이런 류의 선거 공약이 나오면 무조건 당선 될 것이다.
휘영청 보름달은 여전한데 한가위 기분은 예전 같지 않고 점점 멀어져만 간다.
어쨋거나 가까이서 손주들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손주들이 추석날 걸레를 걸치고 와도
닐리리야 얼시구 좋구나 지화자 좋다.로 맘 고쳐먹자.
추석 (동요)
하늘엔 두둥실 보름달이
들판엔 춤추는 곡식들이
농부들 흫겨운 노래소리
닐리리 닐리리 닐리리야
고향을 잧아온 기쁜얼굴
송편을 만들며 웃는얼굴
농악이 풍년을 노래하며
닐리리 닐리리 닐리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