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마찬가지로 집안이 휑~
해찬이는 아직 핸드폰이 없으니 수학여행을 잘 다니고 있는지 물어볼 길도 없고...
퇴근 후 말리를 데리고 천변으로 내려가 백제교 방향으로 올라가본다.
우리 아파트를 기준으로 아랫쪽에는 천변산책로 정비공사가 어느정도 마쳐졌고 윗쪽으로는 지금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에 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함인데...롯데백화점 무렵부터 자갈로 깔린 산책로가 그대로 진북보 윗쪽까지 이어져 있다.
한동안 상류방향으론 달리기가 힘들 듯. 이 공사가 끝날 때까진
대충 1Km지점이라고 생각되는 서신교 앞에서 반환해 다시 한일아파트 징검다리 부근으로 내려왔는데 건너편에 개를 세마리나 데리고 산책나온 아줌마가 보인다.
말리를 안아 건너서 그 무리로 합류했는데 시츄, 말티즈, 치와와로 구성된 삼견조(?)의 단합된 팀플레이가 만만치 않아 말리가 처음으로 수세에 몰린다.
특유의 몸놀림으로 치고 빠지기가 주특기인 말리가 개 세마리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중에 자전거를 탄 영감님이 미쳐 비켜가지 못하고 말리 다리를 깔아 뭉게고 말았다.
그것도 앞뒤 바퀴로 앞뒷발을 지나쳤으니...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지며 온갖 생각이 지나간다.
그런데 다행히도 녀석을 안아서 발을 만져봐도 부러지거나 아픈데가 없고 땅에 내려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뛰어 다닌다.
더군다나 놀라지도 않은 표정!
넌 도대체 누구냐?
정작 자전거를 탄 영감님은 분명히 바퀴가 개다리를 지나갔다고 그러고 그 순간을 정확히 지켜본 아주머니도 분명 그렇다고 하는데...
되려 자전거 영감님께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자리를 정리한다.
하가지구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섭다리를 건너 이편한세상 정자에 이르렀는데 여기서 턱걸이와 평행봉을 하면서 보강운동과 함께 기분전환까지~
어젯밤 꿈에 이십년 전의 직장 동료가 높은데서 떨어져 죽는 대목이 나와 몹시 뒤숭숭 했는데 좀 전에 퇴근할 때 자전거가 미끌어져 자칫 사고로 이어질 뻔 했고 강아지까지 위험상황을 겪었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안정의 시간이 지난 뒤 말리를 안아주고 잘 뛰어보자는 각오와 암시를 나눈 뒤 1.5Km구간의 질주를 시작~
첫 500구간에서 1'51", 그 다음에선 2'00"(3:51), 막구간은 1'46" (5:37)
지난주 5:34 보다는 좀 떨어졌지만 나름 선방한 기록.
더군다나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서 달린 것 치고는 썩 괜찮다.
혼자서 달릴때면 비켜달라고 소리라도 치지만 강아지랑 함께 달리는 판이라 괜히 욕 먹을 것 같아 그냥 포장면 바깥까지 벗어나더라도 조용히 지나치다보니...
백제교 광장까지 자갈길을 왕복해 1Km를 쿨링다운, 총 달린 거리 6Km에 소요시간 32분.
집에 가서 씻고 저녁을 요기 수준으로 한 다음 이마트에 가서 생필품 보급을 하면서 싸게 내놓은 멍게와 옛날막걸리 한병을 사온다.
큰아들과 집사람이 10시반이 넘어서야 들어오는데 때마침 멍게 손질이 끝났기에 둘러 앉아서 한점씩 한잔씩.
그런데 집사람 사무실에서는 경비아저씨가 자전거 사고로 돌아가셨단다. 바로 오늘.
흐미~ 매일 무사히 몸 성히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