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된 뒤 첫 날을 맞이했다. 1926년에 ‘가갸날’로 선포되고 1928년에 처음으로 한글날로 명칭을 사용하면서 올해로 80돌을 맞는 한글날은 민족문화의 상징이자 무너져가는 민족문화의 상처이기도 했다.
1946년에 공휴일로 지정되고 1949년에는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으나 1990년 경제 단체의 건의로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한글날은 점차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더욱이 세계화의 역풍을 맞으면서 영어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영어권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외국어의 위상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한글에 대한 문화적 파괴현상도 급격하게 심화됐다.
그러나 국어단체연합과 한글단체 모두모임이 ‘법정공휴일 제외’에 반대하며 ‘한글날 국경일 승격 운동’을 벌여왔고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이 사안이 통과되면서 한글날은 마침내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 개천절에 이어서 다섯 번째 국경일로 승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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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한국어 한마당.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과 폴란드에서 온 꺄뮬라가 끝말잇기 게임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한글의 ‘상업적 가치’ 들여다보는 작은 전시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 홍현보 연구원은 “한글 고서와 원본 전시 외에도 한글이 가진 문화상품의 가치를 보여주려 했다”며 독특한 한글 문양의 넥타이와 아름다운 한글 목판에 찍힌 판화등을 선보였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1990년부터 한글날 기념특별 전시회를 해왔으나 최근 몇 년 동안 한글을 아이디어로 제작한 문화 상품들도 함께 선보여 왔다고 소개했다.
“1990년에 경제인들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할 때 경제적 손실을 이야기 했습니다. 한글은 우리 한국의 고유한 문화입니다. 한글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한글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이를 잘 이용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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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한글 디자인을 선보인 문화 상품들 ⓒ민중의소리 |
이날 전시된 한국문화 상품전에는 아름다운 목판에 새겨진 한글들과 한글로 디자인 된 티셔츠, 넥타이 등이 선보였다.
목판전시와 체험관의 경우, 목판본을 찍어 나오는 아름다운 그림과 서체를 갖기 위해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행사장 주변은 한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긴 줄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아 4동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한글로 디자인을 하는 것은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널리 이용됐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날 행사장 주변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글 티셔츠와 한글 목판을 찍은 서체들을 서너장 씩 들고 줄을 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편 세종회관 정문 계단앞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는 외국인 한국어 한마당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꺄뮬라(폴란드,여)씨는 한국의 어린 아이들과 끝말잇기를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또한 인도에서 온 사티안(인도,남)씨는 “인도와 한국은 비슷한 시기에 식민지를 경험했으나 한글이라는 언어를 가진 한국의 결과는 많이 달랐다”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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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사랑에는 언어적 감수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한글 사랑의 한 부분이다 ⓒ민중의소리 |
한글 지키기 ? 한글 훼방꾼 ?한글날 국경일을 맞아 한글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다채로운 학술대회, 토론회 등도 준비됐다.
지난 9월 6일에는 한글문화연대의 주최로 한국 언론회관 19층에서 "영어 몰입 교육, 영어 교육 혁신인, 국어 억압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몰입식 영어교육의 적용과 성공 여부, 부작용 등을 검토하면서 "제 2의 영혼을 얻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언어교육을 망각한" 영어 몰입 교육에 대한 비판적 과제들을 다루었다.
이 달 10월 4일에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에서 "2006년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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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셔츠에 세종대왕 그림을 ⓒ민중의소리 |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킨 국회가 선출됐고 이 외에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서울동대문구 의회,
우리 은행 등 우리말을 상표로 사용하거나 우리말 활용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 등 10곳이 선정됐다.
반면에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교육부가 선정됐다. 이들은 교육부가 선정된 이유로 "2008년부터 제주도와 인천,부산 경제특구 등에서 초,중 교육 수학 등 일부 교과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할 예정이며 그동안 영어조기교육을 도입해 온 국민에게 영어열병을 앓게 한 공로가 인정된 까닭"이라고 밝혔다.
한편 10일에는 한글문화 세계화를 위한 의원모임 주최로 미국의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맥켄교수와 중국 절강성 월수대학교 유은종 교수 등 국외 석학으로부터 한글 연구의 업적과 과제 등에 이야기하는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11일에는 한글문화연대 주최로 언론의 외국어 남용 실태와 대책에 관한 토론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방송에서 남용되는 외국어와 신문의 영어 남용 등 언론의 문제점들을 적극 부각할 예정이다.
또한 21일에는
한글학회 주최로 560돌 한글날 기념 국어학 학술대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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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던 한글 고전 원본들과 훈민정음, 용비어천가들이 거리로 나왔다ⓒ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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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판에 먹을 닦아내고 있다. 이날 목판체험은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민중의소리 |
/ 윤보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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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글의 얼을 담는 행사이기에 내년에도 더 다양하고 성대한 행사가 이어져야 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