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端午) 이야기

[여행의 낭만(백충기)]

<작년 요맘때 쯤 썼는데 단오가 가까워오니 조금 보충하여 다시 올립니다.>

- 내 고향 강릉 이야기 -

강릉 단오제(江陵端午祭)

       강릉 단오굿                    관노가면극               국사성황(國師城隍) 행차

  음력 5월 5일은 단오(端午)이다. 수릿날(水瀨日),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五節)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단오는 예로부터 1월 1일(설날/元旦), 3월 3일(삼짇날/上巳日), 5월 5일(端午), 6월 6일(流頭), 7월 7일(七夕), 9월 9일(重陽節)과 같이 월(月)과 일(日)이 겹치면서 특히 양(陽)을 의미하는 홀수(奇數)가 겹치는 날은 양기(陽氣)가 가득 찬 길일(吉日)로 쳐왔는데 그 중에서도 5라는 숫자가 겹치는 단오(端午)를 으뜸으로 쳤다.

  단오는 수릿날(水瀨日)이라고도 하며 일 년 중 으뜸 명절로 쳤는데 수리(水瀨)라는 말은 고(高), 상(上), 신(神)을 의미하는 옛말이라고 하니 1년 중 최고의 날이란 뜻이겠다.

  수리의 한자인 수뢰(水瀨)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대시인이었던 굴원(屈原)이 정적(政敵)들의 모함을 참지 못하고 돌을 끌어안고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자살한 것이 음력 5월 5일로 굴원을 존경하던 백성들은 억울하게 죽은 굴원(屈原)의 시체가 물고기에 의하여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 강물에 떡과 밥을 던지고 용선(龍船)을 띄워 시체를 찾았다고 한다. 수뢰(水瀨)는 강물의 여울진 곳이라는 의미로 뢰(瀨)는 ‘여울’을 뜻한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단옷날이면 용선(龍船) 경주를 하고 떡과 밥을 물에 던지는 풍습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것을 단오의 효시(嚆矢)로 보고 있다고 한다.

  단옷날에는 수리취나 쑥의 일종인 구설초(狗舌草/일명 솜방망이)를 쌀가루와 섞어 쪄내서 둥그런 떡을 빚고 수레바퀴 모양의 문양을 찍어서 나누어 먹었는데 수레바퀴와 비슷하다하여 ‘수리취떡(수레바퀴떡/車輪餠)’이라 불렀고 단오의 세시풍속 음식이 되었다. 또 단오를 술의날(戌依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농경사회(農耕社會)에서 밭에 파종을 하고 논에 모를 낸 후 약간의 휴식이 주어지는 시점이 단오(음력 5월 5일)로 농촌에서는 이날 하루 마음껏 놀이를 즐긴다.

  단오(端午)의 세시풍속은 그네타기, 씨름, 창포물에 머리감기, 단오부채 만들어 선물하기, 수리취떡 만들어 나누어 먹기 등이 그것이다.

        구설초(솜방망이)               수리취떡(車輪餠)                     수리취                          단오 씨름경기

  추위가 늦게까지 계속되는 북쪽지방은 이때쯤 비로소 날이 완전히 풀리기 때문에 경사스러운 날이 될 수밖에 없다. 남쪽이 추석(8월 15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에 북쪽에서는 단오를 더 중시(重視)했던 것은 지역의 기후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단오(端午)는 우리나라 전 지역은 물론 중국에서도 큰 명절로 여겨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겨왔는데 그 중에서도 강릉(江陵)의 단오는 이곳에서 번성하였던 옛 부족국가 예맥(濊貊)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만큼 역사가 오래 되었으며, 또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 지금까지도 대규모로 성대하게 치러지며 우리나라에서 으뜸으로 친다.

  정부에서는 ‘강릉단오’를 1967년에 ‘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하였으며 2005년 11월 25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UNESCO 世界人類口傳 및 無形文化遺産傑作)’에 등록이 되면서부터 정부에서 행사비를 보조받아 더욱 화려하고 알차게 치러지게 되었다.

    강릉 단오제는 천년단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 중심은 굿이다.

  단오 굿의 주신은 대관령 산신(김유신장군), 국사서낭(범일국사), 국사여서낭 등인데 일반적인 큰 굿의 규모가 12거리로 끝나는데 반면 강릉 단오 굿은 30여 거리가 넘는 대 굿으로 5일 간 펼쳐지는데 그 중 재미있고 중요한 대목이‘당그매기굿(당금애기굿/세존굿)’과 국사서낭과 국사여서낭의 스토리이다. 또 놀이판으로 벌어지는‘관노가면극’도 볼만하다.

  서낭은 성황(城隍)이라는 말로 천신(天神)과 산신(山神)이 복합된 신인데 마을마다 모시고 개인과 마을의 안녕을 빌던 서낭당(城隍堂)의 주신(主神)이다.

  강릉단오의 주신(主神)은 신라 때 칼로 나라를 지키던 김유신(金庾信/대관령 산신) 장군과 불법(佛法)으로 나라를 지키던 신라의 고승 범일국사(梵日國師)이다. 범일국사는 강릉의 학산(鶴山)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신라 때 이곳에 굴산사(掘山寺)라는 대찰(大刹)을 세웠던 큰스님으로 지금도 그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 절은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하나인 사굴산(闍掘山) 파의 본산이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굴산사지 당간지주(幢竿支柱)는 지금도 그 위용을 자랑하는데 보물 86호로 지정되어 있고, 보물 85호 부도탑(浮屠塔/높이 3.7m)과 지방문화재 삼존위 석불도 있다.

  강원도 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삼존위 석불(三尊位 石佛)은 2위는 근처의 작은 암자에, 1위는 보호각을 지어 따로 모시고 있는데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로 보인다고 한다.

                    굴산사(掘山寺) 삼존위 석불                         부도탑(높이 3.7m)            당간지주(높이 5.4m)

  강릉 단오굿의 주된 줄거리는 대관령에서 산신(김유신/金庾信)과 국사서낭(범일국사), 국사여서낭을 모셔와 강릉 남대천변 백사장에 설치된 굿 당에 모시고 5일 밤낮으로 굿을 하는 스토리이다.

  국사여서낭은 강릉 경방(經方/강릉시 홍제동의 옛 이름)의 정씨 집안(鄭氏家) 처녀가 호랑이에 업혀가서 대관령 산신(김유신 장군)의 부인이 되었다는 설화에서 비롯된다. 거기에다 세존(世尊/석가무니 화신/일명 帝釋)의 사랑으로 아들 삼형제를 낳았다는 당그매기 이야기는 질펀한 굿으로, 조선시대 강릉부(江陵府)의 관노(官奴)들이 놀았다는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은 놀이판으로 벌어져서 한바탕 흥겨운 놀이판이 곁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강릉 단오굿은 고을의 안녕이나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외에도 동해안 어촌의 풍어와 뱃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의미가 크게 함축되어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근래의 강릉 단오굿은 전통적인 것에 현대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는데 주된 놀이로는 전국 장사씨름대회, 그네뛰기, 농악경연대회, 활쏘기, 한시(漢詩)백일장, 창포물에 머리감기, 단오부채 만들기,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 농상(農商) 축구정기전 등이다.

  또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은 오죽헌(烏竹軒)과 여류천재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과 그 동생 허균(許筠)을 모시는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도 있다.

  그 외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는 국내외 서커스단 초청 공연, 세계 무용단 초청공연 등 다양한데 지금은 거의 난장(亂場)이 주류를 이루어 잡상인들이 판을 치는 느낌이며 다양한 먹거리들로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4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는 강릉농고(農高/현 중앙고)와 강릉상고(商高/현 제일고)의 축구 정기전인 『강릉 농상 축구정기전』은 우리나라 축구 발전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알려 졌는데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전통적으로 재학생들의 카드섹션이 볼만하다.

강릉상고(제일고)에서 배출한 축구선수 중에 국가대표로 활약한 설기현이 있다.

[상록수asd159]

이상도해라 거사 백충기님은 강릉이야기만 나오면 베스트 작가가되니-.
오죽헌의 신이 내림굿하듯 하는것인지,,,,,,,, 작년에도 강릉단오제를 소개하더니만....
나이들어가며 향수병에 걸리는것이 인간이라 했던가, 설기현 내력까지 잘봤음니다. 단오날 아직 3일이나 남았구만...

[여행의 낭만(백충기)]

강릉얘기 아니어도 내가 베스트 작가인줄 알았더니...흑흑

[들국화]

낭만님.작가님~
책도 내셨으니 충분합니다
강릉에 수리취떡도 먹고프고 아름다운 강산도 보고프고 그러네요
자세하게 적어주시니 호기심도 나고. 역사도 배우니 일거양득 이고.
고향의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