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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위로 뜬 슈퍼문
<출처: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사이트>
우여곡절 끝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88년 서울올림픽 이후로 30년 만의 올림픽이다 보니 뉴스부터 광고까지 TV만 틀어도 평창동계올림픽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광고를 보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이 회사는 공식파트너, 저 회사는 공식스폰서, 거기다 공식공급사에 서포터까지. 말들이 다 다르니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게 그거 아닌가? 그래서 이참에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쉽게 설명하고 들어가자면 파트너, 스폰서, 공급사, 서포터 등은 후원사의 등급을 나누는 단어다. 이를테면 파트너 → 스폰서 → 공급사 → 서포터 순으로 등급이 한 단계씩 낮아진다. 기준은 후원 금액, 후원 서비스 카테고리 등으로 후원의 범위에 따라 나뉘게 된다.
<출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케팅 미디어 가이드>
월드와이드 공식파트너
가장 대표적인 올림픽 후원 제도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1985년 대회 운영을 위해 글로벌기업을 스폰서로 유치하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영어로는 TOP(The Olympic Partner), 또는 월드와이드 파트너(Worldwide Patners)라고도 한다. 공식파트너는 IOC가 4년 단위로 선정하기 때문에 올림픽파트너로 선정되면 4년 동안 파트너 자격을 가진다. 또 하나, 한번 파트너가 되면 차기 올림픽파트너 협상에서도 우선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대부분의 기존 파트너사가 꾸준히 공식파트너를 유지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무려 90년째 올림픽의 공식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선정된 기업들은 각자의 기술과 자본, 서비스를 통해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돕고, 대신 올림픽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마크를 모든 국제올림픽위원회 가맹국에서 사용할 수 있고 올림픽 운영에 관련된 제품을 우선적으로 납품한다.
파트너는 음료부터 생활용품, 정보기술,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별로 하나의 업체를 선정한다. 후원 금액은 비공식이라고는 하나 대략 1000억 원 이상은 후원해야 월드와이드 공식파트너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세계적으로 올림픽을 후원하는 글로벌 업체로 선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의 명성이나 이미지 자체도 중요하다. 후원 금액 외에도 IOC의 까다로운 선정 기준이 있다는 얘기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월드와이드 공식파트너
위의 13개 업체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월드와이드 공식파트너다. 음료에는 코카콜라, 클라우드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알리바바, IT서비스에 아토스, 타이어에 브릿지스톤, 화학에 다우, 가전제품에 GE, 첨단기술에 인텔, 시계 및 타임키퍼에 오메가, 오디오와 비디오에 파나소닉, 생활용품에 P&G, 무선통신에 삼성, 자동차에 토요타, 신용카드에 비자가 선정됐다. 대표적인 브랜드 몇 가지만 살펴보고 넘어가자.
▶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올림픽과 연이 아주 깊다. IOC가 정식으로 올림픽파트너를 선정하기도 전인 1928년 6월, 코카콜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올림픽을 후원하는 코카콜라 1000박스를 미국에서부터 배에 태워 보냈다. 그렇게 최초의 올림픽 후원사였던 코카콜라는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올림픽 공식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모든 논알콜 음료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스포츠음료인 파워에이드가 있다.
▶ 삼성
삼성은 자랑스럽게도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사에 포함되어 있다. 삼성은 무선통신에 관련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장비를 독점 공급한다. 아마 올림픽 기간 내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삼성의 갤럭시 노트 8을 사용하게 될 것. 삼성에서 무려 4000여 대의 갤럭시 노트8 올림픽 에디션을 준비했으니까.
▶ 인텔
40년 동안 올림픽 공식파트너였던 맥도날드가 후원사 자격을 내놓았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놀랍게도 인텔이었다. 인텔은 이번 올림픽에서 5G 기술, VR, 드론 등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게 된다. 현재 KT와 손잡고 선보일 세계 최대 규모의 5G 쇼케이스를 개발 중이다.
▶ 오메가
▲ 오메가의 평창 2018 리미티드 에디션
스포츠에선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래도록 올림픽의 타임키퍼 역할을 해온 브랜드는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 오메가다. 올림픽의 타임키퍼라면 1/1000초 단위까지 거뜬하게 측정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전광판, 또는 올림픽 경기 내내 화면 구석에 선명하게 새겨진 오메가 로고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오메가는 매번 올림픽을 기념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는데 평창올림픽을 기념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물론 출시했다.
로컬 공식파트너
월드와이드에서 '로컬'과 ‘평창’으로 축소됐다. 이른바 로컬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으로 선정돼 있다. 여기서부터는 IOC의 손을 떠나 평창 조직위원회에서 업체를 선정한다. 로컬 공식파트너로 선정되면 국내에서 평창동계올림픽으로 1년간 마케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공식파트너 명칭은 물론 대회 마크 사용, 올림픽 현장 안에 홍보관도 운영할 수 있다. 올림픽을 위해 500억 원의 후원 금액을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파트너
맥도날드, KT, 노스페이스, 대한항공, 삼성, 현대기아, SK, LG, 롯데,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등 11개 업체가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파트너로 선정됐다. 맥도날드는 월드와이드 공식파트너에서 로컬파트너로 한 단계 내려왔다. 아래에서 더 설명한다.
▶ 맥도날드
▲ 맥도날드가 강릉 올림픽 파크에 새로 오픈하는 매장. 버거 세트 모양을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맥도날드는 후원 등급은 한 단계 낮췄지만, 올림픽 마케팅에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릉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해 100% 평창 한우를 이용한 평창 한우버거를 한정 판매하기도 하고, 취약 계층을 위해 동계올림픽 경기관람권을 900장 기부하기도 했다. 전보다 적은 비용을 들였지만, 홍보는 확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 LG
▶ LG는 인천국제공항과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에 안내 로봇과 청소 로봇을 투입했다
<출처: LG전자>
LG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공식 홍보 영상, 영화, 인쇄물, 옥외광고물 제작 등 마케팅과 관련된 서비스다. 우리가 예상하는 전자 쪽은 아니지만, LG는 틈틈이 자사의 로봇 기술을 알릴 예정이라고. 벌써 인천국제공항과 올림픽경기장에 각각 안내 로봇과 청소 로봇을 투입했다. 공항에 위치한 안내 로봇은 4개국어를 구사하고, 올림픽 경기장의 청소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로 장애물을 피해 스스로 경기장을 깨끗이 청소한다.
▶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는 팀 코리아의 공식 단복과 서포터즈 및 스태프의 유니폼을 후원한다. 지금 노스페이스 사이트에서는 선수들의 단복을 구매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 덕분에 지난해 노스페이스는 아웃도어 업계 1위를 재탈환했다고.
공식스폰서
공식스폰서는 로컬공식파트너의 바로 아랫 단계다. 약 150억 원의 후원금액을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공식파트너에 비해 올림픽을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과 범위가 줄어든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스폰서
삼성생명, 삼성화재, EF, 쌍용정보통신, 네이버, 한화, 아그레코, 신세계, CJ, KEB하나은행, 한국수력원자력, LH, 강원랜드 등 13개 업체가 공식스폰서로 선정됐다.
▶ 신세계
<출처: 신세계그룹 공식블로그>
신세계는 음식 분야를 맡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맡아 강원도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들을 제공한다. 올림픽 기간 내에 평창 선수촌,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국제방송센터에서 선수단은 물론 운영인력 1만여 명의 식사를 책임지게 된다. 각 나라 선수의 입맛을 고려해 양식, 채식, 아시안 푸드에서 할랄까지 400여 종의 메뉴를 개발했다.
▶ CJ
▶ CJ가 지원하는 선수들. 왼쪽부터 스노보드 이상호, 스켈레톤 윤성빈, 스노보드 김호준, 모굴스키 최재우
CJ 역시 먹거리를 담당했다. 선수촌 매점에 비비고 만두, 어묵, 소시지를 독점 공급한다.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는 비비고 테이스티 로드 투 평창 부스를 마련해 비비고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동계스포츠에 대한 후원도 더욱 확대했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후원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공식공급사
공식공급사는 후원금액보다 기업의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춘다. 후원금액은 약 25억 원 정도.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공급사 (총 25곳)
▶ 파고다
▶ 파고다 광고, 평창에서 이러면 안되니까 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인 올림픽 현장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가 울려 퍼진다. 파고다는 그 사이에서 언어교육서비스를 통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 한샘
국내 가구 업계 1위인 한샘은 선수촌을 비롯해 라커룸, 미디어센터 등에 자사의 가구를 지원한다. 침대, 매트리스, 침구, 옷장, 식탁 등 100여 종의 가구를 3만여 점 지원했다. 폐막 후엔 가구가 필요한 곳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공식서포터
25억 원 미만의 금액을 후원하면서 각 사의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서포터로 분류된다. 윗 등급서부터 서포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기업이 후원하고 나선 것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전체 공기업 35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후원하고 있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서포터 (총 33곳)
▶ 매일유업
매일유업은 유제품 부문을 맡아 선수단과 취재진 등에 흰 우유, 떠먹는 요구르트, 치즈 등의 유제품을 공급한다. 그 밖에도 ‘매일유업 기프트박스’ 캠페인을 통해 선수들이나 유명인사에게 매일유업의 평창 후원 소식을 전하고 유제품 기부를 독려하는 등 응원 열기를 함께 나눈다.
올림픽 마케팅, 알고 보면 나름 재미있다
올림픽 내내 우리는 저 수많은 기업들을 마주치게 될 예정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아무 기업이나 올림픽 마크 붙이고 광고만 내면 되는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후원금과 제품을 지원하는 기업만 올림픽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본 뒤에는 여러분들도 어떤 기업이 올림픽 파트너인지, 스폰서인지, 공급사인지 등을 구분할 수 있을 터. 이제 올림픽 관련 광고에 조금 더 관심이 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삼성과 인텔의 활약이 주목된다. 부디 평창동계올림픽이 무사히 마치길 바라면서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화이팅을 보낸다. 여러분들도 모두 즐거운 올림픽 관람, 시청이 되길!
기획, 편집 /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염아영 news@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