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대를 나오신 아버님 덕분에 어린시절 망우헌 주변에는 감나무를 비롯한 유실수가 아주 많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어린 저희 형제들을 데리고 고란산 감나무 밭에 가시면 고염나무를 길러 어느 정도 자라면 고염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이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곤 했었는데 50년이 더 지난 이런 추억들이 지금 생각하면 보석처럼 귀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감꽃이 필때면 떨떠름한 감꽃을 따먹기도 하였고 감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소꿉친구들과 놀기도 하였습니다. 늦여름 새파란 땡감을 소금물에 담아 삭혀 떪은 맛을 제거한뒤 생감 먹는 법도 그때 배웠고 매년 이맘때면 저녁에 식구들이 사랑방에 둘러 앉아 밤늦도록 곶감깎던 생각도 나는군요 !
어머님은 감껍데기를 말려 백설기위에 늘 얹어 백설기를 만드셨는데 시루에 쪄진 백설기떡위의 감껍데기의 달달함은 지금 생각해도 침이 저절로 넘어갑니다.
요즘이야 건조기에 곶감을 말리고 유황처리를 해 곶감이 주황색이지만 처마및에 자연 건조로 말린 곶감은 거의 진고동색이 되는데 꾸들꾸들 마른 곶감을 선선한 다락위에 두면 밀가루 뿌린듯 뽀얀 분이 생겨 분이 생긴 곶감의 단맛은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곶감맛과는 비교불가 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감나무 130여그루를 망우헌 주변에 심고 감농사를 지어 보기로 작정한것도 어쩌면 이런 어린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 소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 1월 망우헌 정면에 있는 둥시 감나무밭 수고 낮추는 이야기는 한번 말씀드린적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ngsangolgil111/222628965210
작년 가을에는 이 감나무들이 강전정을 한탓에 감이 하나도 안열렸습니다만 올해는 많이도 열리고 많이도 떨어지네요 !
작년까지 둥시 감나무 30여 그루는 수확하는 감이 아니라 구경하는 감이었습니다만 수고 낮추기를 해준 덕분에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감들을 사진에서 처럼 사다리 없이 서서 수확할 수 있는 감나무가 되었습니다.
남들은 감 농사가 농약 없이는 안된다고 하지만 적게 열리고 벌레 먹고 못생기더라도 비료와 농약은 절대 안한다는 제 나름대로의 원칙이있어 이번에 수확하는 감들은 그야 말로 유기농 둥시감입니다.
*. 감 말랭이(감 또개) 만들기
저희 고향 예천에서는 감 말랭이를 <감 또개>라고 부르지요 !
어제 오후에 둥시감 두 대소쿠리를 따와서 어제 오늘 종일 감 말랭이를 만들었습니다.
건조기에 말리면 색깔이 좋아진다고 하여 한번 시도해 봤습니다만 어제 하루 정도 말리고 다시 햇살에 말리는 중입니다.
둥시감을 4등분해서 말리고 있는 감 또개 !
둥시감을 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는 감 또개 !
낮에는 데크 햇살에 저녁에는 이슬을 맞지 않게 거실에 들여놓는 일을 당분간은 반복해야 할것 같습니다.
다음주말에 해외로 보름정도 출국할 일이 있어 곶감 만들어 놓기가 여의치 않아 올해는 감 말랭이와 감식초 그리고 감홍시 약간 만들어 냉동보관할 예정입니다만 내년부터는 감 말랭이 뿐만 아니라 곶감도 본격적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감말랭이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수확해 온 둥시감의 꼭지를 제거하고 칼로 감껍데기를 벗긴 다음 4등분하거나 1.5 - 2 cm 두께로 썰어 채반에 말리면 됩니다. 건조기에 말리면 색깔이 곱게 된다고 합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약간 짙은 갈색이 되더라도 일부러 선선한 가을 햇살에 말리는 중입니다.
혼자서 오후 한나절 감을 깍았습니다만 어린시절 감 깎아본 경험이 있어서 인지 어렵지 않더군요. 감 깎는 재미에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한나절을 보냈습니다. 수확한 대부분의 둥시감이 씨가 없어 자르기도 쉬워 오늘 200개 정도는 깎아서 말린것 같습니다.
*. 감식초 만들기
별채 ALC주택 지하 숙성고에서 숙성을 시작한 감식초 !
요즘은 감이 익는 속도가 무척 빠르기에 하루만 지나도 감나무의 감들이 거의 반홍시가 됩니다. 딱딱한 감들은 깍아서 감 말랭이나 곶감을 만들지만 잘 익은 감들은 모두 감식초를 만듭니다.
감식초를 만드는 방법 역시 감 말랭이 만큼이나 간단하지요 !
꼭지 제거는 기본입니다. 약간 터진 감이나 홍시 역시 상관이 없구요 .
꼭지를 제거한뒤 마른 수건으로 감을 깨끗이 닦은뒤 하나 하나 양동이에 담아 별채 ALC 주택의 지하 숙성고에 담아두면 됩니다.
감 외에는 일체 첨가하는것이 없으며 감에서 물이 나와 저절로 감식초가 숙성이 됩니다. 이렇게 서눌한 곳에서 보관한 감식초는 일년뒤 한번 걸러서 위의 맑은 물만 다시 1년 정도 더 숙성시키면 2년차 부터는 맛있는 감식초를 맛볼 수 있습니다 !
어제 오늘 감 말랭이 만들고 홍시 위주로 감식초를 담았습니다만 남은 감들을 수확해 감식초를 모두 담으려면 한 이틀은 더 수확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 종산 https://blog.naver.com/jongsangolgil111/223229963258>
첫댓글 저희 농장에 없는 것 감나무.
부럽네요.
땡감 한 박스 사서 1학년 꼬맹이들이 직접 칼로 껍질 벗겨 실로 엮어 창가에 주렴으로 설치하고 꾸덕해지면 본인 것 따 먹는 행사를 했던게 생각납니다.
얇게 껍질을 벗겨야 먹을게 많다고 설명하고 위험하다고 칼사용을 한번도 안해본 아이들이지만 안전교육을 단디시키고 했지요.
요즘같으면 학부형들 난리난리겠죠?
다
옛날 야그입니다.
학부모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구요.
지금은 과도준비물이라고 절대 절대 통하지 않을겁니다.
감은 추위에 약해 중부 이북에서는 잘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만 인천교대 앞에는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놔서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어린시절 하도 감을 많이 봐서인지 홍시나 곶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집사람과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해 감또개와 곶감. 홍시는 매년 만드는 편입니다.
감나무는 버릴게 하나도 없다고 하지요.
곶감과 홍시. 감식초는 물론 단풍도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요즘 학교 선생님들 사태를 보고 참 마음이 착잡해졌던 기억입니다.
아이를 한명씩만 낳아 귀하게들 키우는 이유도 있겠지만 학창시절 학교 선생님한테 매 맞는것을 일상으로 여기고 자란 저희 세대에게는 도데체 이해할 수 없는 부모들 행동이 화나게 하더군요. 현직에 계신 지인들께서도 극성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는게 다반사라고 하니 늘 하늘같이 생각되던 선생님들 역활도 많이 힘드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니어링님이 느끼시는 이런 사태는 저희 보다 마음이 더 착잡하실것 같아요 !
@종산 맞습니다.
우리 때 선생님 한테 수시로? 맞으며 학교생활 했지요.
.....점심때 잠자던 나의 팔뚝에 불침놓았던 국어 선생님.
동그란 얼굴이 떠 오르네요.
십중팔구 돌아가셨겠지..ㅠㅠ.......
아~
아름다운 추억이여!!
요즘 이런 저런 가을걷이를 합니다만 이런 일들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하루 반나절 정도만 일하지만 노동이 일상이되니 건강에도 좋고 저녁에 잠도 잘 오구요 !
토란대. 도토리. 밤. 호두. 은행. 땅콩. 고구마. 호박 등등 가을에 수확하고 말려야 할 곡물들이 줄을 서 있네요 !
건강하시지요 ?
@종산 종산님의 펜이 된지도
아마 20여년 쯤 된것 같습니다~
카페명이
"시골로가는 미지막 기차"였을 때
경기도 수동 ,마석근방에 귀향하여
농사지으면서 교사로 재직하던
종전 까페지기님이 생각나네요~
오래되어
그분의 이름은 잊었지만
종산님과 삶의 방식이 비슷했던
기억이 남니다~ㅎ
그후
키폐를 인수받아 카페명이
도시기차가 아닌 시골기차로
개명되고 나서도 세월이 훌쩍....
@석가 저도 40대때로 기억합니다만 언젠가 나이들면 팍팍한 도시생활을 접고 귀향할 결심을 하고 시골로 가는 마지막 기차에 탑승했었지요 ! 아마도 <조화로운 삶>. < 월든> 같은 책들을 읽고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려면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시절이었던것 같습니다.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때 마음먹은 생각과 의지들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의미에서 블로그와 개인 홈피(www.jongsan.com)에서 일기쓰듯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늘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되도록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는편입니다. 덕분에 추억 소환 감사드립니다.
@종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시골로가는 마지막 기차"를 화두로 삼아 보면 나름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재를 잘 볼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석가 "이시백"
잔잔한 망우헌의 일상이 그려집니다.
참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하루 반나절 정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 삼아 일하고 있습니다.
귀향후 처음으로 접해보는 이런 소소한 가을 걷이가 참으로 정겹고 재미있네요 !
시골에 살게되니 모든게 여유로움이 있어 참 좋습니다.
하나하나가 설치미술입니다.
아름답고요.
먹음직스럽고.
정감이 물씬 묻어나고.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것같습니다.
재료가 좋으니 글도 멋짐니다.
♡-♡
일석님의 뜨락마트에 비하면 초라하지요 !
이달말쯤 처음으로 농사지은 메주콩만 수확하면 올 가을 걷이는 모두 마칠듯합니다.
겨울에는 고란산의 방치되다시피한 매실밭 전정작업을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20년된 매실나무들이 거목이되어 수고 낮추는 강전정을 해야하는데 혼자 하려니 엄두가 잘 안나네요 !
반정도는 베어내고 나머지 나무들도 일석님 말씀처럼 사다리 3단 높이에서 수확이 가능하도록 강전정을 해 볼까합니다.
주변에서 귀향후 일을 자꾸 줄이라고 해 제가 가진 전답들은 대부분 이웃 마을 사람이 경작하고 저는 조그만 텃밭 서너군데만 경작하고 1500평 매실과 감나무 농사는 소일 삼아 는 해보고 싶어 매달리다 보니 소일이 아니라 대일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도 10년 정도는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그때까지는 즐기면서 일해야지요 !
20년간 벼르고 벼렸던 희망 사항이니까요 !
@종산 나이가 들어 가면
마음 가는대로 사는것이 아니고
몸이 가는대로 사는것인양싶습니다.
마믐은 가는데 몸이 못 타라갑니다.
마음과 몸이 적절히 타협해서 살아야하는데 이제는 몸의주장이 쎕니다.
몸이 앞서는 마음을 비웃습니다.
종산님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마음이 즐겁게 하시기바랍니다.
퇴직전 10년
퇴직후 10년
이제 남은 10년을 어떻게 보낼까 많이 고민되는 싯점에 일석님 댓글처럼 몸가는대로 살아야한다에 적극 공감됩니다.
마음대로 할 수가 앖지요. 금방 무리를 느끼니까요.
에고고~~~
저도 곧 그렇게 느끼게 되겠지요 !
귀향을 해보니 진작 내려올걸 하고 후회도 많이 되는게 사실입니다.
매일 매일 출퇴근 할때를 생각하면 왜 그리 앞만 보고 팍팍하게 살았는가 ? 하고 후회도 많이 되구요 !
이곳에서 생활해 보니 모든게 여유롭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말씀처럼 몸가는 대로 살면서 그동안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배려하고 베풀며 사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워야지요 !
어릴때 신골인 외가에서 자라서 감에 대한 추억이 참으로 많습니다.
감 종류도 지금은 단감이나 대봉인데,
정확한 명칭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먹시" "파라시" 내명수수"등 여러 종류가
있었죠.
조경수로도 과일로서도 감을 좋아해서
꼭 심고 싶은데 횡성은 추워서 자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겨울에는 실내에서 관상수로 키우더라도 도전해보겠습니다.
유년시절 감에대한 향수는 누구나 많이들 가지고 계실겁니다.
감은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대부분 동사하기에 중부 이북에서는 키우기가 힘이 들지요 !
예천만 하더라도 키워보고 싶은데 못키우는 나무가 많습니다.
유자. 동백. 차나무. 치자나무등을 길러보고 싶어 몇년간 심었다가 모두 실패한 적이 있거든요 !
좁은 나라라고 하지만 이렇게 틀리니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크게 자라는 감나무라 실내에서 키우는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꼭 성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식초 구입 할수 있을까요?
작년에 키큰 감나무 강전정을 하는 바람에 감수확을 제대로 못해 감식초 담그는것을 못했습니다.
올해 넉넉히 담아놓았으니 내년에 걸러서 2년후에나 감식초를 맛볼것 같네요.
미안해서 어쩌지요 !
@종산 종산님 늦은 대답 죄송합니다
이년 후 종산님댁 감식초 완성되면
꼭 그때 저에게 좀 판매해 주십시요
이년 금방 되잖습니까
늘 행복하십시요
@수복이 그럴께요 !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서는 감을 못본것 같습니다.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감식초를 더 많이 담을 예정이라 앞으로 감식초는 안떨어질겁니다.
에구 저는 올해 대봉감이 대부분 빠져버려 그놈으로 말벌 유인엑을 만들었는데 실패했습니다.. 내년부턴 저도 감 식초며 말랭이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감식초는 매실청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다림이 약이되는 음료이지요 !
감말랭이는 날씨가 따라줘야 하는데 건조기와 햇볕을 골고루 쐬줘야 떫은 맛이 없어집니다.
건조기에 빨리 말리면 떫어지고 햇볕에는 잘 마르지 않으니 두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만드는게 노하우 같습니다. 감나무도 해걸이를 크게 하니 올 겨울 거름 좀 넉넉히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