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영화 <겨울의 라이온>
이 영화는 브로드웨이에서 토니 상을 받은 제임스 골드먼의 동명 희곡을 각색해서 안토니 하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국 영화다. 영화의 대본이 희곡인지라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영화의 대부분은 *헨리 2세(피터 오툴 분)의 성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분량의 대사를 읊어대는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고 있다.
왕권을 향한 부모자식들 간의 치열한 다툼 속에 미운 정(情)도 사랑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애증에 얽힌 이야기가 두 시간의 러닝타임동안 쉴 새 없이 휘몰아치고 있다.(사진, 헨리 2세)
* 헨리 2세의 자식들
이 영화에서는 헨리 2세는 아들 셋을 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왕비 엘레오노르 사이에 아들 다섯과 딸 셋을 두었다. 첫째와 둘째는 병으로 비교적 일찍 죽었고 리처드·제프리·존 셋만 남게 된 것이다. 딸들은 무난한 삶을 살았다.
이 작품에서 엘레오노르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캐서린 햅번은 사상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최초의 여배우가 되었다. 이밖에도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각색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당시의 배경에 충실한 묘사와 수준 높고 위트 있는 각본, 실력파 주연배우들의 연기, 극중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음악 등이 어우러지면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사진, 엘레오노르 왕비와 헨리 2세)
역사적으로 명민하다고 일컬어지는 영국왕 헨리 2세와 엘레오노르 왕비, 훗날의 사자심왕으로 불리는 첫째 아들 리처드(안소니 홉킨스 분), 둘째 아들 제프리(존 캐슬 분), 역시나 훗날 왕이 되는 막내 존(나이젤 테리 분) 간의 지지고 볶고 하는 가족사가 그 줄거리이다. 어떠한 주제나 메시지를 가지고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라 이 별난 가족들 간의 사랑과 증오와 욕망이 한바탕 얽히면서 얘기가 전개된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야망과 애증의 롤로코스터이자 막장에 가까운 가족 드라마‘이다.
그런 만큼 이 영화의 볼거리는 배우들의 연기이다.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권력을 앞에 놓고 얽히고설킨 감정들을 쏟아내는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가 펼쳐진다. 이중에서 헨리 역의 피터 오툴과 엘레오노르 역의 캐서린 헵번 두 명배우가 벌이는 치열한 권력 쟁탈전과 불꽃 튀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애증의 공방이 가장 압권이다.
노회하지만 여전히 권력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아버지 헨리,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과 어머니에 대한 애정으로 뒤얽힌 아들들 중에서 칼을 빼들고 아버지에게 대드는 첫째 리처드, 아버지에게 무시당하는 둘째 제프리, 얼뜨기 소년 같은 막내 존, 권력을 탐하는 왕비이자 아들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머니, 그녀는 무엇보다도 헨리에 대한 애증으로 몸부림친다. 헨리에 대한 사랑, 그에 대한 미련, 동시에 자신을 떠난 그를 보복하고 상처를 주려고 하는 증오 등이 마치 광기처럼 폭발한다.
간략한 줄거리
때는 12세기 잉글랜드, 점점 나이 들어가는 헨리 2세는 후계자 결정을 위해 관련된 인물들을 모두 불러 모은다. 참석한 사람들은 헨리 2세에게 버림받아 감금 상태에 있는 왕비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첫째 리처드와 둘째 제프리, 헨리 2세가 후계자로 밀고 있는 막내 존, 헨리 2세의 정부(情婦)이자 프랑스 왕 필립 2세의 누이인 알레(제인 메로우 분), 그리고 프랑스 왕 필립 2세(티모시 달튼 분) 등이다. (사진, 헨리 2세, 왕비, 리처드 왕자)
책략가 필립 2세는 후계자로 지목될 왕자와 누이 알레의 결혼을 요구한다. 이에 헨리 2세는 감금돼 있던 왕비에게 아키텐을 존에게 넘기는 대가로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리처드와 알레를 거짓으로 혼인시키려 한다.
그러나 내막을 알게 된 리처드는 결혼식을 거부한다. 한편, 아버지 헨리 2세가 믿고 있는 막내 존은 필립과 손잡고 아버지의 뒤통수를 치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헨리 2세는 격노해 세 아들을 모두 감옥에 쳐 넣는다. 그리고 알레와 함께 새로운 후계자를 낳을 계획을 세운다. 알레는 왕자들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헨리 2세는 차마 자식들을 죽이지 못하고 모두 풀어준다. 왕비 엘레오노르는 훗날을 도모하면서 감옥으로 돌아갈 차비를 한다.
*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아키텐은 프랑스 남서부의 드넓은 지역을 말한다. 당시 프랑스 왕의 영지보다 넓었다. 엘레오노르는 아키텐 공작 윌리엄 10세의 상속녀였다. 프랑스왕 루이 7세와 잉글랜드의 헨리 2세의 왕비였으며 잉글랜드 왕 리처드 1세와 존의 어머니였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었다.
II. 아카데미상 최다 수상 실패의 피터 오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명배우 피터 오툴은 1932년 출판업자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아일랜드인으로 태어났다. 이후 영국으로 가족이 옮겨가서 어린 시절을 리즈에서 보내게 된다. 아버지가 인쇄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했던 그의 어렸을 때 꿈은 저널리스트이었다.
『요크셔 이브닝 뉴스』라는 신문사의 기자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열일곱 살 때 연기자로 진로를 바꾸었다. 이후 왕립 연극 아카데미에 입학,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사진, 피터 오툴)
1955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출연,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연극계에 데뷔하게 되었고, 1960년에 영화 <납치>에 첫 출연했다. 이때 데이비드 린 감독의 눈에 띄면서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것이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였다. “하루 밤 자고 깨어나 보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라는 말이 바로 오툴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빼빼마른 체격에 나르시즘에 빠져 새하얀 아랍 의상을 걸치고 낙타에 걸터앉아 아랍병사들을 이끌고 사막을 질주하는 그의 연기에 세계 영화계는 화들짝 놀랐다.
한때 아랍의 스타가 되었다가 배신당하고 실의에 고통 받는 한 인간의 모습을 절절하게 보여준 그의 연기는 최고였다. 모두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들 했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주연을 맡았던 그레고리 펙에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후 아카데미상은 평생을 손에 잡힐 듯 말듯하면서 그로부터 멀어져갔다.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음한 그는 이후 오드리 헵번과 공연한 <백만 달러의 사랑>을 비롯해서 <베켓>·<겨울의 라이온>·<굿바이 미스터 칩스>·<바르샤바의 밤> 등에 출연했다. 그는 <맨 오브 라만차> 동키오테 역이나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로렌스처럼 광기어린 역할도 소화했으나 주로 왕이나 귀족 등 품격 있는 역할을 맡는 등 폭넓은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마지막 황제>에서 청나라 황제 푸이의 영국인 사부(師父)인 레지널드 존스턴 역을 맡기도 했고 2004년에는 <트로이>에서 프리아모스 왕으로 출연,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함을 생생한 연기로 보여주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한때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기도 했고,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는 말도 못할 음주가로 유명했다. 배우 마이클 케인과 리처드 해리스에 의하면 그는 영국의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술꾼이었다고 한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찍을 때에는 오마 샤리프와 술에 쩔어 살았다는 풍문도 나돌았다. 결국은 1975년 건강 때문에 술을 끊었다.
오툴은 1962년 출세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처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이래 2006년 <비너스>까지 여덟 번이나 추천을 받았으나 끝내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는 수상에 8번 실패하고 난 뒤 2003년 공로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주인공은 못 되고 늘 들러리만 섰네요.”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당시 71세였던 오툴은 이 상을 받기 전 “그 멋진 녀석(남우주연상)을 정정당당히 따낼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활동 중이니 80세가 될 때까지만 공로상을 미뤄 달라.”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대한 미련을 표시했다.
이는 사실상 수상을 거절하는 의사였으나 주최 측의 간곡한 요청에 결국 상을 받았다. 오툴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아카데미의 큰 실수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사진,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을 받고)
오툴에게는 ‘아카데미상 최다 수상 실패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으나 네 차례의 골든글로브상과 한 차례의 에미상을 받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위대한 배우 오툴은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런던에 있는 웰링턴 병원에서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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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개인적으로 파란눈의장신
피터오툴을 무쟈게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운이없는건지
영국배우라 아이싱엎된건지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미 이승을 떠난 피터님께
심심한애도의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