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의 인간세(人間世) 단원을 읽고.
글의 흐름은 안회가 장자를 만나, 여러 조언과 허락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부터 시작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는 깊은 단락이 많아, 전반적인 글 보다는 부분 부분에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나의 생각과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치인(治人)’이라는 용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치인은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들어서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려는 사람을 일컫는다. 장자는 “치인이라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돌이켜 그를 해치케 될 것이며, 어쩌면 너 역시 다른 사람들에 의해 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라고 한다. 내가 아직 그리 삶을 오래 살지 않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약하다고 비겁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사람이 되는 것보다 최악의 사람이 되는 것을 피하자.’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이 과열될 경우 나도 모르게 남을 깍아내리거나, 말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을 적지 않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히려 누군가를 칭찬할 경우, 그 사람도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 확실히 느꼈다. 이 부분에서 장자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나의 그동안의 가치관과 같은 가치관을 가졌다는 부분이 신기했다.
“이것은 과연 재목이 될 수 없는 나무여서, 이렇게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던 것이다.”,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없는 것의 쓸모)”, 어릴 때 장자를 읽었을 때 충격이 커서 곤과 함께 유일하게 기억하던 문구이다. 그 어린 나이부터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을 유독 싫어하게 된 계기이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고 누구든 잘하는 게 있겠지, 때로는 자신이 아직 길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쓸모없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나아가, 쓸모 있음과 없음이라는 용어에 대해 고민했다. 공자가 용어적으로 설명을 하기위해 무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기엔, 사실은 공자도 무언가를 쓸모 없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을까. 위대한 인물이라고 불리는 사람도 편협하지 않기 위한 과정이 있지 않았을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무용지용이라는 단어에서 이분법적인 사고에 너무 치우쳐져 있는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이를 삶에 응용해 이를 살아갈 때에는 이분법적인 사고 보다, 실수가 생기더라도 오히려 그 부분을 수행해냄으로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자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일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못하든 간에 후환이 없는 사람은 오직 덕(德)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그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장에서 말하는, ‘일을 수행하던 못하던 근심이 있다’라는 말이 유독 와닿았다. 나는 나에게 기준이 높은 흔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며 이 부분에서 친구에게 받았던 위로의 문장이 생각났다. ‘최선을 다하되 미련하지는 말자’. 덕을 가진다는 게 어쩌면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아니라 다를까 글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심재(心齋)’라는 용어로 이를 이어간다. 이는 감각과 지식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비운 상태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욕심(마음)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요점이지 않을까 싶다.
“자기 마음을 스스로 섬길 줄 아는 사람은, 슬프거나 즐거운 것을 그 자리에서 쉽게 보이지 않고, 그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서 편안히 여기기를 운명과 같이 하는 것이, 덕의 지극함입니다.” 이을 읽으며 다시한번 나랑 같은 가치관을 가진 고전인물이 있음에 놀랐는데, 나 또한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멀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덕에 관해 생각하진 않고, 누군가에게 감정을 들키는 것이 약점을 잡히는 것이라 생각해 나도 모르게 이렇게 살아온 것 같다. 오히려 난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먼저 부탁을 하지 않는 한 다가가지 않는 것이 익숙해진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점을 장자를 읽으며 하나하나 발견해 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 번 곱씹을수록 나에게 이로운 말들이 많은 것 같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틈 날때마다 읽을 수 있도록 하고싶다.
참고문헌- 장자 (문승용 외 4명 옮김), 장자: 정신적 절대 자유를 향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2008),(155, 204, 212, 180,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