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보리스 콘펠드 박사는 러시아에 살던 유대인 의사였습니다.
그는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에서 스탈린도 신이 아닌 인간이라고 말한 죄목으로 체포되어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의사로서 죄수들이 병을 핑계하지 않고 죽도록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게 하는 일과,
난치의 환자는 목숨을 연장하지 말고 죽도록 하여 경제를 낭비하지 말라는 명을 받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의사의 심정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의 치료는 형식적, 기계적이 되어가며 의사로서 자신의 인간성이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음을 느끼고
절망의 바닥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죄수를 통해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이 수용소 내에 일종의 그리스도교 지하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들이 자신을 위해 지금까지 기도를 해 왔음을 알게 됩니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주님과 이웃에게 빚진 인생임을 알고
그때부터 최선을 다하여 환자들의 치료에 임하게 됩니다.
그가 너무 의약품을 낭비하고 필요 없는 사람까지 살린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사형을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한번은 그가 장암 초기의 환자를 진료하게 됩니다.
물론 수용소 병원의 규칙은 그를 살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수용소 규칙을 어기고 그를 치료하여 살려냅니다.
그의 회복이 확실해지던 어느 날 치료를 받던 환자는
“왜 당신은 이렇게 위험한 시도를 하면서 나를 살리려 합니까, 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까?”
라는 질문을 의사 보리스에게 던집니다. 보리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괜찮아요. 염려 마셔요. 이미 당신과 나를 살리고자 죽으신 분이 계시거든요.”
“도대체 그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에... 조용히 미소를 흘리며 의사 보리스는
“그의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후 의사 보리스는 이 사람을 살린 것이 알려져 공개 처형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가 처형되던 순간 보리스에게 생명을 받고 복음을 받은 그는 땅에 엎디어 흐느끼며
이런 고백의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보리스, 알겠습니다. 이제는 저도 저의 최선을 바쳐 주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분의 이름을 전하겠습니다.”
그가 바로 1918~2008년 89세까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암병동, 연옥 1번지, 수용소 군도] 등을
집필해 197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알렉산더 솔제니친입니다.
-전삼용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