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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희곡 불연성 쓰레기장 - 신호권
아이 : 엄마가 필요 없다고 버린 것들은 다 이리로 와요.
노인 : 난 아니야!
아이 : 누구나 다 처음엔 아니라고 해요.
▲ 일러스트= 박준현
●등장인물:
아이(여) 태어나지 못한 태아
넬리(반려견) 현숙의 개(의 성대)
노인(여) 현숙의 엄마
남자 현숙의 (전) 남편
현숙 (여·30대 후반) 회사원
●무대: 무대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산더미처럼 높이 쌓아올려진 쓰레기장.
겉보기에는 아무 물건이나 쌓아놓은 것 같지만, 여아용 물건부터 여성용 물건까지 한 여자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사용해 왔을 법한 온갖 물건들이 무대 뒤편을 산더미처럼 가득 메우고도 남아 무대 앞쪽까지 너저분하게 널려 있다.
상수 앞쪽으로는 현재 현숙의 방 일부를 보여준다. 방은 많은 부분을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화장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불이 켜지면 무대는 쓰레기장.
어린 여자아이가 가지고 놀았을 법한 수많은 인형들과 여아용 노트, 스케치북, 색연필 등속부터 초, 중, 고 졸업장,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들(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들과 찍은 사진들 그리고,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들), 수없이 많은 옷가지들, 화장품들…아직 젊은 축에 드는 한 여자의 생애를 보여줄 만한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속에 배내옷을 걸친 차림의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 낡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이: 주주야, 넌 이름이 왜 주주니? 네 이름은 누가 붙여 줬니? 너에게도 엄마가 있었어? 아빠도 있었어? 어떤 걸 물어봐도 너는 항상 그 표정이구나. 웃는 표정. 이빨도 보이지 않고 눈도 꿈쩍 안 하고
입술만 웃는 그 표정. 부럽다. 그렇게라도 웃을 수 있어서. 누가 나한테 그걸 물어봤다면, 난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어 그 질문을 한 놈의 혓바닥을 물어뜯어 버리고 말았을 거야.
사이
아이: 아, 난 이빨이 없지.
아이, 인형에 흥미를 잃은 듯 인형을 툭, 내던지고 일어난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다른 놀잇감을 찾아 쓰레기장을 뒤적이다가 흥미가 없는지 뒤돌아서서 관객을 향한다.
아이: (관객에게) 아저씨는 아이가 있어요? 있다고요? 좋겠네요. 아뇨, 아저씨 말고 그 아이요. 몇 살이에요? (관객이 대답하면) 많이 컸네요. (퉁명스럽게) 저보다는 훨씬, 훠얼씬 더 많이 컸네요.
넬리: (쓰레기장 구석에서 깽, 하고 짖는다)
아이: (관객에게) 아, 놀라지 마세요. 쟤 안 물어요. 쟤도 이빨이 없거든요. 나처럼. (넬리에게) 넬리, 진정해. 괜찮아. 이리 와.
넬리: (아이에게 달려와 안기며 아이의 얼굴을 핥는다)
아이: 아이- 간지러워. 하지 마.
넬리: (멈칫하며) 깨갱? (시무룩해지며) 끼잉-
아이: 아냐, 그런 거. 좋아서 그런 거야.
넬리: (반색) 깨갱? 깨갱?
아이: 그럼, 좋지. (비아냥거리듯) 우리가 우리를 좋아하지 않으면 누가 우릴 좋아하겠어. (관객에게) 네? 왜 이렇게 투덜거리냐고요? 우리 입장이 되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걸요. 우린, ‘그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이거든요. 소개할게요, 김현숙 씨.
사이
아이: 우리, 엄마.
상수 현숙의 방에 현숙이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시작한다.
아이: 김현숙 씨, 우리 엄마예요. 서른여덟 살, 회사원. 돌싱녀죠. 돌싱녀라고 놀리지 말아요. 회사에서는 제법 잘 나간대요. 무슨 팀장님이라나, 능력도 있고 정치력도 있어서 여자라고 밀리지도 않는대요. 차가운 도시의 알파 우먼. 멋지죠?
사이
아이: 저기요, 그래 봐야 돌싱이라고 수군대는 소리, 다 들려요. 쯧쯧, 멋지니까 질투하는 거 다 알아요. 저런 독한 여자들이 남자들 자리 뺏는다고 하는 소리인 줄도 다 안다고요. 아-니 근데 요즘 세상에 남자 자리 여자 자리가 어디 있어요! 우리 엄마는 능력도 없으면서 뒤에서 수군거리기나 하는 그런 바보들한테 밀리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난 그렇게 믿어요.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이니까. 차가운, 도시의 알파 우먼.
현숙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벨소리는 <울게 하소서>.
하지만 미처 한 소절도 울리기 전에 현숙이 전화기를 재빠르게 낚아챈다.
현숙: (빠르고 기계적인 말투) 네, 부장님. 팀장 김현숙입니다. (건조하게 웃으며) 아닙니다. 쉬다뇨. 일요일이 대수인가요. 해삼 모터스와 미팅 건은 카프카 호텔 리셉션홀에서 다섯 시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저는 세 시쯤 가서 최종 확인할 예정이고요, 지금은 이 대리랑 조 대리가 먼저 디테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좀 더 서두르겠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아이: 여전히 바쁘네요. 우리 엄마는. 차가운 도시의 알파 우먼은 쉴 틈도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엄만 대단한 사람이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기는 있었으니까.
넬리: (현숙의 방을 향해 길게 목청을 뺀다)
아이: 괜찮아, 넬리. 어차피 얘기할 수밖에 없어.
넬리: (수긍하듯 고개를 숙이고 아이 옆에 엎드린다)
긴 사이
아이: (덤덤하게) 우리 엄만 정말 바쁜 사람이에요. 그래서, 내가 필요하지 않았죠.
현숙, 휴지로 화장을 벅벅 닦아낸다.
완전히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화장기가 남아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벅벅 닦아낸다.
아이: 뭐, 이쯤만 해도 내가 누군지 알았을 거예요. 지각 있는 관객 여러분은 더 이상 묻지 않으실 거라 믿어요. 아까 말했듯이, 이 이상으로 뭔가 물어본다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어서 혀를 물어뜯어 버릴지도 몰라요. 아, 나 이빨 없지.
넬리: (깽, 하고 짖는다)
아이: 네? 얘는 뭐냐고요?
현숙, 다 지워지지 않은 얼굴 위에 다시 화장을 시작한다.
화장이 조금 기괴해지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 넬리예요. 개죠. 보시다시피. 말티즈래요. 말티즈 치곤 좀 많이- 커 보이긴 하지만 그건 신경쓰지 마세요. 이 바닥이 원래 그래요. 배역이 말티즈라고 이 분 덩치를 줄일 순 없잖아요. 그렇다고 덩치 큰 골든 리트리버를 시킬 수도 없죠. 그건 우리 엄마가 키운 개가 아니거든요.
사이
아이: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엄마는 원래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고 싶어했대요. 황금빛 털이 적당히 길게 자라서, 엄마를 향해 달려올 때는 가슴께에 난 털이 복슬복슬 휘날리는 그런 개죠. 눈도 또랑또랑하고 말도 잘 듣고 산책 나가면 인기도 좋고.
넬리: (삐친 말투로) 그래 봐야 고관절 이형성증이 유전병이고 60퍼센트는 암으로 죽는 그냥 개죠.
아이: (엄하게) 넬리. 그런 말 못 써. 그런데 아파트에선 못 키우게 했어요. 그래서 (넬리에게 아부하듯)귀여운 말티즈로 바꿨죠.
넬리: (흥!) 깽!
아이: 참, 우리 엄만 취미도 고상해요. 쉬는 날이면 항상 거실에서 음악을 듣죠. 들어도 모르고 엄청 마이너한,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음… 유명한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깊이 파고드는…? 주로 그런 음악이에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은 몰라도 돼요. 이걸로 시험 치는 건 아니니까요. 특히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는 <파리넬리>, 아마 여러분도 아실 걸요. 꽤 명작이라던데. (노래한다) 라 샤, 키오 피앙가, 미아 크루다 소르테- 아시죠? 거봐, 유명한 노래라니까. 얘 이름은 그 영화 주인공에서 따 왔어요. 제일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 이름이니, 보통 아끼는 개가 아니겠죠.
넬리: (기분이 살짝 풀린 듯 꼬리를 흔든다)
현숙의 화장대 앞으로 말티즈 한 마리가 들어온다.
성대 수술을 해서 짖지 못하는 말티즈가 헛웃음 같은 소리로 주인을 부른다.
현숙, 개가 더 돌아다니기 전에 얼른 안아 올린다.
현숙: (발버둥치는 개를 안고 나가며) 이놈의 개가 왜 이렇게 귀찮게 해.
넬리: (발끈해서) 깽! 깨갱 깽! 깽! (이리 짖고 저리 뛰다가 이내 시무룩해진다) 끼잉-
아이: (넬리를 쓰다듬으며) 얘가 귀찮다는 말을 들었다고 이러네요. 얘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 봐요. 난 익숙한데.
개를 내보내고 돌아온 현숙,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거울을 노려본다.
아이: 지금 제 옆에 있는 얘는요, 사실 그냥 넬리가 아니에요. 그냥 넬리는 지금도 우리 엄마 옆에 있는걸요. 얘는 그 개의-
긴 사이
아이: 성대예요.
넬리: (아우우- 길게 목청을 뺀다)
아이: 그러니까 우린, 김현숙 씨가 원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았던 한 조각씩의 몸덩어리였을 뿐이죠.
현숙, 다시 휴지로 화장을 지운다.
완전히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화장기가 남아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벅벅 닦아낸다.
사이
아이: (시무룩) 뭐, 그냥 그렇다고요. 딱히 억울하다거나, (넬리, 길게 목청을 뺀다) 슬프다거나, (넬리, 깡깡거리며 짖는다) (넬리에게, 엄하게) 넬리. (넬리, 꼬리를 말고 엎드린다) (다시 관객에게) 그런 건 아니에요. 우린 엄마를 이해해요. (넬리 깽! 하고 짖으면, 엄하게) 넬리.
현숙: (화장을 지우며) 아니 어느 집 개가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교양 없게 진짜 어휴.
아이: (혼잣말로) 엄마네 개야. 엄마네 개의, 엄마가 버린 목소리야.
현숙: 우리 넬리처럼 조용히 시키면 좀 좋아.
아이: 조용히… 시키면…… 좋대.
넬리: (쓴웃음)
아이: (고개를 저으며) 됐어. 익숙한 상처를 또 찌를 필요는 없어. 그만하자. 넬리. 괜찮아.
화장대 위의 핸드폰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현숙, 전화기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쉰다.
전화를 받으면서 화장을 시작한다.
현숙: 어, 엄마. 어쩐 일이에요.
노인: (소리) 어쩐 일이긴, 내 딸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지.
현숙: (무감정하게) 엄만, 내가 앤가.
노인: (소리) 얘는, 네가 환갑 칠순을 넘어도 에미한테는 애기인 거야. 안 그래도 세상이 어찌 흉흉한지 뉴스만 봐도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앉는다.
현숙: (무감정하게) 그런 놈들도 20대 새파란 여자나 노리지, 지들도 눈이 있는데 나를 어쩔까. 걱정하지 마세요.
노인: (소리) 네가 가정이라도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현숙: (무감정하게) 엄마가 있잖아.
노인: (소리) 이 에미가 언제까지나 여기 있을 줄 알구.
현숙: (무감정하게) 또 그 소리. 오래오래 사셔야지 자꾸 그렇게 약한 소릴 해.
노인: (소리) 내가 오래 살아 부귀영화를 보겠니, 너한테서 손주를 보겠니. 얼른 가서 네 아버지나 다시 보면 그게 낙이지…
현숙: (조금 짜증) 엄마.
노인: (소리) 됐다. 에미가 괜히 전화해서 우리 현숙이 속만 뒤집어 놨구나. 참, 올 추석 때는 오는 거니?
노인, 무대에 오른다. 넬리와 아이가 있는 쪽으로, 다리를 절며 비틀비틀 걸어온다.
노인: 올핸 추석 연휴도 길던데…
현숙: (무감정하게) 아직 몰라요. 회사 일이 어떻게 될지.
노인: (쓴웃음) 그…래…?
현숙: 엄마도 그러지 말고 어디 복지관이나 노인대학 같은 데라도 가서 같이 놀고 하시면 좋을 텐데. 요즘은 그런 데서 노래 같은 것도 가르쳐주고, 명절에 여행도 보내주고 그런대.
노인: (멈칫, 절뚝거리는 다리를 내려다보며) …그런다니.
현숙: 요즘 엄마같이 나이 드신 분이 많아서, 그런 곳도 형편이 점점 좋아질 거래요. 그러니까 나만 기다리고 그러지 말고. 응?
노인: 그래…… 그러자꾸나. (전화 끊어진다. 현숙은 휴대폰을 던지다시피 하고 화장에 몰두한다. 노인 그런 현숙을 바라보며) 집 밖에 나설 때는 차 조심하고, 모르는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하면 따라가지 말고, 길에서 엄마 잃어버리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집 주소는 부산직할시 동래구 연산동. 네가 어디 친구 집에라도 갈 양이면 엄마가 이 말을 얼마나 했는지 너는 기억하니. 현숙아.
아이: (떨떠름하게) 할머니 왔어?
노인: (아이를 떨떠름하게 일별하고 고개를 돌리며 앉는다) 저건 어떻게 된 게 아직까지도 여기 있누.
아이: (무시하고 관객들에게) 우리 할머니예요. 돌아가셨냐구요? 글쎄요. 엄마랑 통화도 하는 거 보면 그렇진 않은 것 같네요. 아하, 그런데 왜 여기 와 있냐고 묻는 거죠? (짐짓 화를 낸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랑 넬리가- 아니, 넬리의 성대가 죽었기 때문에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한 거죠, 지금까지! (갑자기 명랑하게) 땡! 틀렸어요.
노인: 설명하지 마.
아이: 여긴 쓰레기장이에요.
노인: (표독하게) 설명하지 말라고 했어!
아이: 우리 엄마의 쓰레기장이죠.
노인: 너, 너!
아이: 엄마가 필요 없다고 버린 것들은 다 이리로 와요.
노인: 난 아니야!
아이: 누구나 다 처음엔 아니라고 해요.
노인: 현숙인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어! 너랑 달리 난 살아있으니까!
아이: (욱하며) 뭐가 어째요?
노인: 넌 현숙이 배 속에서 파내졌지! 병원 쓰레기통에 던져졌어!
아이: (참지 못해 노인에게 달려들려는데)
넬리: (아이보다 먼저 달려들어 노인의 다리를 문다)
노인: (자지러지며) 아악! 이놈의 개가 사람을 물어! (넬리를 발로 차서 떼 낸다) 사람 피 맛을 본 개는 된장을 발라야 쓰지!
넬리: (발작적으로 짖으며 으르렁거린다)
노인: 오라, 그러니까 너도 병원 쓰레기통 동창생이라 이거지? 꼭 같은 것들끼리 가지가지 하는구나. 온, 같잖아서 정말.
아이: (관객들에게) 보셨죠, 내가 저렇게 늙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딸이 십 년 넘게 귀찮아하는 줄 알면서도 치근덕거리는 노인네라니. 그런데도 기댈 데라고는 또 그 딸밖에 없으니 얼마나 볼썽사나워.
노인: 너!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
아이: 처음부터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았던 분이 누구시더라?
노인: 나지도 못한 년이 어디서!
아이: 다 늙어서 버려질 바엔 이 편이 낫지!
넬리: (맹렬한 짖음)
노인: 누가 버려졌다고 그래! 다음 명절에는 현숙이가 날 보러 올 거야!
아이: 그 말, 내가 여기 온 이후로 한 번도 지켜진 적 없잖아요?
노인: 뭐야?
아이: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부터, 할머니는 여기 있었죠.
노인: (말문이 막힌다)
긴 침묵.
현숙, 다시 휴지로 화장을 지운다.
완전히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화장기가 남아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벅벅 닦아낸다.
노인, 오랜 시간을 들여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주머니에서 양갱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다른 하나를 꺼내 아이에게 준다.
노인: (관객들에게) 설명은 이쯤하면 됐을 게요. 꼭 같은 것들끼리 꼴같잖은 짓을 가지가지 하는 거 보니 차암 못났지?
아이: 미안, 할머니.
넬리: (미안함을 담은 낑낑거림)
노인: 괜찮아, 이빨도 없는 것들이 물어 봐야 아프지도 않아. (한탄조로)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보겄지, 한 것이 벌써 십오 년이 넘었다네. 사위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네. 그러던 차에 이것이 온 게야. 현숙이 고것이 한번 안아 보지도 못한 핏덩이가 이리로 툭, 하고 떨어졌다오. 툭, 하고 말이야. 나는 속으로 그랬어. ‘그래, 차라리 자알 했니라. 요즘 세상에 애가 딸려 있으면 니한테 얼마나 방해가 될 것이고.’
아이: 차가운, 도시의 알파 우먼.
노인: 이듬해인가는 서방이랑 헤어지고 개를 키운다는 얘길 들었어. 그때쯤 얘가 왔지.
넬리: (헛짖음)
노인: 필요 없는 것들은 버려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게야.
넬리: (아우- 길게 목청을 뺀다)
노인: 그래서 저 모자란 놈도 저기 저러고 있는 것 아니냐.
노인, 무대 구석을 가리킨다.
어둡기만 했던 무대 구석에 사람의 기척이 있다.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맨 허름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 쓰레기더미 속에서 마지못한 듯 몸을 일으킨다.
현숙, 다 지워지지 않은 얼굴 위에 다시 화장을 시작한다.
화장이 조금 더 기괴해지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노인: 에잉, 못난 놈.
아이: 그래도 우리 아빠예요.
남자: 난… 너를 몰라.
아이: 몰라도 돼요. 평생 얼굴도 모를 거니까.
노인: 제 식구도 건사 못해서 여자한테 일을 시켜 그래.
남자: 천만에요. 난 현숙 씨가 일을 그만뒀으면 했어요.
일러스트= 박준현
현숙: 놀랄 것 없어. 그런 사람이 살아남는 세상이잖아.
…나도 내 발로 여기 왔을 뿐이야.
일동: 우리가 있었잖아!
노인: 그럼 누가 돈을 벌고?
남자: 하다못해 공사장에서 막일을 해도 내가 벌어야죠.
아이: (관객들에게) 이거 봐요. 이런 꽈악 막힌 구시대적 사고방식. 차가운 도시의 알파 우먼이 알아서 벌어먹는다는데, 공사장에서 막일을 해서라도 하필 굳이 자기가 다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불우한 수컷정신.
노인: 네놈이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그러고 있으니까 우리 현숙이가 일을 해야 했지. 그러느라고 애도 떼고 몸도 축나고.
남자: 아이, 난 낳으라고 했어요.
노인: 얼씨구.
남자: 아무려면 내가 내 처자식 굶겨 죽일까 봐, 자기가 출산휴가를 쓰면 안 된다고 애를 떼요? 그게 말이 돼요?
아이: ……말이 되나, 안 되나, 나만 불쌍하지. (넬리, 목청을 길게 뺀다)
노인: 네놈이 잘났어 봐라, 애를 뗐겠는가. 어쩌다가 네놈을 만나서는.
남자: (비위가 틀려서) 그러게요, 왜 나랑 결혼을 하기는 했을까요. 그 잘난 알파 우먼이, 길 가다 만난 비루한 남자가 내뱉은 사랑한다는 말에 왜 넘어간 걸까요. 예? 나도 그걸 알고 싶네요!
노 인: 뭘 잘 했다고 큰소리야, 큰소리는!
아이: 이 시대에도 로맨스가 있기는 한가 보네요.
노인: 인생은 영화가 아니지.
남자: 영화는 아닐지라도,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순간은 있는 거예요.
노인: 그래서, 네놈이 우리 현숙이한테 영화 같은 남자이기라도 했단 말이냐?
남자: 아니요, 현숙 씨가 저한테 영화 같은 여자였죠. 육교 위에서 난간에 기대어, 오가는 차들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도 참 미쳤지. 육교 밑에서 꽃 파는 아주머니께 뛰어 내려가서는 장미꽃을 사려고 했는데, 안개꽃밖에 없는 거예요. 그냥 보이는 대로 얼른 사 들고 육교 위로 다시 올라갔죠. (헉헉거리며 꽃을 내민다) 저기, 이것 좀 받아주세요.
일러스트= 박준현
일러스트= 박준현
현숙: 왜죠?
남자: (말을 더듬으며) 사…사…… 사랑하니까요!
아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게 뭐야!
노인: (실소) 국화꽃 안 사기 다행이지.
남자: 그랬는데, 그 때 현숙 씨의 대답이 진짜 대박이었죠.
현숙: 그럼, 우리 결혼하죠.
노인과 아이와 넬리, 입을 딱 벌리고 일순 침묵.
현숙, 입술 양 옆으로 루즈를 길게 그어 웃는 입모양을 그린다. 너무 길게 그어 기괴할 만큼.
긴 사이
아이: 차, 차가운, 도시의 알파 우먼…
노인: 우리 애가 그렇게 충동적인 애가 아닌데…
남자: 쉬고 싶었다고 했어요.
노인: (의아) 쉬고 싶어서 결혼을 해?
남자: 무슨 뜻인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노인: 그걸 모르니까, 네놈이 지금 여기 있는 거야.
남자: 그러는 어머님은, 아세요?
노인: 내가 왜 네놈 어머니야? 나한테 인사 한 번 안 오고 늬들끼리 결혼했으면서 누구더러 어머님이래?
남자: 그럼, 지금은 아니니까 할머님이라 할까요?
노인: 뭐- 좋으실 대로 하시라고.
남자: 그러니까 할머님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냐구요?
노인: 에잉, 못난 놈. 좋으실 대로 하랬다고 대뜸 장모더러 할매라고 하는 말버릇 좀 보게.
남자: 모르시는구만.
아이: 알면 여기 있지 않겠죠. 아빠도 마찬가지고.
남자: 너까지 이러기냐.
아이: 저 아세요?
남자: 난… 널 모르지.
아이: 모르셔도 돼요. 앞으로도 평생 얼굴도 모르실 테니까.
남자: 아이를 떼고 온 걸 알았을 때, 난 그 사람 꼴도 보기 싫었어요.
노인: 사내들의 자존심이란 제일 내세울 것 없을 때 드러나는 법이지.
남자: 그래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노인: 그것도 차암 시답잖은 자존심이고말고.
남자: 그래서 개를 사 가지고 들어갔어요.
넬리: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든다)
남자: 현숙 씨는 오래 전부터 개를 키우고 싶어했죠. 골든 리트리버. 황금빛 털이 적당히 길게 자라서, 주인을 향해 달려올 때는 가슴께에 난 털이 복슬복슬 휘날리는 그런 개죠. 눈도 또랑또랑하고 말도 잘 듣고 산책 나가면 인기도 좋고.
넬리: (삐친 말투로) 그래 봐야 고관절 이형성증이 유전병이고 60퍼센트는 암으로 죽는 그냥 개죠.
남자: (엄하게) 넬리. 내 말 끊지 마.
아이: 그치만 아파트에서는 키울 수 없었겠죠.
남자: 그래서 말티즈를 사 가지고 집에 갔어요.
노인: 애 떨어진 산모한테 개를 사 가는 정신머리 없는 남정네가 어디 있나?
남자: 쫓겨났어요.
아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남자: 경비실에서.
아이: (정색하며) 아.
남자: 짖는 개는 안 된다더군요.
넬리: (목청을 아주 구슬프고 길게 뺀다) 아우우-
남자: 성대 수술한 개는, 꼭 기침하는 것처럼 짖어요. 콜록콜록, 때로는 컥컥. 개를 만성 폐병 환자처럼 만들어놓지 않으면 기를 수 없다니. 아파트라는 건 참 불편하기 짝이 없더라고요. 아래층에서 담배연기는 잘만 올라오면서 말이죠.
노인: 그러면 키우지를 말지.
남자: 내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니까요.
넬리: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남자: 그래도 현숙 씨는 좋아했어요. 목소리가 없는 개여서 좋다고 그랬죠.
사이
그리고 다음날, 이혼 서류를 가지고 왔어요.
현숙, 다시 휴지로 화장을 지운다. 완전히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화장기가 남아 번진다. 현숙,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화장을 문지른다.
남자: 난, 목소리가 없는 개가 되었어야 했던 걸까요.
아이: 목소리가 없는 개로도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존재였던 거죠. 여기 우리 모두.
넬리: (헛짖음)
노인: 필요 없는 것들은 버려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게야.
넬리: (아우- 길게 목청을 뺀다)
남자: 아마도 난… 처음부터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일에 치여 살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니 외로웠겠죠. 안식처가 되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거야. 말하자면, 외로움을 달랠 누군가가 있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 난…… 날 대신할 누군가를 갖다 주고 쫓겨난 셈이군.
아이: (넬리를 쓰다듬으며) 그냥… 외로워서 그랬을까.
노인: (넬리를 쓰다듬으며) 아니면… 우리가 지겨웠을까.
남자: (넬리를 쓰다듬으며) 아니면… 우리가 걸리적거렸을까.
넬리: (아우- 길게 목청을 뺀다)
노인: 여기 팔다리가 부러진 인형들, ‘참 잘했어요’ 도장이 쪽마다 찍혀 있는 그림일기장, 길거리에서 팔았던 화장품들, 라디오를 녹음해 만든 카세트테이프, 싸구려 문방구 보석들을 모아놓은 보석상자,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는 친구들과 쓰던 비밀일기나 롤링페이퍼, 고등학교 문예부 문집. 다시 꺼낼 가능성이 만에 하나라도 있을까? 우리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어.
넬리: (목청을 길게 뺀다)
아이: 넬리, 괜찮아. 울지 마. 너를 위해서도 울지 말고 우리를 위해서도 울지 말고 가엾은 우리 엄마를 위해서도 울지 마.
침울한 침묵. 화장을 닦아내던 현숙이 잠시 멈추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멍하니, 지친 듯한 시선. 휴대폰을 꺼내,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하고 음악을 재생한다. 음악은 <울게 하소서>. 전주가 잔잔하게 흐르다가 노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현숙: (노래에 맞춰 중얼거리듯 읊조린다) 울게 해 달라는 너의 기도는 그조차 사치로구나. 나의 기도는 가면 아래에서만 읊조려지는데 말이야. 나는 관성, 타성, 원심력, 중력, 무엇이든 내 의사와 상관없는 어떤 물리법칙에 의해 가면 위에다 화장을 칠해. 아니, 가면 아래에다 칠하던가? 이젠 나도 모르겠네. 어느 게 가면인가. 이건가. 저건가. 숨어서 그리는 그림은 내 얼굴일까, 내가 바라는 얼굴일까, 나의 데스마스크일까. 나는 그 안에서 울어도 되나. 화장이 번져서 금이 가도록 울어도 되나.
노래는 이어지지만, 현숙의 중얼거림은 더 이어지지 않는다. 천장을 바라보며, 그저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다.
아이: (나지막이) 엄마가 기도를 하네요.
노인: 저토록 절실한 기도를, 구원의 갈망을.
넬리: (안타깝게) 어디에서 기댈 곳을 찾고 있는 거예요.
남자: 부모, 남편, 자식, 키우던 강아지의 목소리까지 다 잘라 버리고.
노인: 구원의 가능성을 모두 끊어내 버리려는 게야?
남자: 현숙 씨는 그런 사람이니까?
아이: 차가운 도시의 알파 우먼은 추위를 타면 안 되는 건가요.
노인: 짝 빼입은 정장 안에 내복 하나 정도 입으면 안 되는 게야?
넬리: 성대를 잘라낸 개에게 카스트라토의 이름을 붙이고
남자: 눈물을 거세한 슬픔을 노래로 가리고
현숙: (갑자기) 이 가면 같은 화장 아래에서는 내가 버린 나를 더듬어 봐야 찾을 리가 없으니까.
정적. 일순 모두 현숙을 본다. 현숙이 한 말의 뜻을 헤아려 보기라도 할 듯 멀뚱해진다. 현숙, 신경질적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끄는데 스피커가 그만 떨어져 쓰레기장 쪽으로 굴러간다. 넬리, 달려가서 떨어지는 스피커를 받는다. 사람들, 넬리에게 모여들어 스피커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아이: 아아, 엄마는 노래마저 버린 거군요.
넬리: 그럼 뭐가 남는 거죠?
남자: 저 두껍게 분칠된 가면이 남는 거지.
아이: 왜, 왜 그렇게까지…
노인: 노래에도 구원은 없기 때문이야.
남자: 어쩐지 억울한데요.
노인: 뭐가 말이냐?
남자: 여기 우리는 현숙 씨의 구원이 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현숙 씨가 우리를 버렸고, 그래서 구원이 없어졌다. 우리는 그런 현숙 씨를 계속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거죠.
현숙: 아, (한숨) 정말 어쩔 수 없네.
일동: (일제히 현숙을 돌아본다)
현숙, 성큼성큼 다가와 넬리에게서 스피커를 빼앗아 가져간다. 일동의 시선이 현숙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움직이며 눈빛과 표정이 뭔가를 깨달은 듯 점점 경악으로 바뀐다.
긴 사이
노인: (망설이다가) 현숙아, 현숙아?
현숙: (마지못해) 왜요.
노인: 너, 너… 설마 여기 있니?
현숙: (긴 한숨과 함께) 놀랄 것 없어. 그런 사람이 살아남는 세상이잖아. 엄마도, 두 살짜리 나를 혼자 업으면서 엄마를 버렸잖아. 나도 내 발로 여기 왔을 뿐이야.
일동: 우리가 있었잖아!
노인: 너는 어미에게 더 기댈 수도 있었고
남자: 가족을 만들어 서로 사랑할 수도 있었어요.
아이: 당신의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는 어땠을 것 같아요?
넬리: 강아지가 품속을 파고들면서 내는 소리도 안식이 되었겠죠.
현숙: (짧은 침묵) 나를 더 울게 했을지도 모르지. 나를 울게 할수록 당신들은 무거워졌을 거야. (한숨을 토하듯) 지금도 이렇게 무거운데, 이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출근 준비가 늦어져 버렸는데.
일동, 대답을 하지 못하는데 현숙, 다시 화장을 한다.
지우다 만 화장 위에 다시 화장을 하여 아주 기괴한 얼굴이 된다. 일동, 현숙에게 다가가 눈가에 피에로처럼 눈물 분장을 그려 넣는다. 현숙, 말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상태로 노트북과 가방을 챙겨 나간다.
쓰레기장에는 다시 아이, 넬리, 노인, 남자만 남는다.
현숙이 나간 자리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앉아 있다가
아이와 넬리를 제외한 두 사람, 비척비척 일어나 쓰레기더미 사이로 사라진다.
아이: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주주 인형을 집어든다) 주주야, 넌 무겁지도 않은데 왜 여기 있니?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되는 그런 게 무슨 섭리 같은 거라면 우린 왜 이렇게도 잔인한 기억의 감옥에 살고 있는 거야? 우린 언제까지 엄마를 괴롭혀야 하는 거지? 넌 언제쯤 엄마한테서 떠나갈 거니?
긴 사이
아이: 나는?
불이 꺼진다. -幕-
[당선소감/신호권]20년 넘은 낡은 꿈 이뤄…앞으로도 달릴것
신호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동경해 오던 일이니 20년이 훌쩍 넘어, 어떤 때는 낡은 꿈처럼도 느껴졌습니다. 그 낡은 꿈을 지탱해 온 것은 지금도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분명한 자각이었고, 글을 쓰는 지난한 행위를 지탱해 온 것은 그 낡은 꿈이었습니다. 이제 그 꿈을 이루게 해 주신 경상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버리거나 잃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에 의해 하나씩 하나씩 놓아 보낸 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가끔 생각이 나면 기분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그런 기억은 정말 지워지지 않는 불연성 기억일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현숙 씨’의 쓰레기장이 어떤 모습일지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만은 지켜주고 싶었고, 그들에게 목소리를 준 것이 오늘 여러분과 소통하게 된 이 졸고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저는 현숙 씨와 반대로, 자신을 버리지 않았던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꿈꾸고 사랑하는 것들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감싸안은 채, 더디고 뒤뚱거릴지언정 잰걸음으로 더 달려 보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이 글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버려야 했던 수많은 현숙 씨들에게 바치고자 합니다. 조금 늦을지라도 품고 살아갈 수 있다고, 우리는 스스로를 더 사랑했으면 한다고.
끝으로 제 모든 글의 중간검토자이자 최종검토자인 아내 박은우, 저에게 항상 힘이 되어 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부부를 비롯한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사랑을 담아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아울러 제 미숙한 졸고들을 기꺼이 읽어주셨던 부산 연극계의 여러 선생님들과, 10년의 교직 생활을 거치는 동안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 동료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약력]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현 부산 세정고등학교 교사 재직 중
[심사평/장창호]시대성·개성 어우러져 부조리한 삶 꼬집어
장창호
예심에서 가려진 작품들은 크게 리얼리즘과 전위극 형식으로 나뉘었다. 그중에 <6월의 벌레>와 <골뱅이 슬러시> <차 한잔하시겠어요?> <불연성 쓰레기장>을 마지막까지 살펴보았다.
<6월...>은 내용보다 기법에 치중하였다. <골뱅이...>는 이미지에 비해 흐름이 단조로웠다.
<차 한잔...>은 구성이 그럴듯했음에도 밀도가 약했다.
<불연성 쓰레기장>은 시대성과 개성이 아우러진 작품이다. 한 여성(현숙)의 직장생활로 인해 버려진 존재들(엄마, 전남편, 태아, 개의 성대 등)의 항변-그녀가 반추하는 마음의 소리이기도 한-을 우의적 상징으로 엮어간다. 부조리한 삶을 리얼하게 질문하는 솜씨는 신인 극작가의 탄생에 걸맞는다. 당선을 축하하며, 중요한 극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약력]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당선
-희곡집 <바위에 새긴 사람> <ㅅㄹㅎ>
<ㅅㄹㅎㅅ> 뮤지컬 플레이북
-<삼국유사>(12권) 한국희곡명작선
<보라색 소> 출간
-한국희곡문학상 강아지똥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