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공원에 입성하신 어머님/은설 김길숙

[은설 김길숙 시인]

목련공원에 입성하신 어머님

                   은설 김길숙

어둠이 머물고 있는 이른 아침

전화기 울부짖는 소리에

불길한 예감으로 튕기듯 일어났다.

병원에서 걸려온 호출전화에

눈만 비비고 달려가는 내내

기다려 달라고 기도한다.

떠나실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정녕 떠나신다고 하니 보낼 수 없다고

부정하며 터지는 가슴을 가눌 수 없다

몰아쉬는 숨결에 모든 것을 담고

꼭 잡은 손엔 온기가 느껴진다

이 세상 무엇보다 자식들을 사랑하셨던 어머님!

사람을 좋아하셨던 어머님!

만년 소녀 같으셨던 어머님이

이제 떠나실 준비를 하신다.

못다 한 사랑을 고백이라도 하시려는 듯

입술만 움직이며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렇게 생애 못다 한 미련을 떨쳐버리시고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신 어머님!

예쁘게 단장하고 관속에 잠드신 모습이

너무 고와 기지개 켜고 일어나실 것 같아

흔들어 깨우고 싶다.

철원 산자락 밑에 고요히 자리한

목련공원에 입성하신 어머님!

아!

사랑하는 어머님

근심 걱정 고통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