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으로 깡으로 다시 일어설래요
며칠 동안 참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전후로 해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개인적으론 선발 진입과 타 구단 트레이드라는 두 가지 방향을 정해 놓고 한껏 기대를 부풀렸거든요.
그러나 지난 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우완 선발요원인 크리스 벤슨과 빅터 삼브라노를 영입한다는 구단 발표가 나면서부터 올시즌 후반기 제인생의 항로는 또 다시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예상대로 (?) 1일 애틀랜타 원정 중에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네요.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곳은 뉴욕입니다. 오늘 애틀랜타에서 돌아와 휴대폰은 물론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고 쉬고 있습니다. 화요일엔 트리플 A 노포크 타이즈로 향할 예정이에요. 충격이 크겠다고요? 그래도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자기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을 때보단 조금 나은 편이에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탓이겠죠.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실망감을 감출 수는 없지만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고 빅리그 진입이 불투명한 상태도 아니고 밑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보면 뜻밖의 메이저리그행 통보에 마음 들뜰일이 곧 생길 수도 있을 거에요.
이번 일을 통해 새삼 매츠에서 `밥그릇` 빼앗기지 않고 산다는게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메츠는 젊은 투수가 성공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팀이에요. 메츠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른 팀에서 경력을 쌓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 다음 트레이드 돼 오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런 선수들에 비해 제가 겪었거나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은 그리 나쁜 편만은 아니라고 봐요. 솔직히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겠죠.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뛰는 투수중 3분의 1정도는 저보다 방어율이 좋지가 않아요. 메츠라는 팀의 특성상 제가 `붙박이`가 아닌 `조립식`이 돼 이런저런 모양새로 자리바꿈을 하지만 선발이 아쉬운 다른팀으로 이적하면 `붙박이` 선발을 자신할 수 있어 내심 트레이드를 원했던 겁니다. 그중 결국 무산된 텍사스도 제가 가고 싶었던 한 팀이었고요. 연봉이 적고 나이도 많지 않은 데다 지난해 성적이 좋아서 트레이드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자신했거든요. 메츠에서 내주지 않겠다는 데 선수인 저로선 할 말이 없는 거죠.
이제 모든 일은 `과거형`입니다. 물론 아쉽고 안타깝고 미련이 남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난 일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건 제 성격상 맞지가 않아요. 또 그럴 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요.
올시즌 부침 만은 저를 지켜보시며 가슴 졸이신 분들 많으실 거에요. 그러나 이 모든게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이신다면 크게 화날 일도, 섭섭할 일도 ,실망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마이너리그라고 하는데 전 그런 곳에 올 들어 두번이나 진출하니 제 목숨이 길긴 좀 긴 편인가 봐요. 악으로, 깡으로, 서재응, 반드시 일어서겠습니다.
8월1일 뉴욕에서
#서재응 선수에게 힘내라는 말 밖에 못하겠네요. 엊그네 메츠의 미친 트레이드에 대한 글을 보다가 이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서재응 선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