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살아도 금강공원 가본지가 꽤나 오래 되었다. 오늘 아침 금강공원 입구에 있는 도마 한의원에 가기 위해 집을 조금 일찍 나섰더니 약속시간보다 약 한시간 가량 일찍 도착해서 바람도 씌울겸 금강공원을 둘러봤다. 례전에는 도로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입구문이 있었는데 위쪽에 도로가 나면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먼저 섰던 입구문은 사찰 일주문이나 불이문 처럼 목재문이었는데 새로 옮긴 문은 석재로 돼 있었다. 먼저 있던 문을 해체할 때 보니 일제가 그 문을 올리면서 바닥에다 쇠말뚝을 밖었더라고 한다. 우리나라 명산 정상 곳곳에 쇠말뚝을 밖았듯이 이곳에도 민족정기를 끊고자 쇠말뚝을 박았던 것이다.
내가 부산으로 처음 내려왔던 1968년에 서면에서 전차를 타고 종점인 온천장 역에 내려서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43년전의 일이다. 그땐 봄철에 여자들이 헤치왔다가 술에 취해 고무신도 벗어 던지고 치마도 내팽개치는 사례가 많아 봄이 되면 금강공원에 여자 고무신 주어러 가자는 농담도 했었다. 그 때만 해도 여자들이 집에서 갇혀 살다가 동네사람들과 헤치한다고 어울려 권하는 술으 받아 마셨다가 술에 취해 땅바닥에 쓰러져 누워자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공원입구에는 산복도로가 새로 나서 입구문을 산쪽으로 옮겨야 했던 모양이다. 공원은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거 보니 소나무 고목들이 많고 단풍나무는 아직도 한여름 푸른 잎새를 바꾸지 않고 있었다. 일제 만행 희생자 위령비와 지석영 선생 송덕비도 공원 안에 서 있었고 입구 아래쪽는 생각하는 대나무숲길이라는 이색적인 오솔길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