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태전부터 걸음을 걸을 때 가끔씩 다리가 절리고 마뜩잖았다. 그래도 테니스 게임을 할 때는 아루렇지도 않아 열심히 뛰어다니곤 하였다. 그러다가 친구따라 해발 천m정도의 높은 산에 갔다가 하산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허리가 조금 아파서 정형외과에 가서 X-ray도 찍었으나 의사가 척추사진을 보더니 척추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물리치료도 2~3일 받다가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그 후 작년 섣달 그믐날 자전거를 타다가 난간애 부디쳐 고꾸라지는 바람에 오른손 넷째 손가락을 다쳤다. 손가락 끝마디가 굽어서 표지질 않았다. 병원에 갔더니 힘줄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하면서 쇠막대를 끼워 한 20일 고정을 하였다. 병원에 입원한 김에 왼쪽 다리가 저린다고 했더니 X-ray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 다고 MRI를 찍어보자고 하였다. 그러더니 의사왈, 꼬리뼈 4번과 5번 사이 연골이 다져져서 밖으로 튀어 나와 옆에 있는 척추관에 붙어 있는 신경을 압박한다고 했다. 신경검사도 했는데 2번과 6번에 신호감지가 잘 안된다고도 했다. 당장 수술을 하자고 하는 것을 집사람이 말려서 다음에 하기로 하고 퇴원을 했었다.병명은 척추관 협착증이었다. 그전엔 뭣 때문에 다리가 저린지 알 수가 없었는데 원인을 아는 것만도 조금 안심이 되었다.
요즘 신문에 척추관협착증에 관해 광고가 자주 나온다. 한방에서도 비수술적 요법이라해서 선전을 하고 서울 광혜병원에서는 옆구리에 아주 작은 2~3mm의 구멍을 뚫어 신경을 압박하는 근육을 기구를 넣어 제거한다고 한다.시술하는 기구도 특허를 냈다고 하며 부분마취로 간단하게 시술하므로 다음날 바로 일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 이틀전에도 신문 하단에 큰 광고가 실려서 광고를 오려 놓고 서울로 가서 시술을 할 작정을 세웠다. 그런데 집사람이 수술해서 재발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므로 일단 유끼집에 가서 유끼를 한번 받아보자고 해서 어제부터 온천장 금강공원입구 도마 한의원으로 가게 됐다.
도마 한의원 원자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경남고와 외대를 나와 외무고시 본다고 몇번 응시했으나 낙방을 하고 집에서 룸펜으로 놀고 있었다. 먹고 사는 것은 마누라가 간호사출신으로 조산소를 운영하면서 해결하고 있었다. 둘 다 성당에 열심히 나갔는데 어느 신부님으로부터 유끼를 배우게 되어 사사로 유끼를 하고 있었다. 집사람도 유산을 몇번 하고 습관성 유산 우려가 있어 어떻게 소문을 듣고 유끼를 받으러 다녔는 데 신통하게도 유끼를 받고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의 부인하고 내 와이프하고는 학원강사로 있을 때 알았던 것이다. 유끼를 받으면서 성당으로의 안내도 받아 우리식구가 성당에 나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나도 배를 타고 있었는데 동생들도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결혼도 다 시켜 내 보냈으므로 빚만 다 갚으면 배를 그만 두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회사에 나가서 사표를 제출했으나 받아주지 않고 대신 육상근무를 하면서 한해쯤 다시 생각해 보라고 회유를 하였다. 벌어 놓은 돈도 없었으므로 한해 정도 육상근무를 하면서 앞날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그러던중 와이프가 그 조산소에 가서 출산을 하게 되어 남편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어 우리가 룸펜으로 있지 말고 지금 다시 공부해서 의대를 가보자고 하였다.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는 시큰둥 하였다. 그 후 나도 바빠서 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있었으나, 혼자서 고민한 끝에 재수생 학원 나가서 공부를 하여 경주 동국대 한의대에 4년 장학생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나도 육근을 하다가 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몇년전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는 한의원을 개원하여 지금 원장이 되었다.
그는 내 몸을 만져 보더니 양어깨 허리 다리 등 몸의 근육이 많이 굳어 있다고 했다. 우선 근육을 풀어 준다며 어제는 등뼈 옆에 있는 근육에 침을 여러대 꽂았다. 침을 찌를 때마다 따끔하면서 찌릿하였다. 그리고는 어깨 등 다리의 근육이 뭉친 곳을 손으로 눌러서 푼다고 하는 데 제법 아팠다. 근육을 쓰지 않아 퇴화되기도 하고 관절도 안 쓰니까 굳어졌다고 했다. 자전거 사고전만 하더라도 내 몸의 유연성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한 일년 사이에 완전히 못 쓰는 고물 기계가 다 된 것이다.
우리는 군대식 훈련을 받아서 걸음을 걸을 때 반듯하게 일직선으로 걷는 것이 몸에 배여 있다. 한자로 여덟팔자처럼 양 발을 옆으로 45도 정도 벌리고 엉덩이를 밀어 넣고 아랫배를 앞으로 내밀며 시선은 정면15도를 향하는 것을 팔자걸음이라 한다. 일명 양반걸음이다. 양반들이 아랫것들에게 일을 시켜 놓고 이놈들이 제대 일을 하고 있나 살펴보기 보기 위해서 담뱃대 꼬나물고 어슬렁 어슬렁 걷는 걸음걸이다. 그리고 팔자걸음은 깡패들 오야붕이 꼬봉이나 조무래기들 앞에서 으시대듯 걷는 걸음이다. YS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원장 얘기로는 팔자걸음이 가장 자연스런 걸음이고 몸에 무리가 없다고 한다. 내가 걷는 걸음걸이는 왼쪽 다리가 아프니까 체중은 오른쪽 다리에 실리고 왼쪽에는 체중이 실리지 않으니 퇴화하고 엉덩이는 뒤로 빼서 엉거주춤한 상태로 걷는다고 하며 이대로 가면 왼발은 더 못쓰게 된다는 것이다. 원장 말대로 팔자 걸음을 걸어보니 훨씬 수월했다. 이제부턴 걸음걸이를 여덟팔자로 바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