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손상, 840억원 피해
ASML 국내 장비.인력 급파
지난 3일 대만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받은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델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한국 법인 소속 엔지니어들까지 복구 지원을 위해 대만에 파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이번 지진으로 팹(공장)이 일시 중단되고 생산 중이던 일부 웨이퍼 손상까지 발생하면서
84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TSMC 공장내 EUV(극자외선). DUV(심자외선) 노광장비도 일부 손상되면서 유지.보수를 위해
한국ASML 소속 엔지니어들이 속속 대만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EUV 부품을 대거 공수해 갈 예정이며, 네델란드 본사 엔지니어들도 곧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들 파견 규모로 미루어 볼때 TSMC의 피해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클 수 있다.
지원이 다음달까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TSMC는 이날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부 라인의 자동화 생산 재개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윤재 기자
500회 넘는 여진 속에도 ...식당 문 열고 택시.기차 정상운영
4일 오후, 25년 만의 강진이 휩쓸고 간 대만 화롄시를 찾았다.
지난 3일 오전 규모 7.2지진이 강타한 지 1일 만에 철로가 복구되어 운행 중이었다.
기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큰 피해가 없고, 전력 공급에도 이상이 없다는 의미다.
다만 가는 길은 평소보다 감속 운행해 20분 정도가 더 걸렸고, 돌아오는 기차는 연착되고 두 번 운행이 멈추는 등
완전한 정상 운행이 아니었다.
화롄은 대만 동부 해안에 있다.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출발해 2시간 반 남짓 달렸으니,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강릉을 거쳐 동해안 태백으로 간 셈이다.
화롄으로 가는 교통로는 도로와 철도, 항공이 있는데 도로는 대부분 산비탈에 위치해 통제구역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곳곳에 토사가 무너져내려 도로가 막힌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렌트한 차량은을 타고 전 세계 언론에 등장한 붉은 벽돌 빌딩이 있는 사고 현장을 찾았다.
지진 발생이 1분 만에 1층이 무너지면서 9층 건물 전체가 60도로 기울어진 텐왕싱 빌딩이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고, 대만 당국은 5일 이 빌딩을 철거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인근 베이번 거리의 주택, 화롄병원 인근의 통솨이 건물, 지안항 산하이관 등
파손된 빌딩들의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서 지휘하는 공무원이나 잔해 철거반 등은 모두 친절했고, 근처 마을의 식당들도 평소처럼 영업하고 있었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린이저 씨는 '정부의 방재청책으로 건물의 지진 안정성에 대한 사전 조사와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졌고,
시민들이 사전에 대피 매뉴얼을 숙지한 덕분에 피해가 적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웃 장주아 씨도 '이런 큰 흔들림은 처음이었는데 25년 전 대지진 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적었고,
지금은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식당 주인과 택시 기사들은 '5일 칭밍제연휴 직전 지진이 나는 바람에 성수기 수입이 끊기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대만에서 여러지진을 경험했지만 이번 지진은 그 강도에 비해 피해가 적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더욱 발전한 시민의식이다.
도시 안에 같이 주둔하고 있는 대만의 국방력과 경찰 및 관공서 공무원의 행정력도 한몫했지만,
주민들의 안전의식과 자발적 지원은 놀라울 정도다.
다만 3일 강진 이후 500회 이상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고, 당국은 이런 여진이 길게는 2~3일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정비된 안전지역이 아닌 열악한 주거환경 지역이나 산악지역 마을과 도로는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다.
곳곳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 명예기자 김진호 단국대 교수
TSMC 후폭풍.미금리인하 지연...AI반도체주 '먹구름'
'반도체 강국' 대만 강진에
TSMC 공급망 타격 우려
미다우 1년만에 최대폭 하락
엔비디아.AMD.SK하이닉스
국내외 반도체 대장주 급락
일 장비기업도 일제히 하락세
서학.일학개비 수익 빨간불
금리 인하 가능성 후퇴에 따른 미국 증시 하락과 '반도체 강국' 대만을 덮친 강진 탓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한.미.일 반도체 기업들 주가가 덩달아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최근 이들 기업이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뒤늦게 국내외 주요 반도체주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가 연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4일 미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30.16포인트(-1.35%) 내린 3만8506.98에마감했다.
작년 3월 22일 이후 1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같은 날 S&P500지수는 1.23% 내린 5147.2, 나스닥종합지수는1.4% 하락한 1만6049.08에 거래를 마치며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1% 넘게 급락했다.
특히 이날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상승세를 타던 엔비디아(-3.44%), AMD(-8.26%), 퀄컴(-2.39%), 브로드컴(-3.35%),
마이크론(-3.06%)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 주가가 동반 추락했다.
반도체 기업 주가를 지수화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도 전날 대비 3.01% 급락한 4756.07을 기록했다.
AI용 반도체 간판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는 최근 5거래일 기준으로 각각 4.5%,7.6% 떨어졌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5일 증시도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27.79포인트(-0.01%) 내린 2714.21로 집계됐다.
코그탁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0.61포인트(-1.20%) 내린 872.29에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 동반 매도세에 장중 한때 코스피는 2705선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특히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2.77% 떨어진 주당 18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닉스는 최근 한 주 새 등락을 반복하며 저가가 2% 가량 하락했다.
이날 대만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일본 증시에서는 세계 4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과
또 다른 장비업체 어드밴테스트 주가가 전날보다 각각 5.60%, 4.85% 떨어졌다.
최근 5 거래일 기준으로는 순서대로 각각 6.4%, 11.9% 하락했다.
한국예탁 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밴테스트는 올해 들어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주식 중
각각 3위와 4위에 올라 있다.
최근 주요 반도체 업체들 주가 흐름이 주춤하면서 이들 기업 투자에 나선 국내 투자자들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대만 지진 여파에 따른 TSMC 생산 차질과 금리 인하 가능성 후퇴 등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진머스터 투프벤처스 연구원은 'TSMC의 생산 불확실성은 단기족으로 AI관련기업 주가를 멈추게 할 핵심 변수'라면서
'구체적인 여파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격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대만 지진 여파로 D램 반도체 잠정 가격 발표를 연기하는 등
파장이 작지 않은 모습이다.
김동원 KB 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이 지진 여파를 받은 가운데 고객사들이 올해 2분기 공급 부족을 우려해
D램 주문을 늘리면 가격이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4일 저녁 TSMC는 성명을 통해 '지진으로 인해 반도체 팹(공장의 일부 설비가 훼손됐으며 10시간 이내에
공장 설비의 70% 이상을 복구했다'면서도 '일부 생산 라인은 가동 재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자동차와 스마트용 반도체 칩뿐 아니라 AI용 반도체로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생산차질이 제조업뿐 아니라 AI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회사 경영진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중요 설비들은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김민오.안갑성.명지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