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퀴즈부터 시작합니다. 정기산행 및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은 반드시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검색한 뒤 답변하면 곤란하겠지요.
1. 우리 산악회 대장의 카페 아이디를 영어 철자로 쓰세요.
2. 우리 산악회 회장의 생년월일을 맞춰보세요.(대략 월까지만 맞추면 맞는 걸로 채점함)
3. 올해 우리 산악회 산행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 세 곳을 쓰세요.
4. 최근 한국을 찾아 강연 등을 한 영국의 전설적인 산악인 크리스 보닝턴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5. 인도와 중국의 접경지대에 있는 텐진북로의 준령 가운데 가장 높은 산으로 티베트 불교도들이 수메르산으로 여긴 이 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6. 지난 9월3일 미국 네바다주 상공을 비행하던 중 실종돼 지금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미국의 억만장자 모험가는.
7. 최근 뉴욕타임스가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관광지로 꼽은 나라의 이름은.
8. 이 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조선시대 임금 정조가 어렸을 적 올랐다는 이 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9. 엄홍길 대장이 최근 남극 대륙 최고봉 등정을 향해 떠났습니다. 이 봉우리의 이름은.
10. 우리 회원들을 이끌고 2008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산은. 귀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계절적으로 어정쩡하거나 전에 가보았던 산 대신 넣도록 하겠습니다.
정답과 기발한 오답은 이따 말씀드릴게요.
먼저 산행기.
버스에서 내리자 눈송이가 휘날린다. 서설이다. 기분 끝내줬다. 사람은 적을 것이고 눈쌓인 산길을 거니는 내 모습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버스 안에서 문자를 두 개 받았다. 가상이와 마포나루 형이었다. 한 분은 길이 얼마나 단단한지 체크할 겸 넘어져 크게 다쳤다고 했고 다른 한 분은 미끄러운 길, 일행에 민폐를 끼칠까 저어했다는 얘기였다.
김밥집. 멍게가 앞에 서 있다. 둘 만이 아니었다. 여러 명이 못 온다는 메시지를 보냈단다. 여섯 명쯤이 산행 인원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리 됐다. 재로가 나타나고 편찮으신 어머님을 홀로 두고 나타난 회장님과 참으로 오랜 만에 모습을 나타낸 사니 형에 이어 어중이 형님까지 등장했다.
산행하면서 고백하길, 산행 나온다고 글 올렸다가 아침에 못 일어나 펑크내는 일이 두려워 아예 예고 안하고 등장하기로 했다는 것. 송년회 도중,자랑스럽게 털어놓은 매일 소주 5병씩-최소 였다고 거듭거듭 주장했다-을 마시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2병만 마셔도 취기가 오른다나.
제대로 예와 격을 다해 제조한 폭탄주를 일동의 격려와 축하 속에 들이키면서 숫자를 셌는데 열일곱까지 세고 그 다음부터 셈법을 끝냈다는 고백도 곁들여졌다.
9시10분쯤 구기빌라 쪽으로 산행을 시작했다.힘 좋은 사륜구동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가파른 길-어중이 형 말대로 북한산을 가장 빨리 떠나고 싶을 때 택하는-을 진동하는 술냄새 속에 올랐다. 멍게와 재로 동기들과 펐다고 했다. 생전 그런 짓 안하던 장모 후배가 오미트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승가사 밑 약수터에 이르니 35분쯤이 경과됐다. 어느 순간 휙 돌아봤더니 약 20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회장님과 사니 형이 손잡고 올라오다 얼른 손을 놓는 것처럼 보였다. 그 길은 포장도로였는데,
물 마시며 한숨 돌린 뒤 비봉과 사모바위 중간 능선에 올랐다. 바람이 차다. 사모바위 들러 바위 아래 한 켠에 둘러앉아 귤을 까먹었는데 파전과 동태전 등으로 꾸며진 플래스틱 접시가 나왔다. 쐬주는? 없단다. 이노무 총무가 어제 펐다고 소주 생각을 못한 것 같다. 한참 술 없다 어쩌구 떠들었는데 옆의 중년 부부,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냐고, 자기들은 우리 자리에 먼저 있던 이들이 양주 등을 건네 먹기 싫은 것 억지로 먹었다면서 아깝다는 식으로 말했다. 난, 아까부터 계속 술 얘기했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사모바위를 나와 어디로 코스를 잡을지를 놓고 한참을 얘기했다. 이쪽에 능통한 재로에게 난 맡기고 싶었다. 어차피 출발할 때부터 오후 3시까지 버티려면 어디로 돌려야 하나 고민이 참 많지 않았던가.
족두리봉 너머 불광동으로 떨어지는 것을 전제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오후 2시 전에 모든 산행이 끝나버릴 것 같았기 때문. 해서 재로와 어중이 형이 생각해낸 게 향로봉을 빙 돌아 기자촌 쪽으로 하산하다 다시 족두리봉 앞쪽의 봉우리에 올라 하산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조붓한 능선의 오솔길을 따라 걷는데 승가사 쪽 보다야 사람이 많지만 눈온 날 절경을 감상하려는 인파를 예상했던 나를 조금 놀라게 했다. 사람이 상당히 적은 것이다. 승가사 쪽으로 오르면서 회장님이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선거에 다 동원돼 산에 사람이 없다더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
향로봉을 우회하는 와중에 회사 선배 둘을 따로따로 만났다. 앞의 선배에겐 생각이 안 떠올라 쐬주를 묻지 못했고 뒤의 선배는 불행히도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양반이라 술을 빌릴 수 없었다.
이 쪽은 남서면이 많아 눈이 녹았고 딱 한 군데 철심을 박아 연결한 로프를 잡고 오르는 지점만 빼고는 미끄럽지 않았다. 서설이 내릴 때 산행으로 괜찮은 코스였다.
족두리봉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가볍게 때우자고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꽤 많이 김밥을 먹었다. 특히 구기빌라 들어오는 입구의 김밥집 김밥은 정말 맛과 영양에서 뛰어났다.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눈길은 옆에 혹시 놀고 있는 쐬주가 없나 찾는 것이었다. 두어 발치 떨어진 곳에 등산화도 벗은 채 앉아 컵라면을 들면서 쐬주를 들이키던 아자씨가 우리의 쐬주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린다 싶으니 왼편에 놓았던 쐬주병을 오른편으로,우리가 볼 수 없는 위치로 슬쩍 옮기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라도 그랬을 거야 어중이 형의 말에 공감 또 공감.
밥 먹고 바로 순식간에 떨어지니 불광동 국립보건원 위쪽이었다.재로는 구기면옥이 근처라고 했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서두를 것 없어서 좋았고 탕춘대 능선의 안온한 아름다움을 만끽한 것은 오늘 산행의 부수입이었다.
택시 두 대로 재로네 가게에 이르니 2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송년회 얘기는 어중이 형의 집중공략 덕에 5시쯤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킨 탓에 잘 생각나지 않는다. 모두 14명이 모였는데 전작이 있어 꼭 먹어야 하는 잔만 들이켰던 멍게에게 송년회 사연을 풀어놓길 부탁한다. 비교적 명징한 정신으로 지켜봤으니 재미있게 송년회 얘기를 기억할 것으로 믿는다.
다만 돼지엄마를 고속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준다고 태성이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탄 사니 형과 오솔길, 나, 돼지엄마가 차 시간이 조금 남는다며 또 옹달샘-약 한달여 전 동기모임때 내가 2차를 샀던 곳,언젠가 지방 산행한 뒤 뒤풀이했던,골프 스타 장하나의 집-에서 갈비살에 맥주 한잔씩 더 했다. 돼지엄마가 계산해 무척 무안했다.
무슨 소리 했는지 하나도 기억 안남.
내년에는 좀 덜 잊어먹었으면 좋겠다.
기막힌 오답 행렬들
1.정답자는 단 한명.멍게.‘AL자지’라고 의도적인 오답을 날린 경우도.
2.유일하게 기발한 오답이 없었다.다만 ‘56년’하고 끝낸 분의 의도는 지금도 궁금하다.
3.오답도 없고 정답도 없고
4.‘노스페이스’와 ‘레드페이스’를 한국인들이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5.가장 기발했던 건 ‘기련산’
6.송년회 자리에서 밝혔듯 ‘조지 부시’라고 쓴 게 가장 웃겼다. 또 ‘필 게이츠’라고 쓴 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시는 분인지 궁금했다.
7.역시 기발한 오답이 나올 수 없었던 문제
8.팔달산이나 수원의 산들이 나올줄 알았는데 역시 예상대로였다.
9.'아문젠봉'이란 봉우리가 있나.8번에 이어 난센스 퀴즈인줄 알고 ‘따봉’ 하신 분도 있다.
10.역시 오답이 있을 수 없었던 문제
정답
1. ALJAJIRA
2. 56년 5월3일
4. 버그하우스
5. 카일라스산
6.스티브 포세트
7.라오스
8.이산
9.빈슨 매시프
3.가장 좋았던 산행으로 꼽힌 산들
설악 공룡능선(7),지리산(7),예봉산(3),선자령(3),남덕유(2),관악산(2),계방산, 태백산, 불수도, 운악산, 백운산, 용화산, 금수산
10.꼭 한번 가보고 싶은 산들
오대산,태백 응봉산,영남 알프스,남해 금산,주왕산,금강산(2),백두산(2),소백산,두타산(2),대둔산,도봉산
2008년 정기산행 계획
(송년회에서 취합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약간 바꿨습니다.물론 앞으로도 회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계속 변경될 수 있습니다.
1월 소백산 시산제(원래 남덕유에서 바꿨습니다.더 많은 참여를 위해.물론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막상 강행하면 별로 사람이 붙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소백의 경우 자동차로 최대한 접근해 능선에 올라붙도록 하겠음)
2월 팔당 예봉산
3월 남해 금산
4월 동해 두타산
5월 함양 황매산
6월 보은 속리산
7월 조계산과 순천만
8월 태백 응봉산
9월 수원 광교산
10월 청송 주왕산
11월 서산 가야산
12월 도봉산
10월 해외 산행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교코 파크 트레킹(경비 250만원 안팎,8~9일 일정)
호주 에어즈록 트레킹(경비 150만원 안팎,7~8일 일정)
다음은 올 산행 결산입니다.한 햇동안 누구보다 많이 수고해준 멍게 촘무에게 심심한 사의와 함께 내년에는 산행 때마다 반드시 정상주를 챙기라는 지적을 해주고자 합니다.
첫댓글 알 형님 산행기의 절반이 쐬주 얘긴데... 뒷풀이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주무시더이다. 오랫동안 ㅎㅎ. 올 한해 선배님들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더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할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즐거웠음
옹달샘에는 왕눈씨도 함께 했습니다...나는 차 시간 때문에 먼저 일어났고 다른 사람들은 남아서 당진 놀러올 계획 잡았을 걸요...조만간 당진에서 한 번 뵐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