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정치론」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박삼열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에서 정치적 논의와 종교를 연결시키는 이유는 그의 진단으로는 모든 이들이 종교의 영향을 받으므로 먼저 종교를 개혁 하지 않고서는 통치자를 바로세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 는 「신학정치론」 에서 먼저 미신에 약한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 후 얼마나 다양한 미신과 종교적 견해가 국가의 통합을 위협하는지를 기술한다. 특 히 자신의 힘을 확보하려는 바람으로 동기부여가 된 신학자들과 성직자들 은 변질된 신학을 통해 다중을 가장 많이 지배해왔고, 체제의 지도자들에 게 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파괴적인 신학과 싸우기 위해 본래의 가르침을 되찾으려 성서를 새롭게 고찰하려고 결심한다. 결론적으로 스피노자는 종교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는 통치자가 필연 적으로 이성을 약화시키지 않은 채 인간을 통합하는 신학으로 뒷받침되어 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올바른 통치자의 모델을 제시한 다는 것은 성서와 신학, 종교 시스템과 종교 지도자들의 개혁을 전제로 한다. 그는 국가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미신에 지배받지 않으 면서 종교를 통해 시민을 다스리는 것으로 상정한다.
1. 서론
스피노자는 종교와 자연법, 그리고 인간의 권리에 대해 공격적인 논조 를 피력함으로써 계몽주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나 현대의 정치, 종교적 상황에서도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맥시어(Robert McShea)는 스피노자의 철학적 사고가 너무 급진적으로 계몽된 것이어서 그의 정치철학이 소홀히 여겨졌다고 주장한다.1) 특히 「신학정치론」2)에서 스피노자는 신학에 대해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급진적인 철학적 특성을 드러낸다. 이 저작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은 예언과 율법, 기적에 대한 기 존 신학의 해석과 대립하는데, 신학에 대한 스피노자의 이러한 급진적 견해로 인해 「신학정치론」 은 그동안 정치보다는 신학적 측면에서 주목받 아 온 것이 사실이다. 신학정치론은 성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견지하지만 그 목적은 종교 비판 자체이거나 종교를 전멸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스피노 자는 「신학정치론」 에서 참된 종교와 미신을 구분함으로써 당대 종교의 개혁을 의도하고 있다. 그런데 여타의 저작들이 그러한 것처럼 스피노자 또한 역사적인 문제, 즉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신학정치론」을 집필 했다. 그것은 올바른 통치자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당시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이해로부터 참된 종교를 지 향하는 스피노자의 의지가 담긴 「신학정치론」은 스피노자의 이단성이 정 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스피노자는 종교에 있어 정통과 이단에 대한 논의가 단지 신앙이나 이념적인 문제에 그치는
1) Robert McShea, The Polictical Philosophy of Spinoza(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68), 10쪽. 2) Spinoza, Tractatus Theologico-Politicus, in vol. 3 of Spinoza Opera, ed. Carl Gebhardt(Heidelberg: Carl Winters Verlag, 1925), 1-267쪽. 이하 TTP로 표기.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스피노자가 정치적 논의와 종교를 연결시키는 이유는 모든 이들이 종 교의 영향을 받으므로 먼저 종교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통치자를 바로세 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 에서 통 치자의 덕목을 제시하기 위해 먼저 올바른 종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 루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정치문제에 대한 스피노자의 해결 방식은 「신학정치론」 자체의 구성에서 나타난다. 서문의 분석은 동시대 인, 즉 17세기 유럽인이나 기독교인의 신학적 · 정치적 문제들을 간략히 고찰하는 것으로 마치는데 이것은 정치적 권위와 종교를 결합하는 신학 적·정치적 문제를 보여준다. 1장에서 15장에 이르는 논증은 성경의 권위 에 의존하여 성경의 참된 가르침을 보여주며 결론을 맺는다. 반면에 16 장에서 20장은 종교를 다루지 않고 개개인의 자연권과 시민권뿐 아니라 국가의 토대를 논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구성과 역사적 상황 을 참고하여 「신학정치론」 의 집필 의도를 추측해보자면, 종교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이성을 약화시키지 않은 채 인간을 통합하는 신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대의 종 교는 미신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므로 올바른 종교의 틀을 확립하여야 국 가 또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생각이다. 스피노자는 종교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안정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미신을 조장하긴 해도 그것이 정치적 삶의 영구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들이 신성한 일과 관련된 권리와 권위를 높게 평가하며, 또한 자신들의 마음을 가장 강력히 통제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권위를 가진 이의 말에 의지한다고 주장한다.3) 그런데 신학은 종종 사람 들로 자연을 오해하도록 하며 타인을 희생시켜 개인의 축복을 추구하도 록 한다. 사실상 자신의 힘을 확보하려는 바람으로 동기부여가 된 신학자들과 성직자들은 다중(multitudo)을 가장 많이 지배해왔고, 체제의 지도 자들에게 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4) 스피노자는 얼마만큼의 다양한 미신 과 종교적 견해가 국가의 통합을 위협하는지를 기술한다.5) 따라서 스피 노자에게 통치자를 올바르게 한다는 것은 성서와 신학, 종교 시스템과 종교 지도자들의 개혁을 전제로 한다. 본 논문은 신학정치론에 나타난 스피노자의 문제의식과 종교의 미신 화에 대한 논의를 검토할 것이다. 또한 스피노자가 왜 종교와 정치 및 국가를 연결하고,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탐구할 것이다. 이 를 통해 스피노자가 구상하는 올바른 국가의 방향성이 드러날 것이다.
2. 「신학정치론」에서 종교의 미신화 문제
스피노자는 종교적 미신의 기원과 특성을 분석하면서 신학정치론을 시작한다. 그는 서문을 여는 문장에서 미신의 출현이 인간 상황의 결과 라고 묘사한다.
만일 인간이 확실한 계획(consilium certum)으로 자신의 일을 다룰 수 있다거나 혹은 운이 항상 그들에게 호의적(fortuna semper prospera)이라면, 그들은 결코 미신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6)
조건법으로 진술된 이 문장은 인간은 일관되고 신중한 계획으로 자신 의 삶을 다스리거나 지속적인 운을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 고, 따라서 스피노자는 인간이 미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4) Spinoza, Political Treatise, in vol. 3 of Spinoza Opera, ed. Carl Gebhardt (Heidelberg: Carl Winters Verlag, 1925), 3.271-360, introduction. 6. 이하 PT로 표기. 5) TTP, 16.199-200. 6) TTP, Introduction.5.
그에 따르면, 미신의 기원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원인에 대한 무지로 부터 비롯되는 것으로서 강력한 신의 섭리와 통치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미신에 사로잡힌 이들이 신의 의지의 특 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지성에 기반하지 않은 의지를 신에게 결부 시킨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오해가 미신의 원인이며 부정한 행위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7) 「신학정치론」 의 전체 논거는 이 전제, 즉 인간은 결코 미신에서 전적 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제에 근거한다. 따라서 이 저서가 성서에 대 한 상당한 비판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 목적은 종교를 전멸시키려는 것 이 아니다. 스피노자는 참된 종교나 ‘이전에 참되었던 종교(aniquae Religionis nihil manserit)’를 미신과 구분한다. 스피노자가 의미하는 ‘참 된 종교’의 가르침이란 선지자와 사도들의 말 본래의 의미를 포함한다. 스피노자는 성경이 신학자들에 의해 오염된 이래로 이 본래의 말은 잘못 해석되어왔고 그 결과 성경에 입각한 종교는 사실상 이교도들의 미신과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혼동 때문에 스피노자는 ‘종교’ 와 ‘미신’이라는 단어를 서로 교대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피노 자는 「신학정치론」 에서 성서의 진정한 가르침은 신에게 복종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라고 설명하며 그 가르침들이 참된 종교를 이룬다고 말한다.8) 미신은 근절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떤 종교개혁도 반드시 이 기본적인 인류학적 사실을 고려해야만 한다. 스피노자는 호의적인 운(fortuna semper prospera)을 확실한 계획(certum consilium)과 동일시하는데, 이는 미신의 명백히 다른 두 가지 원인에 대 해 비유로 설명하는 것이다. 운은 인간의 통제 너머에 있지만 확실한 계 획은 인간 내면의 능력을 통해 만들어진 계획을 일컫기 때문에 내부원인
7) Spinoza, Appendix Containing Metaphysical Thoughts, pt. 2, chap. 7, in Spinoza Opera, 1:261. 8) TTP, 8.168. 철학탐구 제54집 42
과 외부원인의 동일시는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스피노자는 나중에 3장에서 운에 대해 외부적이고 예측하지 못한 원인을 통해 인간사를 신 이 지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이 부분을 설명한다.9) 운수는 인간 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외부적이고 필수적인 자연법을 반영한다. 스 피노자는 「신학정치론」 에서 도덕적, 이론적인 완전함의 성취와 신체보존 및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구분한다. 그가 보기에 전자의 기능은 인 간의 능력만으로 주로 통제가 되는 반면 후자는 운에 달려 있다.10) 자연 에 대한 이 불충분한 인식의 결과로 인간은 운수가 유리하지도, 불리하 지도 않고 그들에게 무심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스피노자에 따르 면,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대신에 흔히 불운의 원인을 미신적인 말 로 해석하면서 그들의 불운의 진짜 원인을 자유의지의 어떤 동인(agent) 으로 대체한다.11) 운을 믿는 것은 자연 질서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과 밀 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인간 내면의 이해력은 운과 상응하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자연에 대한 분명하고 충분한 이해 없이는 인간이 운수와 무 관한 것일 수 없으며 특정한 계획으로 일을 다룰 수도 없다고 강조한다. 스피노자는 만일 한 개인이 실재를 지배하는 법칙을 충분하게 인지하 지 못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운수의 원인이 그의 파멸을 목표로 하는 것 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그의 일들 을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재를 지배하는 법칙에 대해 오 해하는 자는 계속하여 불운을 극복하려는 어떤 시도든 저지할 것이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미신이 인간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인 인간의 지성이나 이성을 방해함으로써 악순환을 만들어낸 다고 피력한다. 일단 인간이 불운에 종속되면 일관된 계획을 만들어 유 9) TTP, 3.46. 10) TTP, 3.46; 3.47. 11) Jonathan Bennett, A Study of Spinoza’s Ethics(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4), 7쪽. 「신학정치론」 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43 지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약화되는데 이는 더 이상 자신의 입장을 무한하 고 확정된 전체에 통합된 한 가지 방식으로서 명료하게 간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이러한 자들은 ‘불확실한 운’에 직면하면 오직 자신의 정념을 안정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12) 스피 노자가 보기에, 이 초기의 바람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참된 행복을 얻지 못하게 하고13) 자신의 행복을 촉진시키지 못하는 변덕스러운 운을 추구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참된 축복’을 ‘신에 대한 참된 지 식과 사랑’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14) 또한 그는 “신에 대한 지식이 정신 의 가장 위대한 선이다. 다시 말해 정신의 가장 큰 선은 신을 아는 것이 다”라고 설명하고 있다.15) 그러나 신적 사랑이 아니라 변덕스러운 운에 좌우되는 이 상황을 비참한 것으로 묘사한다. 그 까닭은 자신의 상황을 적절히 인지할 수 없는 인간이 변덕스러운 운수에 종속된 자신을 발견함 으로써 희망과 두려움 사이를 오갈 것이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다중의 비참함을 경감시키고자 노력한다. 종교에 대한 그의 논의는 이러한 관심 에 따른 견해임이 분명하다. 가령 「신학정치론」 에서 종교의 이점을 고려 할 때, 그가 먼저 언급한 것은 종교가 이성의 힘을 행사할 수 없는 이들 에게 훌륭한 위안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16) 결국 행운을 희망하는 인생 이나 행운을 얻지 못하고 상실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는 인생은 상상 과 불가피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만일 인간이 두려움으로 고통당하는 동안 과거의 행복이나 불행을 상기시키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면, 그들은 이것이 행운 또 12) TTP, Introduction.5. 13) Leo Strauss, What is Political Philosophy?(Conn: Greenwood Press, 1973), 10-12. 14) TTP, 4.59. 15) Ethics, 4:28. 16) TTP, 15.187. 철학탐구 제54집 44 는 불운의 결과 중 하나의 전조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것이 그들 을 수없이 속였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놀라운 방식으로 수많은 공 상을 만들어 내고, 마치 자연 전체가 그들과 같이 광기어린 것처럼 자연을 해석한다.17) 스피노자는 다양한 정념에 이끌린 인간이 자연의 작용을 분명히 혹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인간들이 세상에 대한 미신적인 해석을 상상함으로써 대개는 각각의 신성한 의미와 결부시킨다 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이러한 ‘상상의 미혹’은 무지와 혼동을 낳고, 인간이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참과 거짓을 구 분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성적인 존재를 짐승으로 바꾼다.18) 이런 식으 로 미신은 인간이 현명한 계획으로 자신의 일을 다루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간을 비참함에 처하게 한다. 스피노자는 1장의 시작에서 상상을 이성과 구분하고 예언과 관련지음 으로써 정념과 상상적 삶의 관계를 핵심적인 것으로 다룬다. 그가 비록 서문에서 그다지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신의 기원이 분명 이 성을 무력화한 후에 상상 속의 신적 의지와 자연을 결부시킨 결과라는 점을 제시한다.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의 첫 단락을 통해 정념의 삶이 자유의지나 섭리를 기꺼이 세상에 속한 것으로 여기는 자세를 초래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를 통해 신학적인 문제는 비참한 상태와 후진성을 의미할 수 있는데, 이는 다중이 자연에서의 의지와 동인을 상상하는 미 신적인 방식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신을 통한 상황은 개선되거나 제거될 수 없는 것인가? 미 신은 인간 본성의 불가피한 요소인가? 스피노자는 이미 「신학정치론」 의 첫 단락에서 인간이 미신의 사로잡힘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 17) TTP, Introduction.5. 18) TTP, Introduction.8. 「신학정치론」 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45 했다. 신학정치론은 이 전제에 근거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19) 스 피노자는 더 나아가 신학정치론을 통해 인간의 삶이 이성에 의해 지도 되든지 혹은 다중에 의해 구원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20) 이미 지적한 것 처럼 「신학정치론」 은 상상과 이성을 완전히 구분하고 상상하는 삶에 집 중한다. 예를 들어, 스피노자는 15장에서 다중의 구원은 이성이나 확실한 계획이 아니라 성서에 대한 순종을 요구한다고 진술한다. 그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종교가 다중의 불행한 상황을 개선시키거나 아니 면 적어도 안정시키려는 어떤 계획의 필수 구성요소이다. 3. 정치에 대한 스피노자의 문제의식 스피노자의 주요 저서인 「신학정치론」 과 윤리학, 정치학 논고는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스피노자는 윤리학과 「신학정치론」 에서 추 출한 정치적 사고에 대한 논의를 정치학 논고 2-5장에서 요약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그는 정치와 국가에 관련하여 다양한 유형의 체제를 위한 구조모형을 제시한다. 따라서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 에서 다루는 구체 적인 정치적 문제들에 집중하기에 앞서, 정치학 논고는 스피노자가 정 치적 문제를 일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신학정치론」 의 많은 주장이 윤리학에서 이루어진 입증 19) 그러한 주장을 입증하려면 특히 운수의 특성과 그 지배범위에 관련된 이성의 힘 에 대한 연구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한 연구를 위한 장소가 바로 Ethics(가령 4.17)인데, 이성과 상상의 관계에 관한 TTP의 주장은 Ethics에서 이루어진 입증 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거나 정서적인 삶, 그리고 이성을 기반으 로 하는 삶 사이의 중간의 힘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복잡하지만, 스피노자는 이 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우리는 이성이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가르치는 길이 매우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보았고, 따라서 다중이...... 오로지 이성의 지시대로 살아가도록 유도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시인들의 황금시대나 신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Ethics, 4c 참고. 20) TTP, 5.77-80. 철학탐구 제54집 46 에 근거하기 때문에 윤리학은 신학정치론을 조명하는 데 기본 자료 가 된다.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에서 대부분 인간들의 상황이 상상에 의해 결 정되며, 따라서 상상은 신학적인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학 논고21)는 이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다중이 이 성적으로 살도록 설득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리고 오직 이성을 기반으로 한 국가의 안정적 토대를 세우려고 하는 이들을 비판한다. 인간본성은 모두들 최고의 열정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도록 구 성되어 있어 그 법칙들을 보다 공평하다고 판단하는데, 자신의 물질 을 보존 및 증가시키고 다른 이의 것으로 방어함으로써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에서 이 법칙은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 다.22) 또한 스피노자는 정치학 논고에서 국가를 세우거나 안정되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종교를 거부한다. 종교가 인간의 정념에 기반을 둔 것이고 그리하여 비이성적인 세계관을 악화시키거나 심지어 장려하기까지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는 놀랍지 않다. 다시 말해, 스피노자는 안정된 국 가의 기반으로서의 이성과 종교를 모두 거부하는데 전자는 정념을 다스 릴 수 없고, 후자는 정념에 의해 쉽게 지배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피노자는 정치학 논고에서 인간의 자연적인 상태에 기반을 둔 국가를 만들어내려 하는데, 이것은 이성적인 것도 신앙적인 것도 아 닌 열정에 기초한 것이다.23) 그는 인간이 어떻게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21) Stanley Rosen, “Spinoza” in History of Political Philosophy, ed. Leo Strauss and Joseph Cropsey(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1987), 474쪽 참고. 22) PT, 1.5; 7.4. 23) 스피노자는 다수가 공화국에 가장 유용한 정념들에 이끌리는 방식으로 국가의 기초를 세우는 것을 제안한다: George Gross, Universal Ethics: Constitutionalism and Counsel in Spinoza’s Policical Treatise(Ph.D. diss., University of Chicago, 신학정치론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47 스스로를 보존하려 분투한다고 설명한다. 스피노자는 인간이 신의 능력이 라고 부르는 자연법과 규칙들에 따르는 것만 제외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에 의해 정해진 운명이라고 주장한다.24) 그는 자기 보 존에 대한 전반적인 추구는 신성하게 정해지기 때문에 자연권과 힘을 동 일시한다. 그는 이 주장을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는 논의 를 통해 신학정치론 16장에서도 반복한다.25) 스피노자에게 권리는 자 연에서의 인간의 고유성이나 이성과 관련될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은 스 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것을 결정짓게 하는 방식에 따 라 규정되고, 따라서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하려는 어떤 것을 할 권리 역시 소유하고 있다. 윤리학에서 스피노자는 코나투스(Conatus)가 희망과 공포를 어떻게 가져오는가를 보여주는데, 전자는 자기보존을 위한 인간의 노력을 촉진시 키는 것을 가리키는 반면, 후자는 인간의 코나투스를 방해하는 것과 관 련된다. 이 두 정서는 사회적 · 정치적 상황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에 신 학정치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스피노자는 16장에서 사 회계약이 주로 사회적 혼란의 나쁜 결과를 두려워하여 유지된다고 주장 한다.26) 스피노자가 생각할 때 이성적인 정도에 따라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더 분명하게 인지하고 또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27) 즉 이성적인 인간은 영원한 질서의 필요성과 그 질서 안의 모든 개인의 고정된 위치를 이해함으로써 모든 개체가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활 동하도록 결정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따라서 스피노자는 자연에서 어떤 1991), 140쪽 참고. 24) PT, 2.4; 2.6. 25) TTP, 189. 26) PT, 2.5. 27) TTP, 16.191. 철학탐구 제54집 48 것이 인간에게 터무니없거나 부조리하거나 또는 악하게 보일 때에는 인 간이 그것들을 부분적으로만 알고 자연 전체의 질서와 일관성에 대부분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바르투샤트(Wolfgang Bartuschat)에 따르 면, 비이성적인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내재적 자아를 알지 못한 채 단지 자신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외계와의 관계로부터 자신을 이해한다고 해설 한다.28) 스피노자가 보기에, 자신에 대해 무지하고 또 전체 안에서의 자 신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개인은 다른 이들을 자기 보존의 외부적인 위 협으로 여기도록 조장하는 정념의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인간의 역경은 인간이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하여 이익을 도모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참된 정보는 무엇인가 하는 것은 정념의 맹렬한 반 대의 대상이 된다.29) 스피노자는 여기서 인간의 범죄를 이해하기보다 도덕적인 교화에 더 관심을 가지는 신학자들을 특별히 겨냥하고 있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신 학자들은 인간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 니라, 죄의 기원을 인간 타락의 결과로 설명하는 성경에 의존하기 때문 에 범죄의 원인을 분명히 알지 못한다. 특히 그들은 인간이 세상에서 신 과 고유한 관계를 맺는다고 주장하며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죄의 상태가 정치와는 무관한 사건들의 결과라고 주장한다.30) 스피노자에게 이 견해 들은 인간타락의 이야기처럼 터무니없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만약 첫 사 람이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는 속을 수 없었을 것 이라고 비판한다.31) 즉 완전히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그의 존재를 보존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그러한 방식으로 행동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28) Wolfgang Bartuschat, “The Ontological Basis of Spinoza’s Theory of Politics,” in Spinoza’s Political and Theological Thought, 31쪽. 29) Robert Mcshea, The Polictical Philosophy of Spinoza(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68), 48쪽. 30) PT, 2.6; 2.18-20. 31) PT, 2.6. 신학정치론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49 스피노자가 보기에 신학자들은 자신들의 미신적인 세계관 때문에 인간의 본성을 볼 수 없는 것이다.32) 이 관점의 결과로 그들은 성경을 오역하고 인간의 격렬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스피 노자는 신학자들의 해석을 반박하고 자기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 성경을 사용한다. 또한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에서 신학자들의 그릇된 해석에 맞서 역 사적 의미나 문자 그대로의 의미만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성서 의 옹호자로 규정한다. 스피노자의 문자 그대로의 해석법(sola scriptura)이 텍스트의 완전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는 따져봐야 하겠 지만 정치학 논고가 신학정치론의 이 주장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 는 사실은 정치적 저술에서 성경해석법을 지키려는 스피노자의 진중함뿐 아니라 두 저서의 상호보완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스피노자에게 중요한 사실은 만일 인간이 신학자들의 환상으로 오도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모 든 정치학이 기반으로 하는 근본사실, 즉 인간은 자신의 능력으로 가능 한 한 자기 존재를 보존하려고 항상 노력한다33)는 점이다. 따라서 스피노자에게 정치적 문제는 주로 인간이 서로를 외부의 위협 으로 여기도록 장려하는 자아의 오해에서 비롯된다.34) 스피노자는 인간 들이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들이 힘을 결합하면 자연에 대 하여 더 많은 권리를 가질지라도, 인간들은 다른 인간을 본질상 적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한다.35) 그가 보기에 세상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지배하 는 다양한 정념은 그들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서로를 대립시킨다.36) 32) Edwin Curley, A Spinoza Reader: The Ethics and Other Works(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4), 4. 37. 33) PT, 2.8. 34) TTP, 16.191. 35) PT, 13-14. 36) Spinoza, Ethics, Translated by James Gutmann(New York and London: Hafner Press, 1949), 4.33-34. 철학탐구 제54집 50 예를 들어, 비이성적인 사람은 부와 명예, 감각쾌락과 같이 그의 정념을 만족시키는 것들을 그의 참된 선과 관련하여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러한 욕망은 언제나 인간으로 하여금 서로 겨루도록 하는데,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은 진귀한 것이거나 오직 서로를 희생할 때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그 결과 한 인간의 전체적인 코나투스는 반드시 잘못된 방향, 선으로 인식되긴 하지만 사실상 그에게 해를 입히 거나 타인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들을 얻어내는 방향으로 흘러간다.37) 신학정치론에서 참된 선에 대한 이러한 오해는 제3장에서 유대인들 의 선민의식을 예로 들면서 신학적인 용어로 그려지고 있다. 만일 유대 인들이 그들의 참된 선을 인지했더라면, 그들은 그것을 배타적이고 타인 에 반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38) 스피노자는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잘못 이해할 때, 자기보존의 목표는 타인에 대한 자기주장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그는 정치학 논고에서 국가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합리성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의 합리성과 상관없이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힘의 개념에 기초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윤리학에서는 개인의 힘을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가 아닌, 신의 힘과 관련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통찰은 다른 이들의 힘에서 느끼는 위 협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자기보존전략을 더 성공적일 수 있도 록 한다. 사실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에서 강조한 것처럼, 스스로를 보 존하기 위해 바라는 선이란 나누어도 고갈되지 않는 철학이기 때문에, 진정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의 정념을 억누르기 위한 법을 필요로 하지조 차 않을 것이다.39) 스피노자에게 이 오해는 서로를 적으로 잘못 간주하 는 인간들로 구성된 정치적인 문제들에 이르게 한다.40) 37) Ethics, 4.37s. 38) TTP, 17.214-5. 39) TTP, 5.73; Ethics, 4.37s2. 40) PT, Introduction.5. 신학정치론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51 스피노자는 인간이 자신의 선을 다른 이들의 선과 대립되는 배타적인 것으로 여기는 한, 공동체는 등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41) 그는 만일 국 가가 합리적인 사람이 되도록 교육할 수 있다면 오직 이성으로만 가능한 참된 통합42)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스피노자는 어떤 이론이든 그것의 주요 과제는 어떻게 인간이, 심지어 정념에 이끌려지는 때조차도 여전히 견고하고 안정된 법을 가지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43) 그러나 그는 인간을 합리적이 되게 할 가능성에 대해 시인들의 꿈으로 일축한다.44) 국가는 다양한 개인들로 이루어지고 그들은 완전히 이성적 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견의 일치나 계약으로부터 국가가 생 겨날 수 없다. 게다가 국가는 몇몇의 합리적인 시민들 사이의 계약이 아 니라 모든 사람들의 합의에 근거해야 한다.45) 스피노자는 국가가 이러한 계약에 참여하여 그것을 지킬 만큼 충분히 합리적인 인간을 만들 수 없 기 때문에 그 대신 열성적인 개인들의 예측 못할 행동에 기반을 둔 공동 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피노자는 정치학 논고에서 자연 상태를 사용하여, 만약에 모든 공유된 가치가 사라지고 개인이 추구하는 욕망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사회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46) 그렇다면 정념에 따라 살면서 서로 소원해지는 이들의 통합을 국가는 어떻게 이루어 낼 수 있는가? 그가 보기에 만약에 시민들이 국가를 자기 이익에 반하는 규제로 규정하게 되면, 국가는 시민과 국가의 의지를 분 리시킴으로써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47) 스피노자는 통치권이란 41) TTP, 16.191. 42) Ethics, 4.35. 43) PT, 7.2. 44) PT, 1.1,5. 45) TTP, 5.74; 16. 46) Douglas Den Uyl, Power, State, and Freedom(Assen, Netherlands: Van Gorcum, 1983), 131. 47) Ethics, 4.37s2. 철학탐구 제54집 52 곧 시민들의 힘을 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시민의 보존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순간 국가는 보존될 수 없다고 주장한 다. 이 정치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다중이 마치 한 마음처럼48) 일치되 어야 한다는 것으로 스피노자의 반복되는 논거이기도 하다. 스피노자는 이 “마치~처럼”이란 한정이 없이는 시민들의 통합을 말하는 법이 없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통합은 정서적인 삶에 기초한 이른바 통합 이상의 그 무엇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피상적인 통합은 공 동체가 살아남아 발달하기 위해 보존되어야만 한다. 이 정치문제에 대한 스피노자의 해결책은 신학정치론 자체의 작위적인 구성에서 나타난다. 16장에서 20장은 종교를 다루지 않고(ad religionem nondum attendentes) 개개인의 자연권과 시민권 뿐 아니라 스피노자가 국가의 토대를 논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반면에 1장에서 15장에 이르 는 논증은 성경의 권위에 의존하여 성경의 참된 가르침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이 구성을 통해 스피노자가 보여주는 것은 이성을 따라 세워진 국 가조차도 이성을 약화시키지 않은 채 인간을 통합하는 신학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종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에서 종교의 틀을 확립하고자 한다. 4. 국가 통치에 있어 통치자의 덕목 스피노자는 종교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안정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미 신을 조장하긴 해도 그것이 정치적 삶의 영구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대의 종교는 미신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므로 올바른 종교의 틀 을 확립하여야 통치자 또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스 피노자의 생각이다. 여기서 스피노자는 종교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48) PT, 2.16,21; 3.2,5,7; 5.7. 신학정치론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53 있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이성을 약화시키지 않은 채 인간을 통합하는 신 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신학은 자신의 힘을 확보 하려는 바람으로 동기부여가 된 신학자들과 성직자들은 다중을 가장 많 이 지배해왔고, 체제의 지도자들에게 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따라서 스 피노자에게 올바른 통치자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은 성서와 신학, 종교 시스템과 종교 지도자들의 개혁을 전제로 한다. 또한 국가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미신에 지배받지 않으면서 종교를 통해 시민을 다스 리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에서 가장 야심 있는 사람들, 즉 통치자들이 정치적인 문제들과 신학을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신학정 치론은 정치지도자들이 자신의 힘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성직자와 종교 를 다루는가에 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스피노자는 종교가 다중보다는 통치자들에게 입히는 피해에 대해 강조한다. 그런 후에 정치지도자들이 대제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성직자들에게 호소하는 논증을 보여준다.49) 스피노자는 미신이 정치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해 쿠르티우스가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알렉산더 대왕을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50) 이 사례 는 위대한 지도자들이 다중만큼이나 미신에 취약한 이들이라는 점을 보 여준다. 스피노자의 생각에 지도자들의 취약성은 그들의 큰 권위와 책임 감으로 인해 백성들의 유치한 행동보다도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지도 자들은 종종 가장 절박한 순간에 미신에 의지한다. 이를테면 알렉산더는 그의 군대의 상황이 가장 위태로운 때에 미신에 빠져들었다. 당시에 그 는 심각한 부상으로 꼼짝할 수 없었는데 박트리아 동맹은 도망 가버리고 스키타이의 공격을 격퇴해야만 했다. 쿠르티우스는 알렉산더가 대부분의 49) PT, Introduction.6. 50) Quintius Curtius, History of Alexander, trans. John Rolfe, Loeb Classical Library(1962), 7.7-8. 철학탐구 제54집 54 생애 동안 미신에 회의적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알렉산더는 공격결과를 알기 위해 점쟁이 아리스탄데르(Aristander)에게 제물을 바치도록 명령을 내렸다.51) 스피노자는 ‘민중(plebe)’뿐 아니라 그들의 왕들조차도 절박한 때에는 미신을 의지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스피노자는 종교의 미신적 주장과 다중을 더 합리적으로 만들 가능성 을 모두 회의적으로 여기기 때문에, 종교교리와 의식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적 명령으로 통치하는 통치자를 요청한다. 미신만큼 보다 효과적으로 다중을 흔드는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야만적인, 변덕스러운 그들이 무익한 미신의 희생자 일 때, 그들은 그들의 지도자보다도 예언자에게 더욱 복종한다. 그러 므로 공표된 이집트인들의 해석은 낙담한 이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시켰다.52) 전체 구절은 페르시아인들과의 대면을 목전에 두고 벌써 불안해진 알 렉산더 군대가 어떻게 갑작스러운 월식으로 두려움에 떨게 되었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군대는 이 월식을 자신들에게 등을 돌린 신들의 의지라 고 해석하면서 완패를 두려워하고 반란의 징후를 보였다. 반면에 알렉산 더는 계절을 결정하는 천체에 예정된 변화가 있는 것이며, 달이 지구 뒤 에 놓이거나 태양으로 가리어져 식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 결과 그는 그 현상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53) 스피노자는 알렉산더가 예언자와 협동하여 월식을 페르시아의 패배에 대한 초자연적 인 예언으로 오역, 다시 말해 그의 군대를 결집시키는 데 성공적인 해석 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한다. 스피노자는 쿠르티우스의 알렉산더의 역사 중 이 부분을 인용함으로써 정치와 철학의 성공적인 연합은 있을 수 없 51) Quintius Curtius, History of Alexander, 7.7-8. 52) Quintius Curtius, History of Alexander, 4.ⅹ.7. 53) Quintius Curtius, History of Alexander, 4.ⅹ.4-5. 신학정치론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55 다는 견해를 반박하는 것처럼 보인다.54) 그러나 스피노자는 철학과 정치의 효과적 연합이 때때로 일어날 수 있 다는 것을 인정하긴 하지만 비상한 지도자들이 등장할 가능성에 따라 달 려있기에 그러한 체제를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서 여겨 거부하고 그러한 가능성을 넌지시 언급할 뿐이다. 스피노자의 통치자에 대한 논증은 인간 이성의 보편적인 연약성에 기초한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통치자들은 보통 의 사람들처럼 미신에 빠져든다. 스피노자는 더 나아가 알렉산더 같은 야심 있는 지배자의 문제가 그들이 미신에 이따금 빠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확보하기 위해 신적인 것들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의 백성들의 무지를 비열하게 강화하고, 미신을 신성한 진리의 상태로까지 격상시킨 다. 스피노자는 백성들의 완전한 복종을 보장하고 싶은 통치자들이 백성 스스로는 진리를 분별할 수 없고 따라서 좀 더 쉽게 정교한 신화를 받아 들이는 완전한 야만인으로 격하시킨다고 비판한다.55) 스피노자는 통치자가 하는 미신적 거짓말의 전파는 언제나 더 환상적 인 것이 되어 결국에는 통치자들 스스로에게도 혼란을 야기한다고 강조 한다. 그들이 혼란스러운 한 가지 원인은 그들이 이전 통치자들에게서 물려받아 참되다고 받아들인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다. 스피노자가 보기 에 알렉산더의 경우에는 철학교육의 혜택을 입었고 따라서 이따금씩 미 신에 빠진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이지만 미신을 믿는 통치자들은 그들 스 스로의 상상에 더욱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는 대혼란이다. 이런 종류의 혼란을 설명하기 위해 스피노자는 실제 체제인 오스만 제국을 살 펴보는데 오스만 제국은 바로 사회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미신을 설파하 려던 정권이다. 오스만 제국의 성공에 관한 그의 판단은 반어로 가득하 다. 54) Quintius Curtius, History of Alexander, 4.ⅹ.5. 55) TTP, 17.205. 철학탐구 제54집 56 터키인들은 종교로 다중을 통제하는 것에 매우 성공적이어서 종교 문제를 논하는 것조차 신성모독으로 여기며, 모두의 판단은 너무 많 은 편견으로 가득하여서 심지어는 의심을 제기하는 타당한 이성을 위한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다.56) 스피노자는 터키인들이 안정을 얻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러기 위해 서 종교를 의식과 장엄함으로 장식하기 위한 엄청난 열의를 쏟아낸다고 지적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조화에 도움이 되는 이 안정성을 거부하는데 이 안정이란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정신의 일치 내지 합의로 이 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57) 이 막대한 노력은 아마도 통치자들까지 포함한 모두가 편견에 사로잡힌 결과를 낳는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터키 인들은 사람들을 지배하는 종교의 지배권을 논란 없이 확고히 하려고 이 성을 억압하여 의심을 가라앉혔다. 그는 통치자들이 안정을 항상 도모하 기 위해 다루던 미신이 이성과 미신을 너무 혼동시키는 하나의 종교가 되어 통치자들마저 미신을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추가적으 로 인간 이성의 약점을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만일 왕이 스스로를 예 언자나 신으로 나타내면 그들은 아마 자기 변덕대로 법을 철회하는 권위 를 갖는데 이것이 스피노자가 정치학 논고 제 6장과 7장에서 단념시키 려고 애쓰는 상황이다. 터키 정권은 이성을 좌절시킴으로써 그 결과 지 도자들까지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물론 그러한 정 권 역시 철학의 출현을 방해한다. 이런 이유에서 스피노자는 왕권과 철학의 조합에 의존하는 신학·정치 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 뿐 아니라 종교보다 우위에 있는 왕권이라는 해결책까지도 거부한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미신 문제에 가장 효과 적인 56) TTP, Introduction.7. 57) PT, 6.4. 신학정치론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57 해결책은 철학자와 왕의 연합에 기반을 둘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개인의 통치자는 언제나 완벽히 이성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어떤 사람이 모든 상황에도 완벽히 이성적일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특히 다중을 설득하고 통제할 지속적인 필요 때문 에 상상의 나래에 빠진다. 따라서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종교는 신학·정치적 문제들을 악화시킬 뿐이다. 스피노자는 통치자들이 이성적일 때에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권위에 복종하도록 하기 위해 신성한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더 미신을 믿게 만들면서 신학·정치적 문제들을 가중시키고 만다. 따라서 스피노자는 통치자들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올바른 신학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신학정치론에서 다중에게 영향을 끼 치고 그들이 성경을 그릇되게 해석하지 않도록 하는 성직자와 신학자들 에게 도전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미신을 믿는 다중 의 이 적대심을 비난하는 대신 일차적으로 부와 명예를 얻으려는 수단으 로 자신의 지위를 사용하는 부패한 성직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만인에게 자선과 평화를 가르치기보다 터키의 독재자들과 같은 관료들은 힘과 권 위를 바라는 자신들의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자신들의 추종자들의 정념에 호소한다. 더욱이 이러한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힘을 강화시키려는 수단으 로 특정 신학체계를 만들어서 분열과 적대심을 조장한다. 다중의 복종을 얻으려는 신학자들의 경쟁은 이성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더욱 미신 적이고 신비한 교리들을 만들어내게 한다. 이성을 피하는 그들은 그들만 이 주인이 되는 종교를 만든다.58) 스피노자는 이러한 파괴적인 신학과 싸우기 위해 본래의 가르침을 되찾으려 성서를 새롭게 고찰하려고 결심 한 것이다. 58) TTP, 8. 철학탐구 제54집 58 5. 결론 신학정치론에서 스피노자가 다루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당대의 종교 적 반향에도 불구하고 신학이라기보다는 정치이다. 신학정치론을 올바 로 해석하려면 반드시 스피노자의 이러한 의도를 유념에 두고 독해해야 한다.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에서 단순히 종교에 대한 문제, 즉 당시 지배적이던 종교의 미신화에 대해 다루고자 한 것이 아니다. 신학정치 론을 통해 스피노자는 당대 정치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올바른 통치자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종교를 다룬 다. 스피노자는 종교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안정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미신을 조장하긴 해도 그것이 정치적 삶의 영구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는 다중이 세계를 해석할 때는 이성이 아닌 종교나 미신이 중요하고 또 그것이 뿌리 깊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떤 통합이든 종교를 기반으 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 에서 제시한 문제해결의 초점이 다중 에게 맞추어 있는 것은 아니다. 스피노자는 서문에서 철학자들뿐만 아니 라 미신을 믿는 다중 모두를 중심에 두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그 어느 쪽도 종교를 개혁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보기에 종교를 개혁 하려는 개인 통치자의 시도는 예외 없이 실패하고 만다. 그러므로 그는 신학적이고 정치적 문제는 오로지 다중에게 새로운 신학을 설파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피력한다. 그는 종교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이성을 약화시키지 않은 채 인간을 통합하는 신학으 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피노자는 당대의 종교는 미신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므로 올바른 종 교의 틀을 확립하여야 국가 또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 각한다. 그는 현실적으로 국가의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시민을 변화 「신학정치론」 에 전개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 / 박삼열 59 시키기보다는 시민의 특징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스피노자는 올바른 국가를 구성해나가기 위해서는 정념에 지배받는 다중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피노자는 결국 모든 이들이 종교의 영향을 받으므로 먼저 종교를 개혁하지 않고서 는 정치나 국가를 바로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그는 종교에 있어 정통과 이단에 대한 논의가 단지 신앙이나 이념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피노자가 올 바른 국가에 대해 논하기 위해 먼저 종교와 미신에 대해 다루는 것은 필 연적인 논리적 귀결이다. 철학탐구 제54집 60
참고문헌
Bartuschat, Wolfgang, “The Ontological Basis of Spinoza’s Theory of Politics,” in Spinoza’s Political and Theological Thought. ed, Editor, Elsevier Science Ltd. 1985.
Bennett, Jonathan, A Study of Spinoza’s Ethic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4.
Curley, Edwin, A Spinoza Reader: The Ethics and Other Work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4.
Donagan, Alan, Spinoza, 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1988.
Garrett, Don, Spinoza,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6.
Gross, George, Universal Ethics: Constitutionalism and Counsel in Spinoza’s Policical Treatise, Ph.D. diss., University of Chicago, 1991.
McShea, Robert, The Polictical Philosophy of Spinoza,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68.
Melamed & Michael A. Rosenthal (eds.), Spinoza’s ‘Theological-Political Treatise’: A Critical Guid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0.
Nadler, Steven, Spinoza: a Life, NY: Cambridges University Press, 1999.
Quintius Curtius, History of Alexander, trans. John Rolfe, Loeb Classical Library, 1962.
Rosen, Stanley, “Spinoza” in History of Political Philosophy, ed. Leo Strauss and Joseph Cropse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1987.
Spinoza, Ethics, Translated by James Gutmann, New York and London: Hafner Press, 1949.
______, Political Treatise, in vol. 3 of Spinoza Opera, ed. Carl Gebhardt, Heidelberg: Carl Winters Verlag, 1925.
______, Theological-political Treatise, ed. by Jonathan Israel and translated
by M. Silverthorne & Jonathan Israel,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______, Theological-Political Treatise, Translated by Samuel Shirley, Indianapolis and Cambridge: Hackett Publishing Company, 1998.
______, Tractatus Theologico-Politicus, in vol. 3 of Spinoza Opera, ed. Carl Gebhardt, Heidelberg: Carl Winters Verlag, 1925. Strauss, Leo, Spinoza's Critique of Religi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5
. ______, Leo,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Conn: Greenwood Press, 1973. Uyl, Douglas Den, Power, State, and Freedom, Assen, Netherlands: Van Gorcum,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