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에
유족들이 분향소를 폐쇄하고 자리를 피해버린 팽목항에서
가증스럽게도 감히 이렇게 거대한 "노란 리본"을 걸친 자들을 배경으로
자기 자신은 그나마 조그마한 "노란 리본"도 착용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여성 한명이 나타나
"셀프 위로문"만 낭독하고 12일간의 일정으로 훌쩍 외국으로 떠나갔습니다.
부둣가엔 온통 관료들과 경호원들로 넘쳐났습니다.
(흑백사진: 이상엽)
(동영상 촬영: 경향신문) 유족들과 시민들의 야유 속에 팽목항을 떠나는 박근혜.
1년 전 이날 이준석 선장은 세월호를 버리고 혼자 탈출했고,
1년 후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호를 버리고 혼자 탈출했다.
그리고 어제 밤 조계사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박성복 군의 어머니 권남희 씨가
경찰의 방패에 밀려 갈비뼈 4개가 부러져 폐를 찔렸습니다.
(사진: 김성광 기자/한겨레)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87303.html
이렇게 쓰러진 권남희 씨를 비롯하여
고 박성복 군의 가족들은 지난 1년 동안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상세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87141.html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박성복 군의 어머니 권남희(왼쪽) 씨와 아버지 박창국 씨가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사고 해역으로 향하는 배 여객실에서
머리를 마주한 채로 누워있다. 진도/김성광 기자 (한겨레)
오전부터 전해지는 답답한 소식에
결국 저도 저녁 무렵에 길을 나섰습니다.
시청앞 광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밤 9시20분경..
근래에 보기 드문 수만명의 인파(최하 5만명 이상)가
광화문에 설치된 분향소로 가서 헌화하기 위해 국화꽃을 한송이씩 들고 가두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동아일보 앞 10차선을 완벽히 차단하고,
광화문으로 가는 추모 행렬을 저지했습니다.
(촬영: 울트라-노마드)
(사진: 좌린 작가)
(사진: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차벽 설치 자체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거대한 이동식 방벽 차량 위에서 경찰은 계속해서 채증용 촬영을 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불법집회를 중단하시오"라며 경고방송을 해대,
오히려 군중들을 분노케 만듭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가두행진은
유족들을 광화문에 남겨둔 채
계속해서 청계천으로 빠져서 이동하다가
청계천 2가에서 대학생들이 경찰의 차단벽 돌파에 성공합니다.
경찰 방벽이 뚫리고 군중들 사이에 고립될 위기에 처하자 철수하기 시작했고,
행진 학생들과 시민들은 이제 종로 2가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촬영: 울트라-노마드)
이번에 느낀 점은 드디어 한국의 젊은이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생들이 힘찬 함성과 함께 선두에 서서 대열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까지 보이던 무기력한 중년들의 시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젊은층들이 주도하는 시위 문화가 조직화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로 2가를 다시 돌아선 행진 대열은
다시금 보신각 앞에서 차벽에 막힙니다.
그러자 일부 젊은이들은 과감하게 차벽 위로 올라가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외칩니다.
(촬영: 울트라-노마드)
(촬영: 울트라-노마드)
결국 이곳에서 경찰은 무차별 켑사이신(최루액)을 살포하며 해산을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시위대는 게릴라식으로 해산하여 종로와 광화문 일대 곳곳으로 퍼져나가
새벽까지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경찰의 무차별 켑사이신 살포
그 중 소수의 학생들이 광화문 앞에서 농성 중인 유족들과 합류합니다.
그러자 경찰은 학생들의 연행을 시도했고,
이제 유족들이 학생들 보호에 나섭니다.
4월17일 새벽 1시 이 추운 한밤중에
자기 자식 잃은 부모들이..
남의 집 자식들을 보호하려 스크럼을 짜고 있는 현실이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사진: Byung Taek Jeon/뉴스프로)
자식 잃고 일년...
유족들은 또 다시 광화문 앞에서 노숙에 들어갔습니다.
(사진: 프레시안)
그리고 4월17일 오후가 된 이 시각 현재
유족들은 광화문 앞에 고립돼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이런 방식으로 고립시켜둔 상태지만...
아직까지 TV 뉴스들에서 이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들어오는 소식에 따르면,
경찰은 유족들을 당장이라도 연행할 듯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 국제앰네스티)
(사진: 국제앰네스티)
세월호 1주기의 하루..
그 하루는 이틀째 이어집니다...
어제 밤 행진 무대에서 어느 시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 직후로만이라도 되돌아가고 싶다...
그때는 모든 국민들이 슬픔이라도 함께 느낄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는가..."
첫댓글 정말.... 정말 ... 이래서 돌아가기 싫다..
분명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랐고, 내 부모님이 묻혀있고, 내 형제들이 살고있고, 내가 40년 이상을 살았던 내 조국인데...
이 일만큼은 이해할 수도 이해할 이유도 없이 너무 싫다.
너무 싫다.
그냥 이대로 타국에서 살련다. 그냥 이대로...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 직후로만이라도 되돌아가고 싶다...
그때는 모든 국민들이 슬픔이라도 함께 느낄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는가..."
아! 대한민국, 우린 이런 나라에 살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