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 스페인이
19일 칠레전에서 0-2로 완패하며 이번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서
가장 먼저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사진=연합뉴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고대 로마의 위대한 장군 중 하나였다.
기원전 149년 그는 최대 라이벌 '카르타고'를 물리치며
로마에 승리를 안겼고,
로마는 그 승리와 함께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카르타고'가 무너졌을 때 '스키피오'는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언젠가는 그러한 날이 로마에도 올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유명한 역사가인 '폴리비우스'는
다음과 같은 묘사를 남기기도 했다. “스키피오. 그는 완전히 파괴된 도시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적들을 위해...누가 바라보는 것도 상관없이 눈물을 훔쳤다.
모든 도시, 국가, 권력은 언젠가는 마지막 운명과
마주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백 년이 지난 후 '스키피오'가 옳았음이 증명됐다.
바바리안들이 로마에 나타나 도시를 파멸시켰고,
고대 로마는 그대로 무너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자국 대표팀의 몰락을 지켜본
한 스페인 팬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시대의 종말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한 시대를 점령했던 왕조가
모든 부분에서 다 무너졌던 것이 수요일에 일어났던 일이다.
2경기 만에 예선 탈락을 확정 지은 스페인은 한심한 디펜딩 챔피언이됐다.
2002년의 프랑스도 있었고 2010년의 이탈리아도 있었지만
최소한 이들은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치를 필요라도 있었다.
반면 스페인은 그저 135분의 축구만으로 탈락을 확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일을 지켜보는 것은 항상 힘든 일이지만
필요한 과정이며 삶의 일부다.
이번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팀 역시 한동안은 영광을 누리겠지만
그들의 시간도 언젠가는 또 종말을 맞게 돼 있다.
스페인은 다른 왕국들의 몰락을 답습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래된 충신들을 너무 오랜 기간 믿어왔다.
월드컵은 체력과 에너지가 무척이나 중요한 대회인데
스페인은 이러한 부분이 무척 결여되어 있었다.
토레스는 시간 낭비와 같은 존재로 전락했고
믿었던 골키퍼 역시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했다.
이것만으로도 문제에 빠졌다는 사실을 직감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세계 축구 역사가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지속된 스페인의 성공을 어떻게 돌아볼지 궁금하다.
그들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고 많은 존경도 받겠지만
축구 팬들을 위한 드라마나 흥분은 많이 제공하지 못했다.
스페인의 플레이를 통해 또 다른 축구를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이 흥미진진한 챔피언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2010 월드컵 이후 조광래 감독을 비롯한 아시아의 몇몇 나라가
스페인 축구를 따르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몇 번의 칼럼을 통해, 다른 축구 문화와 플레이를 도입하는 것은
실패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물론 스페인 축구가 전해준 교훈은 있었다.
우리가 볼을 계속 갖고 있으면
상대는 공격을 할 시간이 없다는 단순하고도 엄청난 교훈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모두 간과하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스페인 선수들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었다.
스페인 방식의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필요한데 한국에는 그러한 인재가 매우 드물었다.
한국은 한국 선수의 재능에 어울리는 축구를 하는 것이 옳았다.
스페인을 보며 영감을 받는 것은 좋지만,
그들의 방식을 통째로 따라 하는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세대 교체에 실패한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쓸쓸히 브라질을 떠나게 됐다(사진=연합뉴스)
세대교체는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과거의 영웅들을 계속 믿고 싶은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겠지만,
모든 대회는 객관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며,
최고의 감독은 스쿼드에 대한 냉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뢰는 좋은 것이지만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그동안의 믿음에 보답해오던 사람들을
다시 신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현실을 깨닫고 나서
‘아차, 이제 돌이키기는 너무 늦었구나’라고 깨달을 때도 생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에도 리더십 문제가 있었다.
카를로스 푸욜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그라운드에서 팀을 이끄는 선수들이 없었다.
'카시야스'는 스스로의 경기를 챙기기도 어려워했다.
'푸욜'을 잃은 '피케'는 자신감을 전혀 갖지 못했고
위축된 플레이를 반복했다.
배고픔을 유지한 채로 있는 게 좋았겠지만
클럽과 대표팀에서 모든 영광을 맞본 이들이었기에 절박함이 부족했다.
바르셀로나-레알-스페인 대표팀에서 뛴다면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구조다.
칠레와 네덜란드의 배고픔, 에너지, 열망 그리고 공격성이 스페인보다 앞섰다.
한 팀에 너무 의지했었다.
바르셀로나가 대표팀의 성공에 크게 이바지 한 것은 사실이다.
바르셀로나는 많은 대표 선수를 배출하는 것을 넘어
대표팀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줬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축구라는 정체성을 만들었고
이는 대표팀에 의해 도입되었다.
바르셀로나의 하향세와 대표팀의 몰락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는 것이 딱히 놀랍지 않은 까닭이다.
이제 다른 팀들은 스페인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진영에만 머물며 수비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아시아에서 한국도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다.
스페인의 몰락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의 일부분이었고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몰락마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축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한국은 스페인이 지금 왜 몰락했는지를 바라보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 흐름 속에서 언젠가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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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칠레와 네덜란드의 배고픔, 에너지, 열망 그리고 공격성이 스페인보다 앞섰다.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무장하는 동기가 유발되시길....
방심은 금물.. 한국팀의 승리를 응원합니다~!~!!!
아낌없이 혼신을 다해 멋진 경기로 답할것입니다...\1
간절, 절실, 맞는 말씀~!
실패는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방심금물! 내일 새벽에 승전보를 기다리겠어요~~
오늘 알제리와 4대2로 졌지만요, 벨기에 전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