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창작소설집 『이슬받이』
『이슬받이』
지은이 김미희
가격 12,000원
ISBN 978-89-6989-067-2 03810
크기 142*200
발행일 2021.05.31
페이지 252쪽
<저자소개>
김미희
대구 달성 출생하였다. <수필문학> 수필등단하고 <문학나무>에서 소설을 발표하였다.
소설집 『미채』, 『이슬받이』와 수필집 『멈추지 않는 시간속으로』, 산문집『내가 제일 소중해』가 있다.
<책소개>
소설가 김미희 창작소설집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내용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삶의 숲길 곳곳에는 고통과 시련의 복병이 숨어 있다. 행복은 숲의 새벽에 잠깐 얹혔다가 사라지는 이슬처럼 짧은 것. 아니 삶 자체가 이슬 같은 것이라 서술하고 있다.
<차례>
넥킹
도시락
허기
메멘토
태중문인
이슬받이
그해여름
돼지꿈
해설-이슬같은 세상을 살아내는 법/박정애
<책 속으로>
“어, 란이 맞네!”
숭회가 부르는 란이라는 한 마디에 여자의 얼어붙은 가슴이 내려앉았다. 죽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서도 오는구나. 너무나 오랫동안 멀리 돌아서 왔다는 비감에 여자는 눈물을 찍어냈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여자 혼자만 20년 가까이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 죄책감을 벗어나게 해 주어 고마워해야 하는데 왜 화가 나는지 모를 일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정의 경계선은 분노와 감사 사이에서 시소를 타고 있었다.
“나, 열시 반 차 타고 가야해.”
“자고, 내일 가라. 내가 호텔 잡아 줄게. 내일 일요일이잖아.”
“아니, 약속도 있고, 괘씸해서 잠이 안 올 거 같아.”
“많이 찾았어.”
“내가 아무리 숨어 있었어도, 나는 니가 죽은 사람이어서 찾을 생각도 못했지만, 산사람인 니가 날 못 찾을 리가 있니?”
여자는 화를 내면서 내가 이렇게 화를 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숭회가 살아 있는 걸 알았으면 여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역사 안에 있는 열린 커피숍에서 여자는 기차시간을 확인한다. 10분 남았다. 복잡하고 화나고 도대체 뭘 더 물어야 할지.
“우리 엄마가 너네 진량 집으로 찾아 갔다는 소리는 나중에 들었어.”
“지금 와서 무슨 소용 있겠니? 너 정말 나쁘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
여자는 매몰차게 일어섰다. 악수를 하려는 숭회의 손을 뿌리쳤다. 숭회는 한쪽 무릎을 꿇고 얼굴을 여자의 손에 대고 울었다. 당황한 여자는 얼른 손을 뿌리치고 플랫폼으로 뛰어갔다.
저수지에서 뛰어내릴 때 구르면서 다리가 부러졌다고 했다. 물을 너무 많이 먹어 가망 없다고 했단다. 다리 수술은 깨어나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퇴원하고도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많이 방황했다고 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주위를 돌아보니 너도 없더라.”
“니 사정 다 알겠어. 그렇다고 해도 용서는 안 돼. 미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용서되는 건 아니야. 다만 내 감정을 내가 추스릴 때까지 좀 기다려.”
“앞으로 니한테 보상하면서 살게. 란아, 정말 미안하다.”
숭회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짜식, 신파하고 있네. 왜 내가 니한테 보상 받아야 하니!’
-허기 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재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이슬 같은 한 살이를 몇 겹으로 풍부하게 사는 방법이다. 지상의 삶 중에 희락(喜樂)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갈망하지만 우리가 헤쳐 가는 삶의 숲길 곳곳에는 고통과 시련의 복병이 숨어 있다. 행복은 숲의 새벽에 잠깐 얹혔다가 사라지는 이슬처럼 짧은 것. 아니 삶 자체가 이슬 같은 것.
김미희 작가는 이슬 같은 인연이 지어낸 이슬 같은 한 세상을 시방, 훌륭하게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