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도 감사하는 마음-1
날이 더워지니 외식할 때 음식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지라 봄이 깊어지면서부터 가을까지는 가급적 뜨겁지 않은 것들, 콩국수, 냉국수, 만두, 냉면 같은 것들을 즐겨 먹게 됩니다. 손수건을 두 장씩이나 가지고 다니지만 체질적으로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지라 다른 사람에게 추해보일 것 같아 더욱 그러합니다. 면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밀가루 섭취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냉면, 막국수를 더 즐겨 먹습니다. 여러 단골집이 있지만 요즘은 교동면옥 체인점을 주로 이용합니다. 맛은 조금씩 편차가 있지만 만족도는 일정 정도 이상 되고 특히 가성비가 좋아서입니다. 며칠 전, 비 온 뒤의 대구수목원에서 힐링하고 상인점에 들렀습니다. 날이 꽤 더워 물냉면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나온 냉면을 보니 평소와 좀 달랐습니다. 변화를 줄 수도 있겠지 싶어 가위질을 하고 막 먹기 시작하려는데 종업원이 오시더니 물비빔면을 잘못 배달했다고 바꿔줄까 하십니다. 이왕 양념까지 부가적으로 한 상태고, 물비빔면도 좋아하는 터라 그냥 먹겠다 했습니다. 미안해하면서 동시에 고마워하더군요. 계산서 파일을 새로 내 오는데 흘낏 보니 영수증이 두 장 포개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보통 추가 주문을 하면 뒷주문서를 위에 포개거든요. 이 식당이 관리를 꽤 잘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것도 관리 안 되나 의아해 하며, 나갈 때 확인해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배달 잘못 한 건 관계없지만 만약 두 개 값인 만 오천원이 청구되면 한 소리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어찌되었건, 배달사고와 상관없이 물비빔면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카운터에서, 한 분이 계산을 하려는데 다른 한 분이 오시더니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된다 하시며 금액을 수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새 영수증에 물비빔면이 되어 있으니 카운터에 있던 분은 8천원으로 계산하려 하였던 거고, 주인께서는 내가 주문한 음식값인 7천원으로 수정하려하신 겁니다. 그래서 배달이야 잘못 되었지만 내가 먹은 건 8천원 짜리 물비빔면이니 그냥 제값 내겠다 했더니, 잘못 배달한 것도 미안한데 당연히 처음 주문한 음식값을 받아야 된다더군요. 돈 천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인의 이런 태도, 마음가짐이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습니다. 교동면옥의 관리수준이 결코 낮은 게 아님을 새삼 인식했습니다. 그날 출장 갔던 일도 평소보다 훨씬 편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하루 일과가 이리 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마음먹기의 중요성이 다시금 느껴졌습니다. 나의 작은 말 한마디, 행위 하나가 다른 사람의 남은 하루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생각하니, 앞으로 더욱 좋은 생각을 하고 나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느낌, 깨달음을 준 교동면옥 상인점 직원분들이 새삼 고맙습니다.
실수에도 감사하는 마음-2
사무실에 들어가니 같이 나갈 직원이 반가움보다 난색을 표하기에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습니다. 실사 나갈 두 업체 중 한 업체가 취소되어 한 업체만 오후에 나가기로 되었다면서, 문자를 보냈는데 못 보았냐고 묻더군요. 그러고는 바로 제 전화번호를 잘못 입력하여 엉뚱한 곳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9시 20분에 사무실 들어갔는데 출장 약속은 오후 3시에 잡아 놓았으니 엄청 미안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많이 미안해하는데 괜찮다고 했습니다. 짜증이 나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요즘 동락공원에도 새순들이 돋아 싱그러움 넘칠 때이니 산책 좀 하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리어 기분 좋아졌습니다. 상대방의 실수로 내가 불편함을 겪었지만 그 덕분에 내가 즐길 거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황에 있어서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초긍정, 무한긍정의 유전자를 넘겨주신 부모님께 다시금 감사드리는 마음 커졌습니다. 그 직원 덕분에 오랜만에 동락공원의 깊어가는 봄을 한껏 즐겼습니다. 그리고 오후 출장까지 남는 시간, 오랜만에 집에서 한낮에 독서를 하며 유유자적 했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아니, 애써 도외시하면서 상대방의 작은 실수에도 쌍심지를 켜는 요즘의 정치 상황 속에서 느낌이 많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자연은 내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맑은 아이들의 눈망울이 희망을 주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530539218
요즘 같은 봄은 꽃보다 귀한, 눈이 시리도록 청초한 연둣빛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봄과 같은 사람이, 자연 닮은 사람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큽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526588497
봄과 같은 사람(모셔온 글)==============================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