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상(我相)
금강경에 등장하는 ‘아상’이라는 단어는 ‘아상이 높다’라고 할 때의 그 아상이 아니다.
아상이 높다라는 말의 아상은 에고, 자존심, 우월감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금강경에 나오는 아상은 ‘나라는 생각’이다.
금강경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문장은 ‘무아상, 무인상, 무중생상, 무수자상’이다.
이 문장이 수없이 반복된다는 의미는 이것이 금강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라는 뜻이다.
무아상, 무인상, 무중생상, 무수자상, 이 네 단어를 하나로 줄인다면 ‘무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상(我相): 나라는 생각.
인상(人相): 개아라는 생각. 나는 제한된 개체라는 생각, 제한된 개체성을 유지하는 내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 역시 ‘나라는 생각’에서 개체성이 생겨나므로 결국 아상과 같은 단어이다.
중생상(衆生相): 나는 깨닫지 못한 중생이라는 생각. ‘나라는 생각’이 없으면 깨달음을 얻은 성인이고, ‘나라는 생각’이 있으면 깨닫지 못한 중생이므로, 나는 깨닫지 못한 중생이다라는 생각 역시 아상과 같은 단어이다.
수자상 (壽者相): 내가 영혼이라는 생각. 내가 영혼이라는 개체로 윤회한다는 생각이다. ‘나라는 생각이 있음으로 그것이 개체를 유지하면서 윤회하므로 수자상 역시 아상과 같은 단어이다.
나라는 생각이 나는 제한된 개체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그 제한된 개체라는 생각이 온갖 욕망을 일으켜 나는 깨닫지 못한 중생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그 번뇌로운 중생이 여기저기 윤회하는 영혼이라는 생각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금강경에서 온통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나라는 생각은 없다.’라는 것이다.
누구는 금강경의 핵심 문장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건 응무소주 이생기심과 무아상이라는 단어가 다른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오는 착각이다.
금강경에서 주장하는 것이 두 개의 다른 이야기일리는 없으므로 이건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응무소주라는 단어는 ‘무아상’과 동의어이다.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라는 말은 ‘나라는 생각 없이 그 마음을 내라.’라는 뜻이다.
나라는 생각이 없는 사람은 ‘행위자 없이 행위를 해 나간다’라는 의미이다.
이게 이해가 안 된다고요?
이게 이해가 안 된다면, 이것은 깨달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욕망이 있으면 거기에 나라는 생각이 있다.
욕망을 일으키는 주체가 ‘나라는 생각’이다.
분노가 있으면 거기에 나라는 생각이 있다.
두려움과 불안이 있으면 거기에 나라는 생각이 있다.
어줍잖은 자애와 연민에도 거기에 나라는 생각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거기에 나라는 생각이 있다.
집착을 일으키고 짜증을 내는 거기에 나라는 생각이 있다.
깨닫지 못한 중생의 모든 행위의 이면에는 나라는 생각이 있다.
"내가 본다. 내가 생각한다. 내가 말한다."
나라는 생각이 있으면 개체성이 생겨나고, 에고의 울타리가 생겨나고, 생각이 쉬지않고 흘러가고, 윤회하는 중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 그러면 나라는 생각이 없는 깨달음의 상태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 문제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오히려 쉬울 수 있다.
그 문제의 최초의 원인을 제거하면 되는 일 아닌가!
결국 ‘나라는 생각’을 제거하면 되는 일 아닌가!
터미네이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여기에 기계인간이 등장하는데, 이 인간은 50구경소총, 게틀링 건, RPG, 샷건, 온갖 무기로 죽이려고 했지만 되살아나고 또 되살아나고… 형태를 바꿔가며 되살아난다.
우리의 마음이 이렇다.
여기서는 사랑스런 연인이 되었다가, 저기서는 욕망의 불길이 되었다가, 또 다른 데에서는 분노의 사자가 되었다가 또 다른 데에서는 자비스런 성자가 된다.
그 기계인간은 아무리 강력한 무기로 파괴해도 다시 되살아나서 형체를 갖춘다.
그것은 하나의 칩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형체복원 칩이 있는 한 어떤 무기라도 끝없이 형체를 바꾸어가며 되살아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우리에게도 하나의 칩이 있다.
그 칩은 ‘나라는 생각’이다.
‘나라는 생각’이라는 하나의 칩이 문제의 원인이다.
그 기계인간을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 완전히 녹여버리고 나서야 더 이상 재생이 일어날 수 없었다.
우리도 그 최초의 마음의 칩, 에고의 근원, 탐진치의 근원, 존재의 근원인 ‘나라는 생각’을 지혜의 용광로에 녹여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더 이상 재생이 일어나지 않는다.
첫댓글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