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배경의 첩보 영화, 독일 스파이로 의심받는 아내
그런 아내를 지키려는 주인공, 한국영화 ‘쉬리’의 한석규와 닮아
‘백 투 더 퓨처’ 연출한 감독, 고전영화 ‘카사블랑카’ 오마주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브래드 피트, 마리옹 코티아르
전쟁이 나면 정규군만 싸우는 게 아니다. 민간인 복장을 하고 전선 아닌 전선에서 암약하는 스파이들도 있다. 이들은 상대국에 비밀리에 침투해 정보를 탐지하고 수집해 아군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知彼知己)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정보력이 성패를 가르는 현대전에서 스파이의 역할은 ‘참호 속 군인’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 현대 첩보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전술은 휴민트(HUMINT)다. 사람을 뜻하는 휴먼(human)과 정보를 뜻하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의 합성어로서 인적 정보(人的情報)를 뜻한다. 쉽게 말해 적국에 스파이를 심어 아군에게 유리한 군사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첩보 영화이면서 동시에 가족 드라마
‘얼라이드’는 휴민트 전술을 소재로 한 첩보영화(spy film)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의 모로코와 영국이 배경인 이 영화는 영국 정보국 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이 1942년 카사블랑카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임무는 독일 대사를 암살하는 것이다. 그의 파트너는 프랑스 여자 비밀요원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코티아르). 암살 작전을 성공리에 끝낸 맥스는 치명적인 매력의 마리안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런던으로 돌아와 결혼해 딸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민다.
그러던 어느 날 맥스는 상부로부터 아내가 독일 스파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맥스는 72시간 내에 아내의 무고함을 밝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여야 한다. 맥스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내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제거 대상이 부인이란 설정은 이 영화가 첩보영화이면서 동시에 가족 드라마임을 보여준다.
영화 ‘얼라이드’의 주인공 맥스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영화 전반은 민첩함과 용의주도함이 생명인 첩보 요원의 능력을 유감없이 선사한다. 후반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같은 주인공의 내면은 대표적인 첩보물인 ‘007’ 영화의 제임스 본드와 같은 전형적인 인물보다는 입체적이다. ‘007’ 시리즈는 주로 첩보원의 성적 매력과 화려한 액션만을 강조한다.
주인공 맥스의 목표는 아내의 결백을 밝히는 것이다. 최대 위기를 맞은 그는 한 가정을 지키려는 가장(家長)으로 변신한다. 그 일은 첩보요원의 미션보다 더 어려운 임무였다. 영화 끝 부분, 아픔을 뒤로하고 성장한 딸에게 과거를 들려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 가장이면서 전쟁영웅이기도 하다.
남녀 주인공의 스캔들 화제 되기도
맥스는 한국영화 ‘쉬리’의 유중원(한석규)을 닮았다.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의 특수비밀요원 유중원은 그의 아내 명현(김윤진)이 북한 최고의 저격수 이방희란 사실을 알고는 아내를 향해 총을 겨눈다. 1999년에 개봉한 ‘쉬리’는 분단 상황을 잘 그린 대작으로, 사랑했지만 이념 때문에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만 했던 두 남녀의 아픔을 분단의 아픔으로 잘 드러냈다. 지금과 달리 당시는 북한의 사회주의 정권에 대한 약간의 환상이 남아 있어 누구나 평화 통일을 갈망했는데 ‘쉬리’가 그 염원을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는 고전영화 ‘카사블랑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영화 시작 부분인 독일 나치 장교들이 득실거리는 심야 재즈 바 장면과 결말의 활주로 장면은 나치에 맞서 싸우는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그린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의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에 대한 오마주(敬意·경의)다.
‘포레스트 검프’와 ‘백 투 더 퓨처’의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한 이 영화는 촬영 도중 터져 나온 남녀 주연 배우들의 스캔들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감독이 여배우 마리옹 코티아르와 브래드 피트의 호흡을 잘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전쟁사의 첩보전, ‘엑스레이’ 작전
우리 전쟁사에도 기억할 만한 첩보전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엑스레이’ 작전이 그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의 D데이인 1950년 9월 15일 하루 전인 14일 밤, 한국 켈로부대원과 미군 첩보부대는 북한군의 감시망을 뚫고 팔미도 등대의 불을 밝혀 작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첩보전에서 우리 켈로부대원들은 작전 비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전쟁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