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
김성회의 소통 리더십
공자처럼 소통하라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즐겨 한다는 점이다. 리더의 덕목 중 하나인 경청은 상대방이 스스로 마음을 열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한다. 즉 리더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마음을 열어 말하게끔 유도해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70년대 후반 셋째 아들인 이건희 현 회장을 자신의 후계자로 마음을 정한 뒤 직접 써서 건네준 휘호에는 ‘경청’이 쓰여 있었다. 이때부터 이 회장은 자신의 말은 극도로 아끼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자연히 인생의 좌우명도 ‘경청’이 됐고 그 ‘경청’의 자세가 삼성을 일류기업으로 이끈 중요한 원천이 됐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다. 그런 이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물려준 휘호도 역시 ‘경청’이었다. 다른 하나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마음을 씀을 이르는 말)’였다.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주 외에도 동서고금의 리더들이 덕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경청이다. 칭기즈칸은 “내 귀가 나를 가르쳤다.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현명해지는 법을 알았다”라고 술회했다.
이처럼 동서고금의 리더들이 경청의 효력을 이야기하는데 왜 듣기는 어려운 걸까. 이는 공자가 자신의 인생을 연령대별로 돌아보는 자기소개의 발언(15에 학문에 뜻을 두고, 30에 뜻을 세우고 40에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으며 50에 천명을 알게 되었으며 60에 생각이 원숙하게 되었다는 내용)에서 이순(耳順)을 지천명보다 나중의 단계로 설정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이순은 남이 좋은 말을 하든 나쁜 말을 하든 그것을 듣고 조금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아 화도 내지 않고 누가 욕을 하더라도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평온해졌다는 뜻이다. 남의 말에 의기양양 기가 살지도 않고, 남의 말에 기가 죽어 의기소침해지지도 않고 명경지수와 같아졌다는 것과 통한다.
공자는 육십에 ‘이순’의 경지에 다다랐다. 이는 천하를 유랑하며 온갖 칭찬과 비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주인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천대받는 ‘상갓집 개’라며 모욕을 당해도 굴하지 않았다. 이순이란 단지 수동적인 의미를 넘어 능동적 의미를 함께 지닌다. 열린 자세로 들어 활발하고 시비선악을 명확히 하며 좋은 사람도 사랑하지만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으로 바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정한 경청이란 자기의 견해가 없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 없으며 고집이 없고 아집이 없어 상대방이 스스로 마음을 열고 말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리더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마음을 열어 말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하는 말까지 폐기하는 법이 없다. 윗사람의 이 같은 귀를 순하게 한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녹여 모두가 하나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것이 경청의 힘이다. 경청할 때 말이 받아들여지고 실행으로 옮겨진다. 듣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게 말하는 것이다.
공자는 “군자에게는 삼가 마음에 두고 행해야 하는 일 9가지가 있다”며 그중에 똑똑하게 듣기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똑똑하게 듣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子張 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니 言寡尤하며 行寡悔면 祿在其中矣(자장 학간록 자왈 다문궐의 신언기여 즉과우 다견궐태 신행기여 즉과회 언과우 행과회 녹재기중의-위정편-)
자장이 공자에게 녹을 얻는 방법을 배우려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많이 듣고서 의심나는 것은 버리고, 그 나머지를 조심해서 말하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많이 보고서 위태로운 것은 버리고 그 나머지를 조심해서 행하면 뉘우치는 일이 적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녹이 바로 그 가운데 있다.”
이를 통해 추출할 수 있는 경청의 실천사항은 첫째, 많이 들으라. 둘째, 의심나는 것은 유보하라, 셋째 그 나머지를 조심해서 자신의 주장을 말해 실수를 줄이라. 듣고 나서 말하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말하기보다 듣기의 비율이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기, 즉 자신의 주장은 들은 것을 바탕으로 ‘고갱이’만 가려서 조심해 말하면 실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리더 여러분의 말하기와 듣기의 비율은 과연 어떤가. 혹시 상대방의 주장을 듣기도 전에 말하기부터 내세우지 않는가. 실수와 반감을 줄이고 설득하기 위해 듣기와 말하기의 비율, 순서를 지키는 것은 긴요하다.
첫째, 양적인 면에서 말하기보다 듣기의 비율이 높게 하라. P& G그룹의 회장 앨런 조지 라플리(Alan George Lafley)는 “나는 대화의 2/3는 듣는 데 쓴다. 회사 구내식당, 강당, 어디에서든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항상 2/3 원칙을 지킨다. 이를 통해 나는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프로농구 NBA의 명문구단 보스턴 셀틱스의 코치를 지낸 릭 피티노(Rick Pitino)는 “나는 내가 말하는 분량의 4배를 듣는다”라고 말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연설이나 비디오 테이프가 아니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이 경청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말하기와 듣기의 비율이 1대4든, 1대2든 간에 듣기가 말하기의 비율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나 더 지적할 것은 많은 리더가 자신이 경청리더라고 착각하는데 구성원들의 체감지수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K사장은 대화 중에 늘 ‘마음속의 오리’를 상정하고 ‘꽥꽥이, 네가 지금 나올 때가 아니야’ 하고 경계하곤 한다. 또는 타이머나 모래시계로 자신의 말하기 타임을 체크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질적인 면에서 듣기에 집중하란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대화를 앞서갈 때 추측을 하게 된다. 대화할 때는 자신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말로 경청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내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가?” 경청을 방해하는 것은 외부의 소음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지식, 경험, 의도 등이 듣는 것을 필터링하고 튀어나와 집중을 방해한다. 특히 피해야 할 것은 상대가 이야기하려는 내용을 어림잡으려고 하거나 성급하게 문제해결을 하는 것이다. 편견과 선입관을 내려놓고 상대의 메시지, 문장, 단어 등을 정확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대 중국의 설계자로 추앙받는 등소평은 한때 회의 석상에서 말없이 웅크리고만 있어서 모택동에게 모욕을 받았다. 회의 석상에서 그는 남의 말을 조용히 들으면서 되묻거나 한두 마디 던질 뿐이었지만 외교 석상 어록을 보면 모두 핵심을 찌르고 있다. 한마디로 뛰어난 경청가란 반증이다.
셋째, 듣고 나서 말하라.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한 후에 내 말을 이해시키라고 주장한다. 바로 공자의 말과 통하는 것이다. 내 말을 이해시키려고 먼저 성급히 나서기보다 다 듣고 종합해 이해한 후에 내 말을 설득시킬 것을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C교수의 하버드대 유학시절 이야기다. 유학생 시절, 영어도 서툴고, 토론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아 당연히 학점이 나빴다고 한다. 나름 생각을 정리해 손을 들면 벌써 ‘주제는 강 건너간 뒤’였다. 이때 생각한 것이 자신의 주장만을 가지고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견개진을 듣고 기술적으로 요약해 거기에 자신의 주장을 얹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듣고 나서 말하기’ 방식만으로 그는 장학생이 될 정도의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란 서양 격언이 있지만 소통에서 이보다 더 정확한 말은 ‘경청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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