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돌아온 다까와 같이 베트남 국수, 퍼를 먹은 뒤, 한참 일본드라마를 우리집에서 보고 난 뒤에, 혼자서 다시 일본드라마를 보고 있던 와중. 전화벨이 울렸다.
"어? 누구지? 히론가?"
늘 집에 전화하는 사람은 히로 혹은 켄, 혹은..판매원들.
전화를 받으니, 떨리는 히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비안....켄...있어? 아, 지금..일하는 중이지.."
"왜? 무슨 일이야?"
"아...우리집..불탔어.."
"뭐??!!! 뭔 소리야?"
"우리집..불나서 지금 다 탔어."
"허헉....@,.@"
불구경 좋아하던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아니..히로의 집이 불에 타다니?! 뭔소리야!!!!!!
그리고 나는 곧바로 다까에게 전화를 했다.
"빨리 히로집으로 가."
"무슨 일이야?"
"히로집 불났대!"
"아....알았어..."
다까도 놀랐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사촌과 대만에서 어제 돌아온 에릭을 깨워서 같이 히로의 장소로 가려고 했지만, 에릭은 사라지고, 사촌은 귀찮아하는 듯 했다. 녀석..지 친구도 아니니까..그럴 만 하지만.(사실 나는 그런 면을 가진 사촌동생이 너무 매정해서 싫을 때도 있다)
나는 레슬리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다행이도 레슬리는 함께 가 준다고 했다.
문제는 벌써..그 동네가 난리가 났다는 것.
차가 그 집으로 들어갈 수 없게 통제를 시켜놨다.
허헉..
빙 둘러서 간 집은..집의 반 이상이 타고, (다행히도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다.)
아수라 장이었다.
히로가 홈스테이를 하던 중이여서, 집에는 히로와 일본 여자애- 오늘 아침에 금방 일본에서 왔단다.
두 사람이 있었고, 나머지 일본 남자애는 수업을 듣는다면서 학교로 갔다는데..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커다란 소방차가 4대에, 경찰차..이웃집들 사람들이 몰려서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놀래서 집안으로 들어서려고 했고, 경찰은 나를 막았다.
"주인인가요?"
"아니...요...친구가..친구가 여기 살아요."
"아..그래요? 저희가 찾아보죠"
히로와 다까는 다탄 집안에서 나왔다.
"괜찮어?"
"어....하아.."
히로의 충격받은 모습..다까의 놀라는 모습..
나또한 충격이었다.
일본여자애는 벌벌 떨면서 울고 있었다. 경찰은 그녀에게 여러가지를 묻는 듯했고, 그녀는 정신이 없어보였다. 멍하니.. 집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조금 늦게 연락을 받고 온 카로.
"비비안...괜찮어?"
"아니..히로가.."
카로는 반대편에서 울고 있던 일본여자애를 보면서, 나에게 말했다.
"저 여자애..많이 운다..가서 달래줘야 되지 않을까?"
그 말에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일본어로 진정을 시키는 말을 건네고, 너무도 울고 있는 그녀가 보기 안쓰러워서,
"저기..괜찮다면...기대서 울어도 되요"
"아..고마워요..."
그녀는 나를 꼭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아..괜찮아요..힘내요..라며 일본어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우는 모습에 나까지도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알고 봤더니, 그녀는 집에 불난 줄도 모르고, 시차때문에 자고 있던 사이에, 소방대원과 히로의 안내로 겨우 집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단다.
만약, 히로도 오늘 자고 있었더라면, 그 집에서 두 명의 유학생 희생자를 낼 뻔 한 큰 화재였다.
무사히 몸은 빠져나왔지만, 히로와 그녀는 트렁크와 옷 밖에 달랑 들고 나올 수 없었다.
히로도 운이 좋았던 것이, 화장실인가..어딜 간다고 나왔다가, 불을 보고..패닉상태가 되었지만, 약 3초간의 상황판단으로 짐을 다 버리고 맨발로 뛰쳐나왔단다. 너무도 불이 컸기에, 뛰어나오면서 머리카락과 옷이 검에 변해버렸다.
신발이 없던 그에게 옆집 사람들이 신발을 주었고, 신발과 점퍼도 못 걸치고 잠옷 바람으로 나왔던 일본여자애도 이웃집 사람에게 옷과 신발을 받았단다.
하....
정말로 난감했다. 약 2시간을 그곳에 있으면서..나는 화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 예전에 울 어무니는 불나면 구경하면서, 잘 탄다~ 라고 아무렇지 이야기하다가, 우리 바로 옆집이 큰 화재가 난 뒤로부턴, 그런 이야기를 잘 하진 않았다.
나중에 도착한 주인집 아주머니는 멍하니..."무슨 일이에요..아니...어떻게..어떻게.."를 연발하였다.
다행히 그녀는 진정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듯 했지만, 충격이 이만저만은 아닌 듯 했다.
보험회사 직원과 경찰관들..소방대원들..전부다 다 사라진 후에, 나중에 집안은 전부 위험 표지 스티커를 붙였고, 집건물을 전부 나무판자로 막기 시작했다. 아무나 못 들어가게 말이다.
나중에 히로와 다까가 들어갔다가 못 나와서 레슬리가 사람이 안에 있다고 문 열어달라고 난리 친 것 빼고는..
지금 히로는 우리집 있다.
히로는 화가 난다고 했다. 집이 탄 것도 있지만, 집이 탄 이유가 전기렌지를 누군가가 요리를 해 먹고 끄지 않았단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서 불이 났다는데, 히로는 전기렌지를 주인아줌마와의 사이가 나빠서 전기렌지를 쓰지 않는다. 거의 우리집에서 요리를 해 먹거나 자기 방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
그러므로..학교에 간 일본남자애 혹은 여자애인데, 여자애는 아침 8시에 도착해서 자다가 겨우 빠져나왔다고 하니, 여자애는 요리를 했을리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인 즉슨, 학교에 간 남자애인데, 그 친구가 학교에 가고 난 뒤에, 불이 났고, 문제는 학교에서 돌아온 남자애의 방은 불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피해가 전혀 없었단다.
그리고, 그 친구는 전부 짐을 싸고 도망을 가듯이 사라져버렸다.
나도 봤지만..그 친구는..정말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충분히했다.
히로는 그 녀석이 범인이라면서, 집을 다 태워먹고, 거기다가 두 명의 희생자까지 낼뻔 한 화재현장에서, 자기는 아무죄가 없다는 듯이, 사라지는 녀석이 어딨냐며!!! 난리도 아니었다.
자기는 홈스테이 아주머니에게 이야기한다고 내일을 벼르고 있다.
휴..
증거가 없으니..원..과연 고소라도 될런지. 단지, 나도 화가 나는 건, 아무런 죄도 없다는 듯이 스르르르 현장을 빠져나가던 녀석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물론, 자기가 한 짓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피하던 사람이라면, 의심을 살만 한 행동을 충분히 하고 있는 듯. 뭐..사건 시간과 다른 정황을 봐도 말이다. 물론, 여자애가 잠을 자다가 깨서 요리를 했다면, 둘 중에 한명이지만.
처음엔 히로 방에서 불이 난 게 아닌가 싶어서..히로가 죄를 뒤집어 쓰면..어쩌나..걱정을 했더니 히로는 타고 있던 여학생의 차를 어떻게서든 구하려고 물을 뿌리고 있었단다.
그런거 보면..정말로 말은 차갑게 할때도 있지만, 불이 나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의 차를 구하려고 물을 뿌려댔다니..물론, 자기 말로는 차의 엔진이 터지면 더 많은 사람이 다칠까봐라고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