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프로축구에 중동의 오일 머니의 광풍이 불고 있다. 그야말로 태풍이나 허리케인보다 더 폭발적이고 위협적인 광풍이다. 기존의 프로축구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상황이다. 중동국가들은 지금 세계를 휘잡을 분야를 스포츠로 잡은 듯하다. 그가운데서도 프로축구이다. 점차 석유의 위력이 축소되고 가고 있으며 석탄이나 석유같은 재래식 연료에서 탈피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석탄과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지구 환경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석유강국들은 자신들이 탈 석유시대에 살아 남을 방도를 바로 이 프로축구에서 찾는 모습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들이 가진 자본으로 타국의 구단을 사들이고 운영하겠다는 것에 굳이 반기를 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기본 정신은 살아 있어야 한다. 프로축구도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맨십은 결코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축구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영국에 있는 세계적인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는 그야말로 축구인들의 꿈의 무대였다. 한국의 축구 스타인 박지성선수가 맨유에서 활약할 때만 해도 새벽에 축구경기를 지켜보며 역시 영국 프리미어리그라며 박수를 친 한국인이었다. 다른 나라 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프로축구에 돈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스타 선수들의 몸값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듯 치솟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도가 있었다. 나름 정해진 그 선을 결코 넘지 않았다. 돈보다 더 앞선 것이 무엇인지를 당시 프로축구 구단이나 스타 선수들이 다 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국가들이 유명 프로축구 구단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모를 돈바람이 휩쓰는 불길한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카타르가 본격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프로구단을 매입하기 시작한다. 돈을 앞세워 그냥 스타선수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가 적극적인 프로구단 매입에 나서자 카타르도 나서고 특히 카타르는 월드컵마저 개최하니 중동의 맹주라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사우디도 영국의 프로축구 구단의 매입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 돈쓰는 것을 물 쓰듯 하면서 이름난 구단을 모조리 주워담을 태세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름있는 구단은 모조리 중동의 석유재벌의 소유로 귀속될 전망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중 명문구단인 맨유도 중요 타겟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프로축구 선수들 입장에서야 돈 더 주겠다는데 마다할 선수가 어디 있겠는가.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돈으로 인정해 주는 그런 구단주가 고마웠고 그것을 자신의 최대의 자랑으로 여기는 모습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부작용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프로축구의 그나마 존재했던 일말의 스포츠 정신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 구단은 스타선수들에게 휘둘리고 특정 스타선수들은 구단 알기를 뭐같이 아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기에 이른다. 여차하면 돈 더 많이 준다는 구단으로 가면 되니 무슨 감독의 권위가 있을 것이며 구단주의 지시에 힘이 실릴 리 없다. 물론 지금은 특정 구단에 한해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런 풍조가 더욱 확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정선수도 어차피 자신이 소속된 구단이 오로지 돈으로 해결되는 그런 시스템이니 그런 행동이 가능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 프로축구 리그의 레전드라는 인물들이 이런 세태에 걱정을 한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다. 물론 프로축구 선수가 돈에 매력을 갖고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돈을 앞세워 프로축구계의 위신과 흐름을 송두리채 바꾸려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그런 생각으로인해 바로 세계 프로축구가 망가지고 결국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특정 팀이 이기는 것을 즐기지만 팀자체의 감동이 사라진 그냥 돈으로 만들어진 그런 구단에게 정말 마음속에서 나오는 박수를 보낼 리 없다. 특히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자세는 앞으로 세계 프로축구의 흥미도 감동도 사라지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돈만으로 감동을 만들지도 살 수도 없는 것 아닌가.
2023년 8월 2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