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와 위험 ]
DDT를 처음으로 합성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화학자 오트마 자이들러(Othmar Zeidler)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물질이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65년이 경과한 1939년에 스위스의 화학 회사 가이기(Geigy)에서 근무하던 파울 헤르만 뮐러는 식량을 먹어 치우는 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할 강력한 살충제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349번의 실험 끝에 자이들러가 합성했던 DDT가 곤충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즉사시키는 놀라운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DDT는 곤충, 말라리아, 이 등을 박멸하는 기적의 화학물질로서 발진티푸스와 말라리아로부터 수많은 생명을 구했으며 농업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뮐러는 이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뮐러의 노벨상 수상 이후 15년도 지나지 않은 1962년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현대 환경 운동의 시발점이 된 기념비적인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발표합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통해 카슨은 당시 기적의 살충제로 불리며 농업과 방역에 널리 쓰이던 DDT를 비롯한 유기염소계 살충제의 독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녀는 살충제 성분이 먹이 사슬을 타고 올라가며 상위 포식자(새, 물고기, 인간)의 몸속에 고농도로 축적된다는 사실을 경고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운 마을이 마치 저주의 마술에 걸린 듯 점차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는 짤막한 우화로 책을 시작합니다. 그녀가 전달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언젠가는 살충제로 인해 새들이 노래하지 않는, 고요하고 죽어가는 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습니다.
출간 당시 화학 업계의 거센 비난과 인신공격에 직면했지만 결국 카슨은 거대한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1972년 미국은 DDT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안전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본토가 동쪽으로 약 2.5미터 이동했고, 이때 발생한 쓰나미가 1만 8,000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최고 높이 14~15m에 달하는 거대한 쓰나미는 방파제를 넘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를 덮쳤고, 침수로 인해 원전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습니다. 냉각 시스템의 마비로 인한 원자로 내부의 급격한 온도 상승은 노심 용융, 수소 폭발,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 발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1,6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었습니다. 사망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피해 탈출하는 과정 또는 탈출 후의 피폐해진 삶 때문에 발생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삶을 마감했습니다. 사람들을 도망치게 만든 것은 방사능이었지만 방사능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DDT가 해롭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DDT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람의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2006년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과학적 검토를 끝낸 후 DDT를 인간에게 “미약하게 해로운” 물질로 분류하면서 건강에 해로운 점보다는 이로운 점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후쿠시마에서는 방사능을 피해 탈출하다가 사망한 사람은 1,600명이나 되지만 방사능물질의 유출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DDT로부터 유발된 화학물질 오염에 대한 대중적 공포는 거의 과대망상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언론에서는 우리가 먹는 식품 속에 인체에 유해한 합성 화학물질이 발견되었다고 가끔 호들갑을 떱니다. 하지만 그 유해 물질을 먹고 인간이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해당 식품을 3년 동안 매일 화물선 한두 척 분량 정도로 먹어야만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알려 주지 않고 아무도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 에너지 정책에 거대한 변곡점이 되었고 지금도 원전 반대론자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설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통계에 따르면 방사성물질 유출로 인한 사망률은 0%입니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은 안 보고, 볼까 봐 겁나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늘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살기는 어렵지만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마음속 공포와 실제적 위험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공포를 떨쳐버리고 진짜 우리를 위협하는 현실적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