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여장모델 이대학씨(21)를 만나기로 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
꽉 끼는 8부 청바지에 헐렁한 빨강 티셔츠를 입고 살포시 웃으면서 다가올때 기자는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잠시 머뭇거렸다. 하얀 속살이 보이는 가슴에선 목걸이가 빛났고 귀고리와 팔찌 등 몸 구서구석을 정성스레 치장한 모습은 여성의 모습 그대로였다. 후리후리한 (182cm)에 날씬한 허리(24인치) 그리고 군살 없는 몸매(53kg)는 영락없이 여인으로 다가왔다.
조물주가 갈라놓은 남성과 여성,그 신성한 경계선을 맘대로 오가는 이대학씨. 그는 요즘 매스컴의 집중세례를 받고 있다. 지난 11월 서울 컬렉션에서 여장을 해 성역을 파괴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제3회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에서는 여장 모델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춘 스텝, 뇌쇄적인 몸짓과 섹시한 웃음으로 아낌없는 갈채를 받았다. 물론 그 자리에서 남성 모델로서도 훌륭히 제몫을 해냈다. 그는 대회직후 "남녀의 성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몰론 남성 여성 중성등 모두를 표현하고 싶다" 는 포부를 밝혔다.
'군대는 꼭 가거라' 부모님 신신당부
그러나 그는 군 복무 이전까지만 이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부모말씀대로 국방의 의무 만큼은 꼭 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여자보다도 더 이쁜 그는 자신도 혼란스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남탕에 들어가려다 목용탕 카운터에서 "이봐 아가씨,거긴 남탕이야.여탕에 가야지!" 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남자화장실에선 "여자가 어딜 들어오냐?" 며 되레 핀잔받기 일수였다. 그럴때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남잔데요..." 라고 항변하지만 그게 전부다.
지난해 대전에서 서울로 간 이씨는 4개월간 패션모델 교육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남성모델이 꿈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서울 컬렉션을 준비하는 이정은 디자이너가 "그 몸매엔 여성복이 딱 어울린다" 며 여장 모델을 적극 권유해 화려한 변신을 시도했다.
어쩌면 그는 준비된 여장 모델이였다. 고2때부터 평소 여성스텝을 훈련해 왔던 터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천부적으로 날씬한 몸매는 큰 도움이 됐다. 처음 며칠간 하이힐을 신고 다니느라 고생했지만 지금은 평소에도 신고 다닐정도로 편안하다. 화장은 원래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배웠고 많은 여성과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 단지 다리털을 깨긋이 밀고 턱수염을 없애기 위해 공을 들일 뿐이다. 봉긋한 가슴은 과감한 '뽕브라' 로 여성의 향기를 한껏 발산한다.
점쟁이 말따라 다섯 살때까지 여자대접
대전대 패션학과 1학년을 마치고 휴학중인 그는 얌전한 '범생'이였다. 고2때 자신의 끼를 처음 발견하고 장차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 사진작가, 배우, 모델 쪽으로 진로를 잡아야겠다고 작정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해선 대전의 명물로 떴다.노랑머리에 요란한 귀걸이, 눈에 띄는 의상으로 길거리를 활보하다보니 숱한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됐다. 예쁜 옷만보면 너무 사고 싶어 한때 여자가 아닌 것을 억울해 하기도 했다.
사실 집안에서는 다섯 살때 까지 여자로 자랐다. "여자로 태어났어야 할 아이인데 남자로 태어났다." 는 점쟁이의 말 한마디에 가족들은 그를 여자로 대접했다. 학교에 다닐때도 예쁜 얼굴 덕분에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남들처럼 변성기가 오지 않아 지금도 허스키한 중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자모델 앞에서 옷은 어떻게 갈아입느냐" 는 질문에 그는 모델세계를 너무 모른다며 살짝눈을 흘기며 옷을 갈아입느라고 서로 정신이 없어 볼 틈이 없다고 한다.
"나는 게이 아니다... 성전환 말도 안돼"
그는 모 잡지에서 무턱대고 '게이' 라고 불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트렌스젠더로서 방방뜨고 있는 하리수처럼 성전환한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비록 남자보다 여자친구가 많긴 하지만 200일 정도 만나 깊이있는 대화를나누는 여자친구도 있다.
무대에 서기만하면 끼를 주체할수 없어 음악과 분위기에 완전 몰입하는 이대학씨. 기회가 생긴다면 방송진출도 꿈꾸고 있다. 그는 남과 여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패션 모델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그가 매일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무대위에서 당당하게 걷는
꿈을 꾸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