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糞(분)과 健康(2)
박재갑(朴在甲) 교수 ▲ 1948년 충북 청주 출생, ▲ 경기고· 서울대 의대 졸업 ▲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암연구소 소장, 국립 암센터 초대, 2대 원장 ▲現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세포주연구재단 이사장* ▼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대변의 색깔이 바로 달라지진 않잖아요? 1950년대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배변량이었다’는 소문에는 근거가 있다. 가난과 기근으로 나물만 먹던 그 시절 한국인의 배변량은 지금의 3배 쯤 됐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인이 동남 아시아인, 일본인과 함께 치질 발병률 세계1위로 꼽혔는데 섬유성 식품을 많이 먹어 배변량이 많았던 탓이라고. 똥 색깔 변하면 상황은 심각하다.
입에서 항문까지의 길이는 약 9m 이고 어떤 음식이든 1박2일이면 변이 되어 배출된다.
대변의 색깔이 달라질 정도라면 사태가 심각한 거죠. 대부분의 사람이 색깔이 달라지기 전에 병원을 찾아 가지 않는다 . 똥에 피가 섞이면 아차 싶은거죠. 피가 붉으냐 검으냐에 따라 달라요. 붉은 피가 섞여 나오면 항문이나 직장, 대장에 출혈이 있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대장이 워낙 기니까 피가 항문까지 내려오면서 똥에 섞여 버리면 중간중간 검은색을 띠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검은 똥은 선지를 먹어도 나올 수 있거든요. 출혈이 없어도 적혈구 내에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똥이 검어지기도 합니다. 요즘은 너도나도 와인을 즐겨 마시는 분위기인데, 적포도주를 많이 마셔도 검은 똥을 눌 수 있어요.
그러나 만일 자장면 색깔의 똥을 눴다면 문제가 달라요. 흑변이 나오면 상부 위장관의 출혈을 의심해 봐야 해요. 또 혈액이 위장관을 지나면서 위산이나 장내 세균에 의해 흑변으로 바뀔 수도 있고요. 방치하면 소화성 궤양 혹? 위암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빈혈을 치료하려고 철분제를 복용했거나 감초 식품을 먹어도 흑변이 나올 수 있어요.” 또 채식을 한 것도 아닌데 기름지고 양이 많으면 췌장염에 의한 흡수장애가 있을 수 있어요.
변에 코 같은 점액이 자꾸 묻어나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합니다. 대장암을 만드는 세포가 점액질을 분비하거든요.” 똥이 영어로는‘덩(dung)’이다. 발음이 비슷하지 않은가? 대변 볼 때 ‘똥’ 하고 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속설이 있다. 동양에서는 ‘쌀이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라는 의미로 분(糞) 혹은 변(便)이라고 했다.
▼ 똥 냄새 “건강하면 똥 냄새가 고약하지 않아요. 똥 냄새는 자연의 냄새잖아요. 닭똥 특유의 냄새가 있듯이 인분에도 특이한 냄새가 있어요. 하지만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닙니다. 똥 냄새는 대장 내에 있는 세균 때문에 나요.
똥 냄새가 심한 사람은 장 안에 세균이 득실거리고 있는 겁니다. 대장에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이나 올리고당 같은 좋은 균이 많으면 냄새가 심할 리 없어요.”
그는 “점심에 청국장을 먹었다”면서 청국장과 변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 줬다. “우리나라 사람들, 청국장 좋아하거든요. 콩을 발효시켜 만든 게 청국장 아닙니까. 콩을 발효시킬 때 냄새가 얼마나 고약합니까. 서양인은 이 냄새를 ‘똥 냄새 같다’고표현하지요. 똥 냄새와 청국장 냄새가 이웃 사촌쯤 됩니다. 똥이든 청국장이든 세균이 발효돼 냄새가 나거든요. 좋은 세균은 발효되고 나쁜 세균은 부패하잖아요. 대장 내에 좋은 세균이 많아야 냄새 덜 나는 똥을 누게 되는 거죠.” 대장에는 500종 이 넘는 세균이 살고 있다. 대장균은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해서 비타민 B,비타민 K, 아미노산 등을 몸에 공급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할 땐 몸에 이로운 세균보다 해로운 병원성 균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 똥의 색깔로 여러 질병을 의심 “지나치게 옅은 갈색이면 적혈구가 파괴되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간질환을 의심해야 해요. 희거나 회색이라면 담도가 폐쇄됐을 수 있고요 피와 고름이 섞인 설사를 한다면 대장이나 직장에 염증이 있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 똥의 모양 전 솔직히 똥이 더러운지 모르겠어요. 제 환자들이 모두 똥과 관련 되잖아요. 저는 무조건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봐요. 대장암 수술 후에도 대장을 이어놓았는데 혹시 좁아지지 않았는지, 뭔가 만져지지 않는지 점검해야거든요. 그러니 매일 똥을 만드는 거죠. 손가락이 항문으로 8~10cm 들어가면 똥이 안 묻어나오는 사람이 없어요. 전 똥을 만져도 마치 밀가루 반죽 만지는 기분입니다. 제가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똥’이라 말하면 다들 웃어요. 외부 강연에서 ‘똥’이라고 하니까 ‘점잖지 못하다’고 언짢아하는 분도 있었죠. 방송에서도‘똥’이라고 했더니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박 교수는 “똥과 친해지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옛날 어른들이 ‘똥이 굵어야 잘산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에요. 건강한사람의 똥은 바나나 모양이면서 굵고 황금색입니다. 또 뒤끝을 남기지 않고 시원하게 한 덩어리로 떨어집니다. 몸이 안 좋거나 허약해지면 국수 가락처럼 흐물흐물하게 떨어져요. 요즘 여성들, 다이어트를 너무 심하게 해서 빼빼 마른 똥을 눠요. 먹은 게 없으니 대장에서 똥이 뭉쳐질 리가 없겠죠. 또 폭식하고 폭음하면 대장에서 수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무른 똥을 눕니다. 무른 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구리겠지요. 육류, 커피, 술이 주원인입니다. 과음 하면 알코올이 소장과 대장의 운동을 자극해서 설사를 일으켜요.”
▼‘니 똥 굵다’ ‘너 잘났다’는 말이 아니라 ‘너 건강하다’는 뜻 “똥이 굵은 건 장내에 변의 흐름을 막는 혹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굵으면 나쁜 세균이 들어가도 희석이 잘 돼요. 배변량이 많아야 비워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빨리 비워내야 대장 안쪽 세포들이 똥 속의 발암물질과 접촉할 시간이 적어져요. 변비가 있으면 똥 속 발암물질이 대장의 점막과 접촉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똥은 무조건 몸에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해요. 규칙적인배변습관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은 굵기가 2cm, 길이는 10~15cm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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