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SKY캐슬’의 등장인물 ‘혜나’의 삶은 비참했다. 혜나는 엄마의 병원비를 벌며 소녀가장으로 살아갔다. 엄마의 죽음 후 찾은 아버지는 자신의 존재를 몰랐고, 혜나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라이벌의 아버지였다. 혜나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 자체가 골칫거리라는 말을 들은 그날,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 고작 열아홉 나이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토록 불행한 삶을 살다간 혜나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놀랍게도 혜나를 미워하는 시청자는 적지 않은 듯하다. 욕심이 많고 영악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혜나만큼 욕심을 부리는 라이벌에게는 관대하다. 가난한 아이의 욕심은 용납할 수 없지만 부잣집 공주의 생떼는 사랑스럽다. ‘쟤는 없는 주제에 착하기라도 해야지.’
우리는 약자가 ‘덜 약한’ 행동을 하면 왠지 모를 불쾌함을 느낀다. 약하고 가난한 이는 안쓰럽고 얌전하게 보여야한다. 가난이 가진 1차원적인 이미지다. 가난한 이에게는 제3자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행복만 허락되는 사회. 이는 대중매체에 흔히 등장하는 ‘빈곤포르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빈곤포르노란 자신에 대한 인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자극적으로 묘사한 광고를 일컫는 말이다. 국제적으로 자선 캠페인이 급증한 1980년대에 생겨났다. 현재는 가난을 선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빈곤포르노는 가난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