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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김효주 프로는 힘 하나 안 들이고 치는 것처럼 스윙을 할 수 있게 됐나요?" "어렸을 때부터 매일 한 시간 이상 공을 안 놓고 스윙하는 연습을 했어요. 지금부터라도 해보세요. 앞으로 1년 뒤면 확 달라질 거고, 10년쯤 지나면 누가 아나요. 프로골퍼를 해도 될 실력이 될지. 하하하."
얼마 전 여자 골퍼 김효주의 아버지 김창호씨와 오랜 시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세계 정상급 골퍼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고 효율적인 스윙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김효주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혹시 남다른 성공 비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김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기본기가 자연스럽게 몸에 익도록 무한에 가깝게 반복하는 것이었다. 여섯 살 때 처음 골프를 배웠으니 김효주의 구력(球歷)은 올해 15년째가 된다. 공 없이 빈 스윙을 하면서 자신의 몸에 맞는 스윙 궤도를 만드는 게 좋다는 건 주말 골퍼들도 흔히 듣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연습은 재미가 없어서 한두 번 해보고 접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김효주의 집에는 퍼팅 연습을 위한 양탄자 두 장이 있다. 하나는 매끈하고 다른 하나는 공이 좀 늦게 구르도록 했다고 한다. 바닥에 수건을 집어넣으면 경사까지 생긴다. 아버지 김씨가 개발한 이 양탄자 퍼팅 연습도 김효주는 거르는 적이 없다. 10년째 김효주를 지도하고 있는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 감독은 "효주가 천재라고 하는데, 재미없는 것도 실력에 도움이 된다면 지칠 줄 모르고 한다는 점에서 '연습의 천재'라고 할 만하다"고 했다.
열여덟 살 나이에 세계 랭킹 2위까지 오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도 기본기에 충실한 김효주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다섯 살 때부터 골프 연습장을 다닌 리디아 고는 100~200m의 다양한 거리에서 매일 360개의 샷을 때리며 거리감을 익혔다. 여기에 100야드 이내 거리는 10야드 단위로 쪼개가며 샷 훈련을 했다. 이런 훈련을 받은 리디아 고는 "일정한 거리에서 홀에 가장 가까이 붙이는 능력만 따진다면 1등 할 자신이 있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골프 천재'로 통하는 김효주와 리디아 고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맬컴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Outliers)'를 통해 잘 알려진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이 떠올랐다. 어떤 분야에서든 탁월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체계적이고 정밀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일정한 재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1만 시간의 체계적 훈련으로 탁월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신경과학과 심리학계에서 각종 사례 연구를 통해 체계화된 법칙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블로그가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입증하겠다며 2010년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2016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미국의 괴짜 아마추어 골퍼 존 맥롤린(35)의 블로그 '더 댄 플랜(The Dan Plan)'이다. 하던 일까지 그만둔 그는 4년 넘게 6000시간 가깝게 연습해 이제는 언더파를 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무모해 보이긴 하지만 1만 시간을 들여 뭘 해보겠다는 배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