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참 신비로운 사건입니다. 인생을 황홀하게 만들 수도 있고 ‘베르테르’의 비극처럼 끝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사건일 수도 있지만 큰 사회나 국가의 존망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개인으로 끝날 수도 있고 확장되어 나라의 운명도 좌우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사랑하게 된 것은 비극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결국 트로이의 멸망을 가져왔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미친 짓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 일생일대의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하기는 그런 사랑을 해보기나 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하겠습니까? 속된 말로 ‘맛을 봐야 맛을 알지,’ 안 그런가요?
문제는 그렇게 사랑에 빠져 결국 한 식구가 되어 삽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오래 갈까요? 사랑과 그 사랑의 지속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참 딱한 일입니다. ‘영원히’는 못하더라도 흔히 하는 말로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만이라도 유지된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한 심리학자가 사랑의 유효기간을 발표한 적이 있어서 일면 수긍한 적도 있습니다. 18 개월이라고요. 그 뜨거움이나 황홀함이 겨우 1년 반입니다. 그 정도는 구태여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유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되나요? 글쎄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저 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어느 정도 보통 신혼 기간이 지나고 나면 아리따운 공주도 근사한 왕자도 없어집니다. 그냥 일상생활이 되는 겁니다. 더구나 연애할 때 숨겨져 있던 상대방의 버릇들을 참고 지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연애할 때는 멋져 보였던 장점들이 오히려 상처를 주는 도구로 변질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것이 자기에게 얼마나 멋지게 보였든지 돌아볼 여유도 없어집니다. 이제 하루하루는 일상의 연속이고 나이도 들어가면서 사회생활이 바빠지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그마저 익숙해지면 그리고 함께 바쁘면 그 생활도 익숙해집니다. 그런데 어느 한 쪽이라도 불현듯 이게 아닌데 싶다고 깨달으면 둘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지요.
다시 옛날의 그 뜨거움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기대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야기는 광고에 나온 것을 인용해봅니다.
<어느 날, 눈 떠보니 평행세계!
아내 ‘올리비아’와 다투고 만취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 ‘라파엘’은 평소와 다름을 느낀다. 같은 듯 다른 세상. 베스트셀러 스타 작가로서의 삶은 간데없고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베프 ‘펠릭스’는 탁구광이 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아내 ‘올리비아’는 자신을 아예 모른 채 유명 피아니스트로 살고 있다.>
전과 달라진 남편에게 불만이 쌓인 올리비아가 그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렇게는 못 산다고.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남편 라파엘은 책을 쓰랴, 여기저기 다니며 강의하랴 대단히 바쁜 생활을 합니다. 아내는 집에서 찬밥 신세가 됩니다.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도 도무지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나를 사랑하기는 하나? 아니 생각이나 남아있나?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이제는 뒷바라지나 하는 가정도우미 정도로밖에 생각되지를 않습니다. 그만큼 자존감도 떨어졌습니다. 남편이 그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헌신하고 협조해주었는데 그 보람을 함께 나눌 기회가 없습니다.
이제 ‘역지사지’ 해보자는 말입니다. 아내가 바쁜 유명인이고 남편은 그저 평범한 남자가 됩니다. 그 아내 곁에는 전에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의 자리에 다른 남자가 지키고 있습니다. 정신이 퍼뜩 듭니다. 자신이 아내에게 어떻게 대했는가 생각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를 옛 연인으로 돌이킬 수 있을까요? 이 숙제를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유명인사가 되었으니 아내를 가까이 하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시도는 해야지요. 비로소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그리운지 마음이 타들어갑니다. 그런데 돌이키는 작업이 가능합니까?
아주 가끔 첫눈에 혹해서 쉽게 사랑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처음 사랑을 얻을 때도 많이 애씁니다. 만남을 이루고 사랑으로 진전되고 하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때로는 하루 안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열정이 결실을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음으로는 유지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익숙한 것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처음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랑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노력만큼 또한 상대방은 보석이 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돌멩이지요.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뜻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해서 우리들의 사랑 문제를 다루어본 것입니다. 영화 ‘러브 앳(Love at Second Sight)’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