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오는 25일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기다린다. 예상외 중형에 민주당에선 “사법 정의가 무너진 날”(박찬대 원내대표)이라고 반발한다. 매번 거부당하면서도 “이 대표 재판을 생중계하라”고 우기는 국민의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단순한 사안으로 평가받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이 A4 용지 130쪽 분량이다. 재판부의 고심이 읽힌다. 법원은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핵심 발언을 추렸다. 대장동 실무 책임자였던 고 김문기 성남 도시개발공사 처장이 2021년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 이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 발언이다. 진행자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했던 걸 거짓이라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겠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이렇게 답변했다.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법원은 이걸 거짓말로 봤다. 일반인에겐 “해외 출장 중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5년 1월 12일께 호주 멜버른에 있는 골프장에서 김 전 처장 등 두 명과 골프를 쳤다.
이 대표 측은 인터뷰 발언에 대해 “단지 사진이 조작됐다는 의미”라며 “설사 이 발언을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하더라도 해당 사진은 골프 친 날 촬영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진 찍힌 날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냐”는 취지다. 억지스럽다.
재판부 역시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이 이 대표 주장처럼 ‘실제로는 다른 날 골프를 쳤고, 해당 사진이 촬영된 날에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근거를 상술했다.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이 대표와 골프를 친 사람은 김 전 처장과 다른 한 명뿐이므로 함께 국외 골프를 친 행위는 기억에 남을 만하다”고 했다. 사진 폭로 직후엔 생각이 안 났다 해도 김 전 처장 사망 전까지 두 달간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충분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도 일부 수용하지 않았다. “성남시장 재임 중엔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이 대표 발언은 거짓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 머릿속에 누가 기억돼 있는지는 자신만 안다. 그런데 판결문에 적힌 공소사실 요지를 보면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게 더 놀랍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기 전인 2009년부터 공동주택 관련 세미나 활동을 함께했다. 김 전 처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엔 이 대표 측근도 관여했다. 2015년 멜버른 라운딩은 출장 간 11명 중 이 대표 등 세 명만 다른 시청 직원 모르게 빠져나와 즐긴 거였다. 경기도 수원의 최저기온이 영하 7도이던 한겨울에 영상 20도의 따뜻한 남반구 골프장에서 함께 거닌 부하 직원을 잊었다는 얘기다.
출장 이후에도 김 전 처장은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대면보고를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2018년 성남시장직을 마칠 때까지 ‘하위 직원’인 그를 몰랐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일반인 생각은 어떨까.
인터넷 ‘노무현 사료관’엔 노 전 대통령의 글이 보관돼 있다. 2009년 3월엔 ‘정치, 하지 마라’는 글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의 길에는 많은 수렁이 나오는데 첫째가 ‘거짓말의 수렁’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그 수렁에 한 발이 깊숙이 빠졌다. 수렁 밖에서 버티는 발은 더 위태롭다. 정말로 10년 관계를 맺어온 부하조차 기억 못 하는가. 재판은 계속 이어질 테지만, 이와 별개로 중차대한 개발 업무를 수행해온 핵심 간부조차 잊고 마는 자신이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서는 게 스스로 불안하지 않은가.>중앙일보.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강주안의 시시각각, 무죄 부분이 더 걱정인 이재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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