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이 좋았습니다.
이런저런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고
또한 좋은 분들과 시도때도 없이 인연이 닿아서...
5박6일 아이들 학교 빼먹고 나선 결혼 10주년 기념여행은
남들은 정말 너희들 제주도 다녀온거 맞니? 라고 물을만 합니다.
첫날 청주에서 저녁늦은 한성항공을 탔습니다.
값이 싸기도 했지만 프러펠러 비행기를 타보는것도
추억이 될것 같아서 입니다.
매주 화요일은 청주에서 19,800원이면 제주까지 갈수 있습니다.
제주 출발은 수요일이면 같은 값입니다.
누구는 비행기가 딱 대형버스만한것이 소음도 심하고
음료수도 돈내고 사먹어야한다고 말렸습니다.
10주년 결혼기념여행을 그거타고 가냐? 라면서 말입니다.
하긴 손님들에게 한꺼번에 타면 비행기가 균형을 잃을지 모른다고
10명씩 줄세워 태우고 앉히고 하더군요.^^
그런데 기념사진 찍어주는 직원들,
풍선강아지를 만들어주는 누나에게 홀딱 반해
아이들은 다음에도 이 비행기를 타자고 즐거워 합니다.
돈주고 사먹는 음료수도 더 맛이 좋은가 봅니다.
2년전 인연을 맺은 엠마오가는길의 이모님이 손수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1층은 찻집이고 2,3층은 방 5개짜리 통나무팬션입니다.
식사후 늘 공짜로 주시는 온갖 차를 마시는것도 즐거움입니다.
이분은 다도 선생님이면서 피아노,손뜨개...독실한 카톨릭신자이면서
못하시는것이 없는 반 도사입니다.
적어도 제눈에는 말입니다.
늦은밤까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저희는 여기서 산도사 한분을 만나게 됩니다.
제주에서 마지막 클레식 음악다방(?)을 하셨답니다.
이 찻집은 늘 그레고리안챤트가 흘러나옵니다.
아니 흘러나온다기보다 쩡쩡 울립니다.
주로 신자분들중에서도 음악을 좋아하는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그분도 손님중의 한분이었지요.
제주에서 가보면 좋을곳들과 자전거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분 덕에 제주도 여행은 온통 제주의 여러 오름을 오르는것으로 끝이납니다.
학회발표로 공룡없는 첫날은 아이들과 우도로 떠났습니다.
선착장에서는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더군요.
새로운 풍속도로 자전거와 함께 스쿠터를 빌려주기도 합니다.ㅎㅎㅎ
베낭가득 아이들 옷과 먹을거리를 지고 떠났습니다.
어디어디 유명한 관광지를 가는것은 아이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는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저희 애들에게는...
우도 초입에서 산호사해수욕장을 만납니다.
아이들은 곧 말릴겨를도 없이 옷을 훌훌 벗더니
바다로 뛰어들어 갑니다.
거기서 신나게 늦은 해수욕을 즐깁니다.
관광버스와 렌트카를 탄 관광객들은 우리가 놀고있는곳에
가끔 차를 세워 저희를 관광(?)하더군요. ㅎㅎㅎ
이것보다 더 신나는 여행이 아이들에게 있을까요?
한참을 놀고나서 간식을 먹고
맨발로 팬티바람에 해안선을 따라 걷습니다.
수건을 안가져가 몸을 말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가 잠시 제가 정자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벼메뚜기를 발견한 모양입니다.
그때부터 제주 돌담사이를 누비며 메뚜기 잡기가 시작됩니다.
올 가을 메뚜기 구워먹기를 못한 상민이가 때를 잡은것이지요.
제주는 밭농사도 한창이었는데 육지 메뚜기 두배는 되더군요.
너무 빨라서 처음에는 헛손질만 하다가
곧 페트병에 저녁안주거리정도는 금방 잡았네요.
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등대공원가는길에
키가 5센티도 안되는 개미취(?)가
잔디에 납작 붙어 피어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4시간 넘게 아이들과 우도를 걷다가 놀다가 하다 비를 만났습니다.
선착장까지 온만큼 가야하는데 딱 돌겠더군요.
억새를 뽑아 칼싸움하던 두놈은 비도 상관없습니다.
제 마음만 바빠지지요.
2시간 안에 마지막 배를 타러 가야합니다.
비를 맞으며 가다가 졸업여행온 학생들이 차를 태워주어
무사히 배를 탔습니다.
"너무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시는거 아니에요?"
"아까 오전에 홀딱 벗고 놀던 걔들 이구나...ㅎㅎㅎ"
졸업여행도 우리때와 너무 다릅니다.
조를 짜서 렌트를 해 관광지를 돈답니다.
밤에만 속소에서 일행들과 만나 논다네요.
즉석 조인트로...
16년전졸업여행으로 고대남학생들과 조인트로
제주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한라산 백록담을 거의 기어서 오르던 그 추억...
남학생들이 손도 잡아주고 하면서 말입니다.
한라산도 갈꺼냐고 물었더니...
"아니 미쳤어요? 차로 갈수 있는곳에 가서 사진만 찍어야죠"
배에서 내리자 비가 쏟아 집니다.
다리도 후들거리지만 오늘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아이들은 따뜻한 택시 안에서 곯아 떨어집니다.
우도의 바다빛과 하늘빛은 참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