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사람들

..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새벽4시10분이다~" 어제 밤늦게 새벽시장을 가기 위해서 감자 ,호박, 상추를 실고 남편이 엄마를 미리 우리 집으로 모시고 나왔다. 근처 알고 지내는 언니가 감자를 달라는 부탁 받아서 몇 자루 내려주며 엄마는 상추며 호박도 농사 지은 거라며 먹어 보라며 언니에게 건넨다. 그 언니는 서울 토박인데 전혀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다가 바쁜 가을철에 고추 따는 일을 거들며 신기하다면서 연신 웃던 언니 모습이 떠오른다. 요령도 없는 데다 꽤 부리지 않고 먹는 시간도 아깝다며 허리 한번 안 펴고 일하다 며칠 앓으면서 우리에겐 아프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감기증세가 조금 있다고 말했던 언니였다. 내 친구랑 그렇게 미련스럽게 하면 금방 지친다고 해도 들은 척도 인하던 언니였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는 사위한데 못내 미안한 마음에... 피곤할 텐데 어쩌냐고~" 남편은 괜찮다고.... 남편은 부모 말씀이라면 싫다는 내색을 한번 하지 않는다. 때론 짜증낼 법도 한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니.......... 아침에 남편과 엄마만 보낼러니 마음에 걸리고 돌아올때 남편 혼자 올 생각하니 어치피 집에 누워 있을 바에야 같이 따라 나서기로 했다. 작년 태풍 루사때 아침에 깨어보니 남편이 없기에 목욕탕 갔으려니 했는데 뉴스에 친정동네에 단수라 친정 엄마가 아침밥 거르실까봐 엄마를 모시고 왔던 남편이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난 쿨쿨 달콤한 잠에 빠져 잤는데.... 엄마가 밥 거르실 생각을 못했는데.... 해년 마다 엄마가 감자 농사를 해서 감자를 캘 즈음 내다 팔 걱정을 하는 엄마 엄마 걱정을 조금 덜어주려고 딸 ,아들 며느리가 친구며 선배언니 주위에 알고 지내는 분들에게 부탁한 것이 이젠 사겠다고 제법 주문도 많이 들어온다. 올해는 감자 값이 좋은 편이라 엄마 얼굴에 수심이 없어 보이고 편안해 보인다. 농사 짖는 분들은 애쓰게 농사 지어 팔지 못하고 씨앗 값도 안나오고 값이 폭락할 경우 인건비는 조차 건질 수 없을 때는 밭을 갈아엎을 때도 종종 보게된다. 특히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 갈아엎고 배추가 썩는 냄새는 계분 냄새보다 더 지독하지만 밭을 갈아엎을 때의 갈가리 찢어지는 농부 심정인들 우리인들 알겠는가~!! 그렇다고 농사를 내 팽개치고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농부들의 괴로운 고충을 감히 말할 수가 없다. 어둠이 채 가시기전 새벽의 한적한 도로는 무서움마저 감돌게 한다. 신호등에 잠시 멈추어서면서.. 그냥 신호등 무시하고 지나가도 될텐데~... 그러다가도 우리가 다 함께 지키자고 만들어 놓은 교통 규칙을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나 하나쯤...그냥 지나쳐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보다 마땅히 지켜한다는 마음 고쳐 먹게된다. 새벽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볼거리 먹을거리에 졸음이 한순간에 달아난다. 반소매 티셔츠 입었는데 바닷바람이 올라와 조금 춥게 느껴진다 세상 모르고 잠잘 시간에 새벽을 여는 사람들 모습에서 희망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감자를 내려주고 ..남편과 구경 삼아 새벽시장을 잠시 둘러 보기로했다. 금방 뽑아 왔는지 흙이 잔뜩 묻은 길쭉하게 뻗은 단단한 무를 사다가 깍두기 담글까?~" 탐스러운 배추를 사다 생절이 해서 저녁상에 올려볼까~!!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시골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자두, 토마토~ 한 입 깨물면 눈 찔끔 감고 먹을 것 같은 자두는 생각만 해도 입안이 시큼해져온다. 쑥갓도 입맛을 자극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와, 순두부 등 푸른 생선을 손질하는 바쁜 아저씨의 손놀림~ 뜨끈뜨끈한 순두부를 천 원 주고 한 봉사고 고등어도 삼천 오 백원에 한 손을 사들고 나니 없던 기분도 덤으로 받아들고 가는 기분이든다. 새벽시장을 나와...한가한 도로변에 주차시키고 남편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 자는데.. 순간 동전이 모자라면 어떠하나 걱정하고 내렸는데.... 남편보고~~~어?........ 여기 봐~".지폐 넣는 곳이 있네~" 난 지폐 넣고 커피를 뽑아 마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속으로 나는.... 참 나란 여자 단순해~~" 나 바보 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바보 같네.~ 확실히 남편이 조금 모자란다는 말이 맞긴~맞어~" 남편은.....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일쯤 한 두 번도 아니고 한두해 살은 것도 아닌데 이제는 그러려니 그것까지 생각할 아내가 아닌 줄진즉 알고나 있는 듯 이젠 남편도 무덤덤하게 표정으로 커피만 마신다. 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려는데 남편이 감자 두 개가 떨어졌다며 주서 들고 내린다. 들어와 다시 잠올 것 같지 않아 엄마가 가져온 상추를 깨끗이 씻어 야채 통에 하나 가득 담아 놓고 고등어도 손질해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 박박 문질러 손빨래하고 샤워하고 아침부터..상추에다 고추장 턱 올려놓고 거기다 명태조림해서 먹으니 쌈밥이 따로 없다고 배부르게 아침부터 밥한 공기를 먹었으니..... 배부르게 먹고는 후회하지 말자며 나를 위로 삼아 뭐~.나으들면 배심으로 산다는데.. 뭐~배좀 나온다고 미리 성인병 걱정까지 할필요는 없다고..하하하 그리고 상추와 호박2개를 깨끗이 씻어 느즉막히 아래층 할머니~ 무공해 상추와 호박인데 좀 드셔보셔요~" 할머니 내가 당뇨인데 야채를 많이 먹는다며 안경 너머로 환하게 웃으며 잘먹을게 새댁~ 하시며 진정 고마워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아침을 준비하고 맞이할 시간에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또 다른 새벽을 준비하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할 것이다. 오늘 아침 새벽시장을 다녀와서....